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2동에서 시작된
페이지 미상의 책 한 권은 강원도 원주로 옮겨져
펼쳐지기 시작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과 묘한 기대를 품은 채
읽어나간 책은 어느덧 26페이지를 손에 쥐고 있다.
페이지를 넘기기 직전에야 다음장이 비어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펜을 드는 모습이란,
잘못 쓰면 지우고 찢어버릴 수 있는 노트와 다르게
인생은 잘못 쓰면 쓰인 대로 기록된다는 사실이
우리의 머뭇거림을 만드는 것 같다.
아주 먼 훗날엔 그마저의 실수도 어여뻐 보이지 않을까
하고 앞으로의 문장은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뭐라도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실수를 해도, 그다음 이야기는 정해지지 않았으니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