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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May 05. 2017

파리의 공연 매너

파리는 두말하면 입 아픈 예술의 수도여서 정말 헤아릴 수 없게 많은 공연들이 있는데 다양한 공연을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어서 자주 관람을 하는 편이다. 그 와중에 한국과 다른 파리지앵들의 공연 매너를 발견하게 되었다.


1. 공연 관람 전 아페로

아페리티프( Apéritif, 식전주- 줄여서 Apéro, 아페로)가 일상인 파리지앵들은 공연하기 전 바에 들러 간단히 와인, 맥주 또는 샴페인을 한잔 한다. 특히 샴페인은 글래머러스한 저녁 공연의 감초와도 같은 역할 이어 물랑루즈, 크레이지 호스, 리도 같은 캬바레 공연장들은 아예 샴페인이 포함된 패키지를 판매하기도 한다. 바에서 구매한 음료는 공연장 안으로 반입이 가능한 곳들이 대부분이어 그런 경우 사람들이 너도나도 손에 술 한잔씩 들고 공연을 관람한다. 공연장 내에서 판매한다고 지나치게 바가지 씌워서 파는 것도 아니어서 마실만 하다(캬바레들은 제외. 그곳은 물이 10유로이다). 물론, 가끔 공연 중간에 계속 술을 사러 가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지만... 공연 관람 전 샴페인은 필수!


2. 드레스 코드 

일반 콘서트장이라면 상관없는데 위에서 말한 캬바레 공연장들은 격식 있는 차림이 필수이다. 공연장 옷차림을 보고 운동화는 관광객,  슈트는 파리지앵이라 구분이 가능할 정도이다. 나 역시 TPO 에 맞춰 입는 게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으로서 처음엔 굉장히 어색하게 결혼식에 입고 갈 법한 옷들을 입었으나 나중엔 점점 과감하고 화려한 나이트 아웃 룩들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일반 연극과 콘서트는 복장 제한이 없으나 다들 멋을 부리고 오는 편이다.


3. 앵콜 

한국에서 공연 후 외치는 '앵콜'은 불어의 'Encore'인데, 정작 파리에선 이 마법의 단어를 아무도 외치지 않는다.

파리에서 관객들이 아티스트를 다시 부르는 방법은 다양한데,

- 모두가 발을 동동동 구르거나

- 아티스트의 이름을 부르거나

- 일심동체로 칼박수를 치거나

- 축구 응원가를 부른다 (White stripes - Seven nations army).

그러면 마지못해,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아티스트가 다시 등장하여 앵콜곡을 연주해준다.


4. 아티스트의 인사 횟수 

한국은 보통 두 번, 많으면 세 번 정도 아티스트가 다시 나와서 인사를 하고 박수갈채를 받고 들어가는데

파리는 기본 세네 번, 많으면 다섯 번까지도 다시 나와서 놀라웠던 경험이 있다. 모두들 아낌없이 일어서서 박수를 쳐주고 손바닥의 세균도 잡고 참 좋다.


5. 보안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1번에 와야 마땅하지만, 공연 매너라기보다는 공연을 관람하기 앞서 염두해야 할 사항인 점에서 나중에 언급하는 보안이다.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가장 큰 테러가 일어났던 파리인만큼, 공연장의 보안 검색은 그 어디보다도 엄격한 편인데, 우선 일정 크기 이상의 가방은 아예 반입이 안되고 가방 검색, 외투 검색 및 심하면 몸수색도 들어간다. 바타클랑 공연장에서 서커스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처음 공항 검색과 같은 수위의 보안 검색을 거쳤다. 성별별로 구분하여 몸수색까지 하는 공연장, 그러한 장애물 애도 불구하고 파리는 오늘도 수백 개의 공연들의 커튼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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