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정이 Mar 07. 2019

강아지 여행, 이럴 줄 몰랐지!

강아지와 함께 여행한다는 건...

여행을 결정하는 건 쉽다.

    마루가 오기 전부터 틈만 나면 어디든 여행하는 걸 좋아했다. 강아지가 합류하자 오히려 어디론가 떠나는 날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두근거렸다. 마루와 첫 여행은 어디로 하지? 행복한 고민 끝에 마루에게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게 해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수도권 강아지 운동장에 가기로 했다. 가는 데만 4시간이 넘어 걸리니 1박 2일의 일정으로.

가자, 다른 강아지들이 있는 곳으로.

     여행지가 정해졌으니 다음 순서는 으레 그렇듯 숙소 검색이었다. 어디 보자. 어디가 괜찮을까. 아무래도 가려고 한 강아지 운동장 근처가 좋겠지? 그럼 여기를 찾아보면 되겠네. 그렇게 강아지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첫 난관에 봉착했다.


강아지와 함께 가는 여행은 숙소를 정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이 정도면 가격이나 지역적 조건이 괜찮겠는데? 하고 예약을 하려고 보면 어김없이 '반려견 동반 금지', 혹은 '애견 동반시 이유불문 퇴실될 수 있습니다.' 등의 문구가 빨갛게, 혹은 작으면서도 굵게 '예약상의 주의사항' 란에 적혀 있었다. 조금 더 알아보니 반려견과 함께 할 수 있는 숙소가 따로 있었다. 어떤 곳은 반려견을 동반하는 게 가능하다 돼 있었고 어떤 곳은 반려견 전용이라 적혀 있었다. 두 숙소의 차이가 뭐지? 여러 숙소를 둘러보며 차이점을 찾았다. 아, 이런 차이가 있었구나. 

    반려견 동반 숙소는 말 그대로 반려견을 동반하여 숙박이 가능한 숙소였다. 다른 숙소와 다를 바 없는 곳이지만 반려견과 함께 잘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는 곳이었다. 어떤 숙소는 반려견을 위한 밥그릇이나 배변 패드 등이 준비된 곳도 있었다. 동반은 가능하지만 숙소내 정해진 곳이 따로 있어 그 곳을 이용해야 하는 숙소들도 있었다. 그래도 반려견과 함께 숙박이 가능하도록 배려를 해 주는 곳이니 그것만 해도 감사했다.

    반려견 전용 숙소는 달랐다. 대부분 앞마당을 펜스로 둘러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돼 있는 곳이 많았다. 여름이면 강아지들과 함께 수영을 할 수 있도록 수영장을 갖춘 곳들이 대부분이며 강아지 운동장과 함께 운영되기도 했다. 강아지와 함께 숙소에서만 지내도 충분히 즐거울 법한 곳이었지만 대체로 다른 숙소에 비해 비용이 높았다. 

    여행을 가서 들러야 할 곳들이 정해져 있고 여행 계획이 세워져 있다면 반려견 동반 숙소를 예약해서 잠만 자고 움직이는 것도 괜찮다. 강아지와 함께 어디 다니지 않고 신나게 하루 묵을 곳을 찾는다면 반려견 전용 숙소가 딱이다. 보호자 분들과 친해질 수도, 강아지들이 신나게 놀 수도 있어 다른 장소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면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마루는 2박을 할 예정이었으므로 하루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숙소, 그리고 하루는 반려견 전용 숙소를 예약했다. 특히 반려견 전용 숙소는 실내 수영장이며 숙소 앞 넓은 마당과 운동장에 바베큐 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어 몹시 기대되는 곳이었다. 하루는 여러 곳을 들를 예정이었으며 그 다음날은 전용 숙소에서 마루와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다.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 지 굉장히 들떠 전용 숙소의 시설들을 보고 또 봤다.

대체 어디를 가느냐고 눈으로 묻는 마루.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할 때 휴게소는 필수입니다.

