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2(토)
Day2 (D-9)
팀 빌딩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챗GPT와 나, 단둘이었다. “잘 부탁한다!” 속으로 중얼거리고 노트북을 폈다. 아이템은 정해졌다. 이제 열흘 안에 잘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게 정말 문제를 해결해주는 서비스인지 아닌지만 증명하면 된다. 그렇게 나만의 첫 출근이 시작됐다.
요즘은 자동화가 엄청 잘되어 있다고 들었다. 코딩도, 디자인도, 기획도, 이제는 툴과 AI가 알아서 척척 도와준다고. 나도 그 말을 믿었다. 그래서 오늘은 자동화의 세계에 뛰어들기로 했다. Cursor, MCP, Figma. 그리고 이 셋을 연결하는 자동화 플러그인이 있다고 했다. 이름만 들어도 뭔가 엄청난 걸 만들어낼 것만 같았다. “로그인 페이지 만들어줘.” 하면 뚝딱 디자인과 코드까지 완성되는 영상을 보며,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었다.
집에만 있으면 집중이 안 될 것 같아 스타벅스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대학생들 시험 기간이었다. 자리는 거의 없었고, 겨우 테이블 한쪽 모서리에 낑겨 앉았다. 콘센트도 없는 자리였지만, 충전을 풀로 해온 걸 다행이라 여겼다. 정신없는 풍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몰입을 시작한다.
스타벅스에 올 때마다 나는 스타벅스의 ‘오늘의 커피’를 시키는데, 이 서비스를 참 좋아한다. 값도 아메리카노에 비해 저렴하고, 매번 랜덤으로 다른 원두를 맛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는 갓 내린 저렴한 커피를, 스타벅스 직원에게는 더 빠르고 편한 서빙을. 아마 회사에서는 더욱 더 부가적인 이익을. 서로에게 좋은 이 서비스가 꽤 마음에 든다. 서비스의 본질은 이런 게 아닐까? 모두에게 최선의 win-win을 주는 것.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노트북을 폈다. Cursor 설치는 어렵지 않았다. 2주 무료라니! 널널하잖아?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런데 MCP라고 부르는 무언가는 연결이 됐다 끊겼다를 반복했다. GPT가 알려주는 대로 하나하나 문제를 찾아가며 수정해봤지만, 어.. 6시간이 지나도록 Figma에서 화면을 그리는 부분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자동화라며. AI가 다 해준다며. 챗GPT 유료버전이면 짱이라며..
노트북 화면은 변한 게 없는데 시간만 빠르게 흘러갔다. AI를 믿었던 비개발자인 나는 지금 하루 종일 삽질만 하고 있었다. 디자인이 없는데, 고객에게 뭘 보여줘야 하지? 그럼 고객이 어떻게 만족하지? 다른 플랫폼에 기생하는 것이 최선인가? 텅 빈 피그마의 캔버스 앞에서 나는 멍하니, 내 유일한 팀원에게 괜히 화를 풀어냈다.
월급을 준 내 1호 직원은 고작 그런 버그 하나 못 푸는 나를 비아냥거리는 듯 느껴진다. 하라는 대로 하고, 가끔은 내가 하라고 시키고, 하다보니 순식간에 하루가 다 갔다. 아쉽게도 눈에 보이는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좌절감만 가득 안은 채, 카페를 나섰다. 하늘은 어둡고, 공기는 쌀쌀하다. 몸도, 마음도 지친 하루였지만, 아직 열흘 중 이틀째.. 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본다.
오늘은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지만, 내일은 정말,
뭔가 하나라도 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며, 이틀 차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