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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Sep 01. 2019

정신의 줏대 '얼' 차리기


'얼' 의 사전적 정의는 '정신의 줏대' 라고 표현돼어 있다. 군대에서 벌을 주는 의미로 사용하는 '얼차려' 를 타인에게 체벌을 통해 고통을 주는것으로 왜곡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얼차려는 체벌의 의미가 아니라 '정신을 바로 세워라' 라는 말이다.


원래 얼차려의 목적은 체벌이 아닌 '정신이 들어오게 만드는 육체적 행위' 로 즐거운 마음으로 행하는 가벼운 운동 체조 명상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도 얼차려를 할수있다. 반면 심한 체벌은 도리어 얼을 빠지게 만든다. 얼차려는 서로 웃으면서 자발적으로도 할수 있어야 하며 감정이 섞인 체벌과는 구분 되어야만 한다.


인간은 풀어지고 나태한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을때 얼차려를 한다. 얼굴이란 단어는 '얼이 지나다니는 길' 이란 뜻이다. 오랜기간 술과 힘든일에만 찌든 남자들 대부분의 얼굴에는 얼이 빠져 있다. 굴만 남은셈이다. 매일같이 술을 먹게되면 얼이 점점 풀어지고 그것이 하루하루 굳어지면 어느새 얼빠진 표정의 얼굴로 변해간다.



나는 젊을때 음악을 해서 군대는 사단 군악대 착출돼 갔다. 군악병은 헌병이나 의장대처럼 의식을 가장 중요시하는 의식병이다. 군대가 없는 나라도 의식병인 근위병은 국가 권위의 얼굴로서 필수로 존재한다.


의식병 중에서도 군악대는 가장 화려한 복장을 하며 일반 훈련병들보다 군기가 쎌수밖에 없다. 의식병은 그것이 생명이고 핵심이기 때문이다. 반면, 유격훈련이나 사격 행군등 심한 육체적 훈련이 행사일정과 겹치면 훈련이 면제되는 특권을 누리기도 한다. 항상 정신을 차리고 행사에 준비하고 있으려면 언제든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대기 해야하기 때문이다. " 애들 훈련 굴리다가 행사 펑크나면 당신이 책임질거야?" 군악대장 한마디면 대부분 끽소리 못한다.  헌병대와 마주보고 있어서 서로간 쓸데없는 군기 경쟁을 하기도 했다. 전시에는 군악병이 헌병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사실 여부는 모름)



의식병은 그 나라 군대의 얼굴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우에도 대중들에게 헝클어진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 귀빈맞이  3분간의 행사를 위해 한 시간 이상을 고정 자세로 대기하며 행사 나가기전 한시간 이상 옷을 다리고 군장과 버클 단추 악기 구두를 닦아 광을 낸다.


이들도 사람이고 합리적으로만 생각하자면 항상 차렷 자세보다는 행사시간 이외는 그냥 편한 자세로  근무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중앞에서 제복을 입은채 차렷자세를 풀거나 멋대로 주저앉아 쉬는것을 보이는 순간 의식병 으로서의 존재 의미는 사라진다. 대의명분을 저버린 한 사람의 일탈 행동이 그 나라 군대의 모습과 나라의 기강을 대변한다. 그렇게 엉망으로 개개인 기강이 헝클어진 나라의 군대를 보통 우리나라에선 '당나라 군대'라고 하며 중국의 당나라는 역사적으로 엉터리 망국 군대를 가르키는 치욕적인 속어가 됐다.  반면, 우리는 '화랑도' 라는  멋져 보이는 의식병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 나라를 위해 젊음과 목숨을 바치는 군인의 명예가 땅에 쳐박히고 대다수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때문에 젊은이들의 일방적 희생을 국가가 강요하며 강제소집 되었기 때문이다. 힘있는 집안 자녀들은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것에서 형평성에도 문제를 일으키고 힘없는 이들에게만 모순적인 애국심을 요구하면서 강압문화로 유지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귀족 자녀들이 주가되던 화랑이나 군인이 가장 명예직 이었던 스파르타 처럼...  애국심을 가지고 적성에 맞는 건강한 엘리트 젊은이들이 선망하고 자발적으로 군인에 지원 하게끔 지위와 그에따른 보상, 명예를 국가가 쥐어주는 날이 언젠가 오기를 꿈꿔본다. 아마, 통일이 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이명박 시절 병영 개선에 8년간 7조원을 들여 병사 한명당 침대 구입비용으로만 백만원씩 지불하고도 예산이 부족하다고 나라에 더 요구 했다는데 백만원짜리 호화 침상에서 잤다고 자랑하는 군인 소식은 아직 못들었다. 이때 군대는 만원짜리를 흉내낸 백만원 짜리 USB를 썼다. 워낙 정교하게 만원짜리랑 성능 모양 구분 못하게 똑같이 만들어져서 비싼가 보다.



의식병이 한나라 군대의 얼굴이듯 인간의 얼굴은 '얼' 을 그대로 표현한다. 얼이 빠져 있는 사람은 표정과 눈빛에서 알아 차릴수 있다. 대부분이 패배주의에 젖어 피곤에 쩔어 보인다. 그것이 일년 이년 지나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상으로 굳어지고 관상학의 데이터 도구로서 이용 되기도 한다.


얼빠진 사람은 순간의 감정에만 휘둘리며 살아가는 좀비 라이프가 되기 쉽다.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성찰등을 귀찮아 하고 술이나 게임, 유흥에만 오랜기간 몰두하다 보면 어느샌가 얼이 빠져 버린다.


내가 그동안 인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삼십년간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술을 먹으며 아이마냥 노는데 정신팔려 얼이 빠지고 있는줄도 모른채 어느새 중년이 됐고 병걸려 몸이 다 망가지고 죽음을 건너와 내장까지 다 도려내고서야 비로서 지난 얼빠진 시간들을 되돌아 보게 됐다. 지금은 그 흔적들이 그대로 얼굴에 새겨져 남았다. 3년간 금주를 하다보니 조금씩 얼이 돌아오고 지난날을 반성하며 다시 얼차려를 하려고 생각하는 중이다.


힘든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서  한잔의 술로 모든 시름을 털어내는것 만큼 행복하고 지친 삶을 위로 받을수 있는 시간은 없다. 스트래스가 쌓이면 왜곡된채로 성격등이 굳어지기 쉽다. 그러나, 반복되는 그런 유흥의 늪에 넋까지 빼앗겨서는 안된다. 최소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얼은 다시 차릴수 있어야 한다. 푸는것도 중요하고 차리는것도 중요하다. 매일 술에 쩔어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자신을 돌아보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는지.. 가벼운 운동 체조 명상등으로 항상 얼차려를 생활화 하는것이 현 시대에 무척이나 중요함을 느낀다. 나의 경우도 내장이 없어 술을 못먹는것을 한탄하기 보다는 얼차리기 기회로 삼으려 한다.


얼이 빠진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깨어 있으라'는 말은 잠을 자지 말아라 라는 뜻이 아니라 '얼차려' 라는 말로 줏대없이 좀비처럼 휩쓸려 다니기 보다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 시대가 흘러가는것을 냉철히 바라보고 자신이 서있는 현실을 똑바로 주시하라는 의미이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Loveholics : Butterfly MV「국가대표_OST」:

https://youtu.be/54Tz7erlbKI

Michele Zarrillo - Cinque giorni:

https://youtu.be/mok-Mk0jX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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