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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 Dec 01. 2020

겨울 과자점

풍성하고 배부른 날들

숲은 따뜻하다.

포근하게 나뭇잎으로 땅이 덮어지고

그 안에는 많은 개미들이, 곤충들과 벌레들이 겨울 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눈이 내려도 조바심 나지 않는 숲은 추운 겨울이 올 수록 온기를 뿜어낸다.

그 온기로 오븐의 열기를 채워 겨울 과자를 굽는다.


바스락 거리는 숲길에는 온 천지가 떨어진 갈색 과자다.

내 발은 그 과자를 바스락거리며 한입에 넣는다.

한 발 내딛으면 생강 맛. 한발 내딛으면 계피맛.

또 한발 내딛으면 버터맛이 난다.

내 길에 앞서서 조그마한 다람쥐와 청설모도 함께 한다.

작게 부서진 나뭇잎을 보면 알 수 있다. 따뜻한 털이 날려 내 코끝을 간지럽히듯하다.


곱디 고왔던 화려한 미색의 나뭇잎이 사라진 나무 사이로 그제야 초록 나무가 보이고

언덕 둥치로 초록 풀들이 싱그럽다.

피라칸다는 피처럼 붉은 열매가 마치 한 여름처럼 눈부시며

설레는 여름과 겨울 붉은 열매를 섞어

피라칸다 파이를 만든다.

시뻘건 과즙이 터지며 빨간 태양의 매운맛이 아리송한 맛을 자아낸다.

바로 지난 여름 헤어진 연인처럼.

딱 그 맛이다.


가을의 끝을 부여잡고

겨울 초입에 차갑기만 한 줄 알았던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이제 막 쪄낸 앙꼬 없는 호빵마냥

달콤하며

그리움에 목이 멘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면 그리움은

어느새 촉촉한 앙꼬가 듬뿍 들어간 단팥찐빵으로 부풀어 오른다.


부풀어 오른 하얀 찐빵 한입 베어 물고

부드럽고 포근한 맛에 

미소를 지어본다.

과자점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로 웃어본다.


나의 날들은

이 모든 것 때문에

풍성하고 배부르다.

시름이 사라졌다.

불안이 날아갔다.



자연이라는 이름으로

과자점을 열었다는 소식에

모처럼 즐거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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