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잡설 #10 - 20190723

오늘 하루 느낀 잡생각을 씁니다.

by Yellow Duck

<미루 어록 정리>


1.

우와~! 잡설 10번째! 매일 썼더라면 금방 도달했었겠지만, 매일 쓴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지라 이만큼 온 것만으로도 내 어깨를 토닥인다. 잘했어, 최승연! 계속 쓰다 보면 매일 쓰는 날도 오겠지. (그래도 3일에 한 번은 썼더라.) 연기처럼 날아가는 순간의 생각들을 비록 꼬리일지라도 잡아놓는다는 건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좋은 일 같다.


오늘은 그동안 귀여웠던 미루 말 정리.



2.

집에 빵이나 우유, 기타 뭔가가 떨어졌을 때, '엄마가 나중에 사 올게'라고 약속을 하곤 하는데, 물론 요즘 내 정신머리로 그걸 제대로 지킬 리가 없다. '앗, 미안... 엄마가 깜빡했어...'라고 미안해하는 일이 잦아지자,

- 엄마는 깜빡하는 엄마야. 왜 나는 깜빡하는 엄마가 있을까?

혹은,

- 이제 뭘 사야 하는지 손에다 쓰자! 엄마가 깜빡하지 않게.

라고 하다가 어제는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혹은 진심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엄마... 정신 차려...

아, 예... 죄송합니다... 정신 바짝 차리겠습니다...

그냥 허툰 약속은 하지 않는 게 답이다.



3.

자기 전 침대에서 같이 뒹굴거리며 노는데 갑자기 미루가 내 팔을 붙잡고 핥기 시작하더니,

- 으음~ 아이스크림 맛있어! 난 안 녹는 아이스크림이 좋아. 계속 먹을 수 있잖아. 엄만 안 녹는 아이스크림이야.

요즘 고양이처럼 자꾸 내 팔을 핥는다. 무슨 심리인지 모르겠다.



4.

- 엄마, 근데... 밤에는 원래 자는 건데 왜 엄마랑 아빠랑은 밤에 일을 해? 밤은 자라고 있는 거잖아.

그러게 말이다, 미루야... 엄마도 그냥 자고 싶다... 그나저나, 너 요즘 너무 늦게 자. 밤은 원래 자는 건데 왜 너는 밤에 놀려고 하니? 일찍 자는 습관을 기르자!



5.

- 아빠가 더 재밌어. 아빠는 재밌는 생각 많이 하고 엑스페리먼트(experiment)도 많이 해.

- 아빠는 남자고 키 크니까 아저씨지. 수염도 있잖아. 아빠는 아저씨야.

- 아빠는 슈퍼맨이야. 모두가 기분이 안 좋으면 웃게 만드는 웃긴 빠빠(papa) 슈퍼맨.

미루가 아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

아빠는 재밌고 아저씨고 웃긴 슈퍼맨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왠지 땜빵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뭐 이럴 때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요즘 뉴스 보면 정말 잡생각이 많아지는데 (특히 한일 관계), 너무 복잡해서 정리가 안 되고, 또 정리를 하려니 귀찮고, 당장 내일 있는 BTS 춤 수업 걱정이 앞선다. 자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꿀렁거려 봐야지.




평소 페이스북에 단상처럼 올리던 글을 마음먹고 일기처럼 페북과 브런치 동시에 올립니다.

글쓰기에 집중하고자 하는 채찍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기에 독자가 그동안의 제 신상 몇 가지를 이미 알고 있다는 전제 하에 글이 전개됩니다.

(ex: 다문화 가족이며, 예전엔 대학로에서 무대 디자이너로 일했고, 오랫동안 여행을 했으며, 딸아이 미루는 한국 나이로 7살이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며, 얼마 전에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것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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