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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llowballoon Oct 18. 2016

단풍과 억새 물든
가을빛 속으로

단풍은 가을의 얼굴이요, 억새는 가을의 몸짓이다. 붉은빛 곱게 물든 얼굴로 시작된 가을은 슬프면서도 찬란한 억새의 은빛 춤으로 마무리된다.

가을 서정을 한껏 전하는 단풍과 억새 명소를 소개한다.




봉화 청량산

기암 절벽과 어우러진 단풍의 황홀경

‘내륙의 소금강’으로 불릴 만큼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청량산은 말 그대로 맑고 시원한 기운이 감도는 천하 명승지 중 한 곳이다. 청량산 3경으로 꼽히는 달빛, 설경, 단풍 중 청량산을 대표하는 아름다움은 단연 단풍. 삐죽이 솟은 회색빛 기암절벽과 그 사이사이에 꽃처럼 붉게 피어난 단풍은 차곡차곡 쌓아올린 무지개떡처럼 고운 빛을 발한다. 청량산에서도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외청량사라 불리는 응진전이다.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응진전은 자그마한 청량사의 암자로 금탑봉의 이마 부분에 자리한다. 가을이 농익는 10월이면 수십 길 낭떠러지에 아래로 단풍이 융단처럼 펼쳐진다.



청원 청남대

대청호반에 물든 추심

대청호를 오른쪽으로 끼고 청남대로 향하는 길은 만추에 더욱 빛을 발하는 길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낸 청남대 진입로의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들이 조용히 계절을 갈무리하며 소멸해 가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청남대 경내는 흔히 볼 수 없는 야생화와 수목의 천국이기도 하다. 주목, 섬잣나무, 금송, 산목련, 향나무 등이 본관 주위에 자리 잡았다. 본관에서 골프장~초가정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은 가을 야생화 단지. 걸어서 20분 거리인 이 길 주변에는 붉고 노란 단풍을 비롯해 벌개미취, 구절초 등 90여 종의 야생화가 자란다. 둥근 반송들이 호위하는 길을 지나 대통령이 머물렀던 거실과 침실, 손님방 등이 있는 본관을 둘러보고 나면 발길은 자연스럽게 숲길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러 길들은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가볍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정을 구상했던 초가정에서 바라보는 대청호의 전망도 일품이다.



담양 추월산

가을에 올라야 참맛을 아는 산

만추의 가을, 산봉우리가 보름달에 맞닿을 정도로 높다 하여 이름 붙은 추월산은 가을에 꼭 한번 찾아봄직한 산이다. 인근의 내장산이 가을 단풍을 보려는 등산객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추월산은 그 진가를 아는 사람만 가는 산이라 비교적 호젓하다. 추월산을 오르면 이런 멋진 단풍을 놔두고 왜 내장산으로만 등산객이 몰려드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특히 호남 최고의 호숫가 명산으로 호수와 단풍, 절벽의 단애에 위치한 보리암까지 볼 수 있다.

추월산은 추색이 완연해지는 11월 초순의 풍광이 압권이다. 가장 유명한 단풍 지대는 산의 암봉 아래로, 회색의 기암괴석과 붉은 단풍이 무더기로 어울려 그림 같은 풍광을 연출한다. 정상 언저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보리암에서 보는 산세도 일품이다. 맑은 날이면 정상에서 지리산 능선도 볼 수 있으며 남동쪽으로 담양읍 벌판 너머 무등산, 남서쪽으로 병풍산과 태청산, 북서쪽으로 방장산과 입암산, 내장산까지 볼 수 있다.



가평 운악산

기암도 물들이는 아름다운 단풍

가평군과 포천군의 경계에 위치한 운악산은 수도권에서 가을 정취가 빼어난 산이다. 특히 가을 운악산은 산 밑에서 바라보기만 해도 그 빛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치 색동저고리를 입혀놓은 듯 형형색색의 단풍이 기암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최고의 단풍 포인트는 산 중턱에 자리한 병풍바위로 산봉우리 전체가 돌로 이루어진 것이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 같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솟은 병풍바위에 세상의 모든 색을 모아 그림을 그린 것 같은 단풍 풍경은 자연이 아니고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신비한 풍경이다. 중턱에 자리한 현등사 주변 등산로 또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좋다. 낙엽 쌓인 흙길은 만추의 서정이 듬뿍 묻어나는 길이다.



영월 장릉

고풍스러움과 절제된 아름다움을 지닌 가을 풍경

장릉은 단종애사의 슬픈 역사를 지닌 단종의 무덤으로 소나무숲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 곳이다. 장릉의 단풍 관람 포인트는 재실에서 정자각까지 200m 구간. 소나무숲의 유명세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은행나무를 비롯해 키 큰 단풍나무가 주종을 이뤄 가을이면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무엇보다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장릉의 가을 서정을 더한다. 누렇게 바랜 잔디와 높고 푸른 가을 하늘, 그 아래로 짙은 녹색의 소나무와 그림처럼 고요하게 어울린 단풍의 빛은 장릉이 품은 역사와 더불어 마음을 숙연하고 정갈하게 한다. 장릉 외벽을 따라 걷는 길도 가을이면 단풍이 곱다.