    마침내 출발 시간이 됐다. 새벽에 일어나 짐을 옮기고 차에 타기전 마루와 가벼운 산책을 하며 흥분을 조금 가라앉혔다. 아무래도 장시간 차를 타고 이동해야 될텐데 배변을 참는 것도 걱정 됐다. 출발전 15분 가량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마루를 차에 태웠다. 산책전 평소와 다른 보호자의 태도에 흥분했던 마루도 산책 후 한결 차분해진 표정으로 차에 타 카시트에 몸을 기대고 곧 잠이 들었다. 그래도 한 시간 정도 지나면 꼬박 휴게소에 들렀다. 처음 휴게소에 차를 세울 땐 내심 걱정이 됐었다. 늘 다니던 휴게소에 마루가 냄새 맡을 풀이나 흙, 나무 등이 있을까? 하는 염려에서였다. 그러나 마루의 리드줄을 잡고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며 뜻밖의 장소들과 마주했다. 산책로가 정말 잘 만들어져 있었다. 어떤 휴게소들은 지역의 명소들을 재현해 놓기도 했지만 대부분 운동 기구와 함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강아지 전용 운동장이나 쉼터가 있는 곳도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덕분에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도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마루와 함께 휴게소에서 산책을 하며 피로를 풀곤 했다. 마루가 없을 때의 휴게소는 그저 잠깐 들르는 곳이었다. 휴게소에 들르면 뭔가 시간을 손해보는 기분이었는데 마루와 함께 하니 정말 쉬었다 가는 곳이 되었다. 강아지는 정말 대단하다. 함께하는 모든 곳을 새로운 풍경으로 바꿔 놓는 힘이 있으니까. 

    새로운 휴게소 풍경을 감상하며 마루와 함께 쉬엄쉬엄 운전해 마침내 첫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숙소였고 울타리는 없었지만 산 속 깊이 있어 숙소 앞 넓은 공터에서 뛰어놀 수 있는 곳이었다.

마루의 첫 여행지.
숙소에서는 오히려 산책을 자주 나가게 된다.

    다행히 마루는 낯선 곳에서도 잘 놀고 잘 뛰었다. 저녁을 먹으며 혹시 몰라 묶어 뒀던 줄을 끊고 마루가 앞 공터로 달려나갔을 때는 혼비백산했지만 다행히 마루는 멀리 가지 않고 주변을 맴돌며 놀았다. 첫 여행지, 첫 숙소에서의 긴장이 서서히 풀려나갔다. 조금은 느긋하게 마루와 공놀이도 하고 주변을 산책했다. 그렇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마다 화장실을 가던 마루가 생각나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떴다. 마루가 혹시 침대나 소파 근처에 소변을 볼까 두려워서였다.

새벽에 함께 산책 나가 들은 개울물 소리가 색다르게 다가왔다.

    여행지에서 해가 뜨기도 전에 눈을 뜨다니. 마루와 함께 오지 않았다면 어림도 없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이었지만 산 속은 쌀쌀했다. 옷을 여미고 마루에게도 옷을 입혀 밖으로 나갔다. 줄 없이 천천히 걸었더니 마루도 신나게 주변을 탐색하며 곧잘 나를 따라 다녔다. 고요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점점 배경에 깔려있던 소리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근처의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여러 높낮이로 화음을 만들어냈다. 해가 뜨기 전의 푸르스름한 하늘이 점점 진회색이 되다 해가 뜨는 장면도 감상했다. 그 뒤 수많은 여행지를 다녔지만 아직도 첫 여행지에서의 해 뜨기 전 산책 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그 때의 서늘하던 뺨과 총총총 신난 걸음으로 들떠서 다니던 마루의 뒷모습과 돌을 굴리며 흐르던 계곡 물소리까지. 마루가 아니었으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자연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봤을 닭.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산책을 나섰다. 새벽의 산책이 각인되어 절로 발이 움직였다. 해가 조금 높아진 때문인지 닭들이 나와 다니고 있었다. 태어나 처음 닭과 마주한 마루는 뒤에 내가 있어서였는지 정말 용감하게 다가갔다. 물론 수탉이 쪼을듯 다가오자 냅다 줄행랑을 놨지만 6개월 무렵의 마루에겐 최대의 용기였을 것이다. 이 정도면 다른 지역에서의 첫 숙박으로 몹시 만족스러웠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자연은 어느 곳에서나 새로운 속살을 풀어 보여주고 있었다. 맑은 아침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아쉬운 마음으로 다음 장소를 향해 차를 몰았다.


강아지와 함께 하루 종일 숙소에서만 놀아도 재밌습니다.

    이 곳에선 아무 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미 숙소에서 할 것들이 넘쳐나 다른 곳에 갈 여유도 없었다. 숙소에 도착하기전 점심을 해결하면 숙소에서 나오지 않기로 했다. 오후에는 수영을 다녀오고 저녁에는 숙소의 강아지 운동장에서 뛰어놀 예정이었다. 그리고 짬짬이 숙소 앞 마당에서도 놀아야지. 마루와 함께, 신나게.

