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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비처럼 너에게 가겠다

라고 하면 반겨줄 이가 있을까

by 원예진


춘천에 도착해서 30분을 걷고 카페에 도착해서 창밖을 보니 비가 포슬포슬 내리기 시작했다. 반갑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걸어갈 예정이었기에 불청객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낮에 원주에서는 눈이 내렸는데 그때는 생각보다 싫지 않았다. 그저 4월 중턱 무렵 눈이 내려 벚꽃나무와 흩날리는 눈이 겹쳐 보일 때 이질감이 들었을 뿐. 문득 ‘첫눈’은 많이 쓰이지만 ‘첫 비’는 생소한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무래도 눈보다 자주 볼 수 있고 비를 떠올렸을 때 축축하고 어두운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첫-이 붙으면 조금은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첫 비라고 말하게 되는 시점은 땅이 마르고 비가 필요한 상황일 것이다. 결국 ‘첫 비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것은 네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내가 나타날 것이고 잔잔하고 소란하게 마음을 달래주는 존재라는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첫 비처럼 너에게 가겠다’라고 하면 반겨줄 이가 있을까? 의미를 생각하다 보니 생소한 말이 세상 든든한 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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