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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샤쓰 그 신후 May 06. 2021

밀리터리 장르소설) 무토 - 인간, 병기

1부 - 챕터# 3. 마츠이는 무자비했다.

     마츠이 소대는 무자비했다. 

모두가 미쳐 있었다. 이곳이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가장 열악한 오지이자 최전선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미찌나 북부 지역은 히말라야산맥 줄기가 이어져 오는 험준한 산악 지형으로 악명을 떨쳤다. 일본군은 이곳의 정글을 지코쿠(지옥)라 불렀고, 미찌나를 통해 인도 국경으로 후퇴했던 연합군의 스티븐슨 사령관은 나중에 '지옥에서의 탈출'이라 말했을 정도였다. 

    지옥을 견디는 유일한 힘은 잔인함 뿐이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죽이는 게 영광이자 훈장인 군인에게 도망치는 적군을 몰살하는 일만큼 쾌락적인 게 없었다. 그들은 미쳐 있었고, 지옥은 그들을 내버려 두고 있었다.     


    도주하는 몇몇 미군들에게 십자 포화가 쏟아졌다. 12시 방향부터 3시, 6시, 9시 방향에서 십자로 가로질러 난사하는 이 공격대형은 전원 몰살을 의미했다. 마츠이는 작전 때마다 항상 전원 몰살을 목표로 했고, 따라서 가장 즐겨 사용하는 전술이 십자 포화였다. 정면과 좌우 양쪽, 그리고 후방의 무토까지 가세한 마츠이 소대의 십자 포화 공격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미군의 비명과 울음이 사방에서 아우성쳤고 피 묻은 쌍욕이 쏟아졌다. 사방에서 퍼붓는 총탄 세례에 ‘제발 그만 좀 하라고!’라며 악다구니를 쓰는 미군도 있었다. 울음도, 비명도, 악다구니도 잦아들자 공허한 소총 소리만 한동안 정글을 감쌌다. 마츠이가 크게 수신호를 보내자, 소대원들은 "반자이!"(만세)를 외치며 캠프 안으로 돌진했다. 패잔병 싹쓸이를 위한 최후의 '반자이 돌격'이 감행된 것이다. 

    이 순간 어디선가 유탄이 또 날아들었다. 일본군의 만행에 분노한 한 미군이 숨통이 끊어지기 전 기어이 최후 저항을 보였던 것이다. 갑자기 날아든 유탄에 의해 마츠이 소대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했다. 파편에 몸통이 찢어진 두 명이 즉사했고, 다른 세 명은 다리, 어깨 등에 파편이 박혔다. 부소대장은 위생병을 소리쳐 불렀다. 

    미군을 발견한 마츠이가 부하의 경기관총을 뺏어 일어서더니 총탄 스무 발을 때려 박았다. 미군의 몸뚱이에 구멍이 숭숭 나 즉사했음에서 마츠이는 총질을 멈추지 않았다. 전쟁터의 지휘관이라면 자신의 부하가 피를 쏟아내고 죽어가는 모습에 더없이 분노한다. 마츠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적에 대한 보복행위가 훨씬 더 잔인하다는 점이었다. 

    마침내 총성이 멈췄고 미군 캠프에는 연기만 자욱했다. 전멸이었다. 그러나 지옥의 잔인함은 아직 끝나지 않은 듯했다.      


    마츠이가 부대원들 끌고 캠프 안을 휘저으며 소리쳤다. 

    "필요한 건 전부 챙겨라. 숨 쉬는 놈이 있으면 얼마든지 갖고 놀아도 좋다." 

    난도질은 마츠이가 가장 좋아하는 최대의 오락거리였다. 군용 칼은 마츠이가 가장 사랑하는 무기였고 때문에 항상 제대로 날을 벼려서는 지니고 다녔다. 시체가 된 몸뚱이는 재미가 없었다. 아직 숨이 남은 자들, 죽음의 문턱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남은 자들이 대상이었다. 마츠이는 이들의 머리 가죽을 벗겼고, 성기를 잘라내 입 안에 처박았다. 귀나 코를 자르기도 했고, 아예 목을 천천히 잘라보기도 했다. 자신의 신체 일부가 잘리는 광경을 보는 자의 공포와 절규는 마츠이에게는 축복이자 영광의 화음으로 들렸다. 

    소대원들이 몇 군데의 천막에 불을 지르자 주변이 환해졌다. 마츠이에게 한 미군이 눈에 띄었다. 그는 탄약상자가 쌓인 곳에 소총을 끌어안고는 퍼져 앉아 있었다. 구멍 난 배에서는 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핏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마츠이가 그 앞에 쭈그리고 앉자 미군은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는 간신히 영어를 내뱉었다. 

    "죽이지 마세요…. 집에…. 가고 싶어…."

    마츠이가 빤히 바라봤다. 차갑고도 야비한 눈빛에 미군은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서서히 변했다. 울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어조는 달랐다. 

    "제기랄…. 고통 없이 죽게 해줘. 씨발…."

    마츠이의 눈에 미군 입 안이 들여다보였다. 금니 두 개가 박혀 있었다. 마츠이가 조용히 읊조렸다. 

    "미군 새끼들이 우리 황군의 입에서 항상 금이빨을 빼갔지." 

    실제로 그랬다. 미군은 일본군의 시체에서 금이빨이 보이는 대로 전리품으로 칼을 박아 뽑아 갔다.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적군에게서 그러지는 않았다. 

    "제발…. 얼굴은 알아보게 해 줘…."

    울음으로 미군의 입이 벌어지자 마츠이는 대검을 푹 쑤셔 박았다. 악 소리가 울려 퍼졌고 핏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며 캑캑대는 소리가 이어졌다. 마츠이는 잇몸을 도려내는 칼을 한동안 멈추지 않다가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미군의 숨은 진작에 끊어졌다.

    마츠이가 금니를 허공을 쳐들었다. 때마침 부소대장이 폭죽처럼 조명탄을 쏘아 올렸고, 그러자 부대원들의 환호가 정글을 뒤덮었다.

    무토는 그 모습을 아무 감정 없이 우두커니 보다가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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