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나 Oct 22. 2022

침묵과(沈默果)

시 열하나.

여러분, 드디어 침묵의 나무에 열매가 맺혔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하나만 먹어볼까요?

잘 익은 걸로 골라서..

아,

고새 침묵나무가 잎에다가 진리의 길을 그려놓았네요.

이틀 전에 봤을 때만 해도 없었는데 시간이 이리 신기합니다, 하하.

나중에 시간 되는 분들은 가까이 와서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아시다시피

잔가지들을 모아 빗자루를 만들면

부당하게 젖은 모든 것들에
메마른 손길이 되어 포근히 덮어준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넉넉히 가져가세요.
그리고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에
어린 빛들이 그리는 이 소곡이 들리시나요.

분명히 한번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으니 집에 가시기 전에 잊지 말고 들어 보세요.


잠깐,

먹기 전에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다른 과일과 마찬가지로,
침묵과에도 물론 비밀이 들어있답니다.

그러나 침묵과의 비밀이 특별한 것은

침묵과가 담은 비밀은 무겁고 부드럽게 여러분을 곧바로 감싼다는 겁니다.

잘 눈에 띄지 않는 다른 과일의 비밀들과는 명확한 차이가 있죠.
그것은, 침묵과는 바람과 나뭇잎 사이 비밀들을 먹고 익어갈 뿐 아니라

여러분의 오랜 조상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켜켜이 쌓인 시간들을 가득 품은 채로 익어가때문입니다.


아삭 아사삭-

맛이 정말 좋지요?


진리 없이 나뒹구는 사실들과

침묵을 잃고 외로워진 말들에 지친

모든 현대인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말이 멈추는 곳에서 분명 해지는 침묵의 나무입니다.


주변에서 찾기 어렵다면 여기 이 묘목을 가져가세요.

가격은 무료입니다.

이전 10화 초라한 약자의 자기 위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