기저귀를 차고 폼이 안난다며 벗겨 달라는 마루.

    꿈은 이루어졌다. 여름이면 마루와 수영장도 가보고 싶었고 내가 저녁 준비를 할 때 마루는 마당에서 뛰어노늘 걸 보고도 싶었는데 전용 숙소에서는 그 모든 걸 다 할 수 있었다. 심심하면 잠깐 줄을 걸고 걸어서 운동장엘 갔다. 흥분한 마루가 배변을 참으면 그 길로 잠깐 내려가 산책도 할 수 있었다. 마루와 함께하는 모든 일정이 신나고 즐거웠다. 마루와 그저 숙소에 머물 뿐인데 이렇게 즐거울 수도 있구나, 첫 전용 숙소는 굉장히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저 강아지와 마음껏 여러 장소에서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소를 찾는다면 반려견 전용 숙소를 예약하면 된다. 비용이 다른 곳보다 비싸다면 그 곳에서의 즐거움을 생각하면 된다. 강아지와 함께 정말 가만히 있어도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추고 싶을만큼 신나는 곳, 그런 숙소를 한 번 경험한다면 다음 숙소도 그런 곳을 검색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다른 강아지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강렬했던 전용 숙소를 퇴실하고 이대로 내려가기엔 정말 아쉬웠다. 혹시, 하는 마음에 소셜 네트워크에서 알게된 분들께 연락을 돌려 비가 오는 날임에도 만남이 성사됐다. 숙소 잡기가 가장 큰 난관이었지, 막상 부딪혀 보니 강아지와 함께하는 여행은 순간 순간 놀라움과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사진으로만 접했지, 실물을 보리라 생각도 못 했던 다른 슈나우저들과 노는 마루라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주어진 몇 시간동안 다른 슈나우저들과 어울려 정말 의미 있는 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다른 슈나우저들과 어울리며 여러 가지를 배우고 어른 강아지들이 어떻게 노는지를 지켜봤다. 보호자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조언도 들으며 새로운 간식과 장난감도 알게 됐다. 

여행의 꽃은 강아지나 사람이나 재밌게 놀기!

        마루와 함께 떠난 첫 여행은 대성공이었다. 일정에 맞춰 예약한 숙소들도 구분이 무색하리만큼 둘 모두 좋았다. 무엇보다 마루가 첫 여행을 다녀온 후 무척 달라졌다. 이갈이가 끝나고 세계관이 확장될 6개월 무렵의 여행은 마루에게 큰 선물이 됐다. 낯선 장소에서 만나 서로 뒹굴며 논 다른 강아지들은 세상이 별 것 아님을 잘 가르쳐 준듯 했다. 더불어 약간의 예의도. 이후 산책 친구인 몽, 콩이와 노는 방법이 달라진 마루를 확인하며 보다 많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아직 한 살이 되기전, 마루의 세계가 점점 굳어져 닫히기전 최대한 많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 지나고보니 과유불급, 천천히 익숙해질 때까지 새로운 환경을 꾸준히 경험하도록 해 주는 게 좋다는 걸 깨달았지만 그 때는 마루의 달라진 모습에 무척 흥분해서 무조건 많은 환경에 노출시키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산책 친구인 몽, 콩이와 더 신나게 노는 마루.

    다행히 남도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었으므로 조금만 나가면 모래사장과 뻘이 있는 바다가 모두 있었고 계곡과 저수지 공원이 있었으며 등산로도 골라 갈 수 있었다. 지체없이 마루와 함께 여름 동안 다닐 수 있는 계곡과 바다 위주로 소풍을 다니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잠시 마루를 뛰어놀게 하다가 잠시 쉴 요량으로 그늘막 텐트도 마련했다.   

함께 여기저기 다니다보니 쉴 공간이 아쉬워 그늘막도 마련했다.


    바다에서 해조류를 밟고 파도 소리에 놀라 도망가고 짖기도 하며 마루는 그렇게 자연을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바닷물을 맛보고, 모래 속에 묻힌 오징어를 파내기도 하며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였다. 가까운 바다를 가는 건 그리 대단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태어나 처음 해조류와 바다를 접한 마루에겐 대단한 여정이었으리라. 그렇게 마루는 바다를 여행했다. 신나게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마루를 보며 문득 처음 접했던 운동장이 생각났다.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집 앞의 놀이터와는 비교도 안되게 컸고 새로 만난 친구들이 있었으며 말하는 대로 놀이가 되는 공간이었다. 마루에게 더 많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다. 어떤 바다는 파도가 세고, 어떤 바다엔 자갈이 있으며 어떤 바다는 발이 푹푹 빠지는 뻘이 가득하니까. 

