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씩한 승연 씨의 이방인 일기 2022년 9월 3일
2022년 9월 3일
2주 독일 배낭/캠핑 여행 후로 허리가 아파 고생하고 있다.
처음 허리가 삐끗한 걸 느낀 건 여행 일주일째 되던 날,
로텐버그에서 뮌헨으로 가기 위해 짐을 챙길 때였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배낭 메고 다녔더니 허리에 무리가 간 것 같은데,
어깨에 짐의 모든 무게가 실리는 걸 막기 위해 매는 허리 벨트 부분의 골반이 삐끗한 것이다.
솔직히 배낭 자체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지만 계속 매고 돌아다니고,
또 텐트에서 자는 게 침대에서 자는 것만큼 편하지는 않으니,
이 모든 게 쌓인 결과인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다음 날,
미루는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구구 나 죽네 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엄마가 할머니 되는 건 싫다며 침대에 엎드려 누우라고 했다.
그리고는 소리쳤다.
- 미루의 수퍼 마사지!
그러더니 근 30분 넘게 내 등과 허리를 이리 주무르고 저리 주무르며 생난리를 폈다.
주먹으로 두드리기도 하고 발로 밟기도 하고 쿠션으로 치기도 하고 내 등에 앉아 엉덩이로 꿍꿍 찧기도 했는데,
제일 좋았던 건 수건으로 엉덩이 뼈부터 어깨까지 자기 몸무게를 실어서 쭈욱 미는 거였다.
수건의 까끌까끌함이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효과도 있고
어깨에서 마무리하는 지점이 딱 어깨 결릴 때의 그곳이라 ‘시원하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벌써 4일째 해주고 있는데, 오늘 그 효과를 제대로 보는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날 때 느낌이 확실히 달랐거든.
신기하다.
통증이 있는 곳은 오른쪽 골반 살짝 들어간 곳인데
다른 곳을 오래 마사지하니까 풀리다니, 이건 무슨 효과인가?
그래도 경미한 통증은 여전하다.
어젯밤엔 괜찮아진 것 같아 평소 뛰러 가는 호수를 천천히 걸으며 산책했는데 결국엔 오른쪽 다리가 저렸다.
킥복싱이고 달리기고 뭐고 간에 전체 코어를 단단히 하는 운동부터 해야겠다.
이제 겨우 50인데 벌써부터 이러면 어쩌라고!
미루가 겨우 만 9살인데 이러면 어쩌라고!
내가 방심했다.
비록 뱃살과 팔뚝 살은 출렁거리지만 그래도 그동안 운동을 꽤 했으니 기초 체력이 강하다고 믿었는데,
꼴랑 2주 배낭 메고 기차 타고 텐트 치고 돌아다닌 것에 이렇게 되다니,
꼬시게 뒤통수 맞았다.
그래도 디스크 아닌 게 어딘가.
사람 훅 가는 건 한순간이구나.
갈 때 가더라도 한 방에 KO 되지 않도록
시작이 반이라는 마음으로 관리해야겠다.
타지에서 아프면 설움이 배거든.
특히 우리나라처럼 가고 싶을 때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닌
유럽에서 아프면 그야말로 고생이 삼만리거든.
그런데 뭘 하지?
필라테스? 수영? 요가?
우선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걸어야지.
사실 일기를 쓰겠다고 마음 먹은 또 다른 이유는
갑자기 훅 가버리는 몸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진짜 아프기 전에 뭐라도 기록하고 싶어서.
자기 전에 미루에게 마사지 한 번만 더 해달라고 졸라야겠다.
미루야! 수퍼 마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