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죠
한동안 나는 겨울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것 같다. 몸을 움츠리던 습관 때문인지, 여전히 두터운 패딩을걸치고 거리를 걸었다. 아직 내겐 바깥 풍경은 낯설었다. 한때 얼어붙어 있던 길모퉁이에 생명들이 움트고 있었고, 거리에는 얇은 옷을 걸친 사람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걸음걸이는 여전히 겨울에 묶여 있는 듯했다. 사람들은 계절이 바뀌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홀로 늦게 따라가는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창가에 놓인 화분을 들여다보았다. 한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초록 잎들이 마른 흙 위에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을 주었다. 마치 이제야 내 안의 계절이 변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으며 창밖을 보았다. 해가 지는 속도는 예전보다 느릿느릿한 듯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어두워지는 시간이? 챗바퀴 같은 하루 속에서 나는 계절의 변화를 놓치고 있었던 걸까?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정리하고 있다. 길거리에서는 누군가가 두꺼운 겨울옷을 정리해 가방에 넣고 있었고, 동네 카페 창가에선 사람들이 가벼운 웃음소리를 나누며 봄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어떤 사람은 베란다 화분에 새 흙을 갈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겨우내 닫아 두었던 창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겨울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는 봄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하루는 호수공원 벤치에 앉아있다가, 발치에 핀 꽃 한송이를 발견했다. 작은 꽃이었지만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안에 자리 잡았던 겨울의 무게가 갑자기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여전히 지난 계절의 흔적을 끌어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곤 바람이 불어왔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한, 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었다.
내가 기다려온 것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었다. 아마도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봄이 옴과 동시에 작은 조짐이 내 안에서도 서서히 움트기 시작했다. 끝과 시작이 맞닿아 있는 계절의 경계에서, 나는 더 이상 겨울에 머물지 않기로 했다. 나를 짓누르던 감정을 차츰 내려놓고, 새롭게 다가오는 변화 속으로 한 발 내딛으리라.
봄이 온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리고 이젠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이 모든 것을 바라본다. 모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품고 있으며, 그 경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이 글을 읽어주는 이들에겐 이 끊임없는 순환 속에서 우리는 각자의 계절을 살아내고 있다는 위로를 건네고 싶다. 나 역시도 세상의 변화를 두려워하기보다, 내 안의 변화를 조금씩 받아들이는 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변화됨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용기를 하나씩 배워가는 여정. 그것이 진정한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방법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