모래를 만끽하는 마루.

    그 무렵 주말만 기다려 주변의 많은 곳을 다녔다. 처음 보여준 바다는 파도가 잔잔하고 해조류가 많은 곳이었는데 두 번째 보여준 바다는 파도가 높게 치고 소리도 크게 났다. 처음 만난 파도를 보고 마루는 뒷걸음으로 도망을 갔다. 그 파도에 공을 던져주자 파도를 향해 짖더니 용기를 내어 가까이 다가가보고 다음엔 파도에 밀려다니던 공을 건져왔다. 사람이 없는 모래 사장을 전력질주하고 신난 표정으로 파도에게 짖었다가 파도를 넘어 뛰어다니기도 했다. 마루와 함께 파도를 접하자 내게도 파도 소리가 크고 거슬리게 들려왔다. 마루가 용감하게 파도를 대할수록 바다가 점점 넓어보였다. 마루가 파도를 여행하는 동안 내 속의 바다에 대한 정의가 새로워졌다. 마루를 위한다고 생각했던 여정들은 나를 위한 여정이기도 했던 것이다.  

파도야 덤벼! 점점 용감해지는 마루.
겁이 많은 강아지라면 집 앞을 다니듯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처럼 다녀보세요.

    집 앞을 나가듯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를 다녀오고 계곡을 다녀오는 동안 마루는 점점 겁을 내기보다 신중하게 탐색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파도와 맞서고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를 궁금해하며 이제 길가에 놓인 낯선 물건들도 탐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턱대로 겁을 내며 짖기부터 했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강아지의 사회화가 낯선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함이라면 여행은 마루에게 좋은 사회화 훈련이 되어준 셈이다.

새로운 장소지만 두렵지 않아 보호자에게 집중할 수도, 낯선 친구들과도 즐겁게 놀 수 있게 된 마루. 여행은 사회화에 좋은 훈련이다.

   함께 사는 강아지가 겁이 많다면 여행을 권하고 싶다. 새로운 장소에서 처음 보는 친구들과 놀아보고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다면 보다 대담해진 반려견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무서운 환경에서 재밌게 놀아준다면 서서히 주변의 많은 상황으로 용기는 확대되어 갈 것이다. 그렇게 여행을 다니다보면 강아지들에게 두려움이란 어쩌면 사소한 것이 될지도 모른다.

    처음 파도를 무서워했던 마루는 이제 파도를 지켜보고 때로 파도 속으로 뛰어들기도 한다. 길가에 세워진 쓰레기 봉투가 무서워 짖었지만 이제 주춤주춤 다가가 냄새를 맡고 마킹을 하며 한숨을 쉴 줄 알게 됐다. 어둠은 여전히 무섭지만 보호자가 함께라면 괜찮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벽, 여행지에서 함께 산책하며 새소리와 개울물 흐르던 소리를 들었으니까. 그 모든 것들이 사실 별 거 아니었으니까. 훨씬 신났고 즐거운 경험이었으리라.

강아지만을 위한 여행은 없어요. 함께입니다.

    강아지와 함께하는 여행, 이럴 줄 몰랐다. 여정의 모든 순간 강아지와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강아지를 위한 여행이라는 건 오만이었다. 오히려 익숙했던 모든 곳들이 낯설고 새롭게 다가와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들려주었다. 굳이 멀리 가는 여행을 계획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강아지를 데리고 한 컵의 물과 조금의 먹거리만 챙겨 보호자에겐 익숙하지만 강아지에겐 낯선 곳으로 걸어보는 것도 함께하는 여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강아지와 교감하는 시간을 보내기만 하면 충분한 목적지, 그 장소가 강아지와 함께 하는 여행의 목적지였다. 마루와 함께 길을 나서자, 전혀 다른 모습의 길이 되었다. 휴게소는 마루와 함께하기 이전의 의미를 잃었다. 무채색의 관광지가 마루의 떨림과 함께 다채로운 모습으로 살아났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강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분명 시간될 때마다 다른 곳을 가고싶어질 테니까.

이전 04화 강아지 친구, 이렇게 어려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