무주 적상산

천하제일의 단풍치마를 두른 곳

적상산(赤裳山)은 이름에서부터 단풍의 고운 빛이 느껴지는 산이다. ‘적상’이란 가을이면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풍경이 아름답다 해서 붙여진 이름. 색색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풍나무와 참나무, 상수리나무들이 사이좋게 어울려 이름처럼 수줍은 듯 아늑하고 부드러운 가을빛을 뽐낸다. 단풍 산행의 하이라이트는 정상 서쪽에 병풍처럼 펼쳐진 치마바위 일대다. 고려의 명장 최영 장군이 단칼에 내려쳐 두 쪽으로 갈랐다는 전설이 서린 장도바위 위에 서면 단풍에 물든 치마바위 일대가 건너다 보인다. 산 정산에 오르면 저 멀리 덕유산 향적봉이 아득하게 펼쳐지고 불이 붙은 듯 활활 타오르는 무주 일대의 산하도 한눈에 보인다. 적상산에 안긴 안국사는 아기단풍이 고운 절집으로 앞마당에 서면 덕유산 향적봉, 칠연봉과 거칠봉으로 이어지는 힘찬 능선이 절의 호위 무사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안국사가 있는 9부 능선까지 차를 이용해 오를 수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적합하다.




무등산 규봉암

억새길 너머 자리한 고즈넉한 암자

규봉암은 억새로 유명한 무등산 장불재에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암자다. 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근 삼존석과 십대에서 보조국사 지눌과 진각국사 혜심이 불도를 닦았다고 전한다. 해발 900m의 장불재에서 규봉암 가는 길은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루는 길이다. 이 산길엔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있고 바위와 나무도 조화를 이룬다. 규봉암이 품은 풍광 또한 일품이다. 뒤로 무등산 3대 석경(石景) 중 하나인 광석대를 비롯해 10개의 기둥바위가 숲을 이룬 절경을 자랑한다.



제주

억새로 물든 늦가을 풍경

늦가을 제주의 풍경을 채우는 것은 은빛 억새다. 한라산을 둘러싼 산등성이와 오름은 물론 들판마다 억새가 군락을 이뤄 늦가을 막바지 절경을 펼쳐낸다. 억새를 즐길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다. 오름에 올라 즐기거나 차를 타고 달리며 즐길 수도 있다. 차로 억새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성산읍 수산리와 성읍민속마을을 잇는 중산간도로(1119번 지방도) 구간. 이 길은 멀리 한라산을 가운데에 두고 동서 방향으로 봉곳봉곳 솟은 오름들과 가을 바람에 살랑대는 억새가 조화를 이뤄 한 폭의 풍경화를 연출한다. 성산읍 수산2리 사거리에서 구좌읍 송당리 소재 아부오름 인근 사이의 ‘금백조로’ 구간도 억새 명소로 정평이 난 곳. 금백조로에서 억새를 즐길 예정이라면 늦은 오후에 수산에서 송당 방면으로 달리며 지는 해를 마주하길 권한다. 억새들이 역광을 머금어 마치 한겨울 눈이 내려앉은 듯 하얗게 빛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름에 올라 억새를 즐기고 싶다면 오름 전체를 감싼 억새가 시선을 압도하는 따라비오름(성읍민속마을 위쪽)을 추천한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이곳은 오름의 전형적인 부드러운 곡선을 간직하고 있다. 세 개의 분화구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곡선이 무성한 억새와 어우러져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따라비오름의 등산로는 ‘하늘 가는 길’이라 부르는데 그 길을 따라 걷노라면 백발노인의 가르마를 따라 걷는 듯 평안함도 느낄 수 있다.



지리산 만복대

바람을 따라 하늘금 사이로 억새가 춤추는 곳

가을 지리산 서쪽으로 가면 피아골 단풍에 견주어도 빠지지 않는 흰빛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새하얀 불꽃이라 불리는 억새다. 가을 만복대는 온통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억새가 지천이다. 완만하고 둥글둥글한 능선은 더없이 부드러워 보는 이의 눈을 편안하게 한다. 억새가 지천으로 깔린 만복대 정상은 조망 산행의 즐거움도 준다.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100리 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 추천 코스는 정령치~만복대~고리봉~성삼재를 잇는 4시간 코스다. 성삼재에서 정령치까지는 6km가 넘는 길이지만 정령치 쪽에서 40분 정도만 힘겹게 오르면 그 너머는 내리막이어서 비교적 편안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글 _  yellow trip 이현주




: Yellow trip 카카오 스토리

https://story.kakao.com/ch/yellowt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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