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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융 Jun 27. 2017

프랑스에서 '인사'를 꼭 해야 하는 이유

봉쥬르!

외국어를 배우면 가장 먼저 배우는 단어는 바로 '인사'일 것이다. 

낯선이와 말문을 트는 가장 첫 번째 단계인 '인사'.

외국어를 모르는 이라도 Hello, Bonjour, 니하오 같은 인사말은 다들 알 듯이 인사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프랑스에서의 인사는 한국보다 더욱 중요하다.

'봉쥬르(Bonjour)'라는 인사말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노크와도 같아서 절대로 빼먹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버스를 타도 봉쥬르, 가게에 들어가도 봉쥬르, 낯선 사람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봉쥬르, 낯선 이에게 말을 걸 때도 봉쥬르이다.

한국에서 위와 같은 상황에 '안녕하세요'라고 거의 하지 않는 것에 반해 프랑스에서는 위와 같은 상황에 '봉쥬르'를 안 하면 굉장한 실례이고 무례한 사람으로 눈총을 받을 것이다.

 

특히 '낯선 이에게 말을 걸 때'의 '봉쥬르'는 처음에 굉장히 어색했는데 한국에서 같은 상황에 보통 '저기요', '실례합니다'를 사용하는 것에 반해 불어는 'Excusez-moi (실례합니다)'보다 'Bonjour'를 더 먼저 말해야 한다. 친인은 'Excusez-moi'로 말문을 열었다가 'Bonjour d'abord(안녕하세요 먼저)'라는 핀잔을 들은 적도 있다고 한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종업원과 눈을 마주치고 '봉쥬르'를 먼저 해야 자리를 안내받을 수 있다. 한국처럼 그냥 빈자리에 앉다간 자리 안내해 줄 테니 다시 나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이제는 어딜 가도 먼저 눈을 마주치며 봉쥬르를 외치고 다음 말을 진행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던 와중 잠시 들어간 한국에서는 새삼스럽게 문화충격을 느꼈는데, 아무도 버스 기사님에게 인사를 안 하고, 아무도 엘리베이터에서 서로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어색해져 버린 나는 버스 탈 때마다 '안녕하세요!'를 외치는데, 그분들도 받는 게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무시하는 분들도 있고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프랑스의 '봉쥬르'는 한국의 '안녕하세요'에 비에 간결하고 음률적이어서 말하는 재미가 있다. 사람따라 음색도 강세도 억양도 달라서 그에 따라 화답하는 맛도 크다. 물론 안녕하세요도 노래하듯 말할 수 있지만 일단 길어서 사람들이 잘 말하지 않는 게 아닐까 싶다. 


봉쥬르와 더불어 다른 대표적인 인사로는 비쥬(Bisous)가 있는데, 비쥬는 양볼에 하는 키스인 프랑스식 인사법으로 아는 사이에서만 허용되는 친근한 인사이다. 비쥬의 방향과 횟수는 또 지방마다 다른데 파리는 보통 왼쪽, 오른쪽 볼에 두 번 비쥬를 한다. 비쥬를 할 땐 입으로 쪽, 쪽 소리를 내야 하는 게 포인트이다. 입술을 정말 가져 다대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직장상사라도 휴가 복귀 등 오랜만에 보거나 새해 등 큰 이벤트가 있으면 다들 비쥬를 한다. 


난 비쥬가 좋다! 인간적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이랄까. 연인 말고는 타인과 닿을 일이 없지만 비쥬로 연결고리가 조금 더 견고 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쥬를 한다고 하면 영 께름칙하다. 같은 나이일지언정 한국인 부장님과의 비쥬는 프랑스인 사장님과의 비쥬와 느낌이 너무 다르다. 일단 존댓말과 위계질서부터 없애야 비쥬가 되든 말든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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