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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피아노학원에서는 교재 뭐써?

내가 실제 피아노 레슨하면서 사용한 교재

by Ms Kim

캐나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피아노를 배울 때 어떤 교재를 사용할까? 캐나다의 기본적인 음악 교육 시스템은 로얄음악원 (The Royal Conservatory of Music) RCM 시스템을 기반으로 각 레벨별로 꽤나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RCM레벨은 1부터 10까지 있는데 레벨별 주 교재로는 피아노 레퍼토리, 에튀드, 테크닉리콰이얼먼트, 시창청음 그리고 음악이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기들도 이 시스템으로 시험을 준비하고 치를 수 있도록 음악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다. Rcm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보면 처음 피아노를 시작하는 비기너들을 위한 기초 레벨 프렙파토리를 시작으로 level 1-4(초급), level 5-8(중급), level 9-10 (고급)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level 9부터는 히스토리와 화성학 시험이 필수이고 음악이론 시험과 실기 시험을 모두 치러야 한다. 각 시험은 음악이론 따로 피아노 실기 시험 따로 볼 수 있다. 한국식 교육이 뇌에 탑재되어 있던 나는 당연히 이론 시험을 통과해야 실기 시험을 볼 수 있거나, 실기 시험 통과 후 이론시험을 패스해야 최종 성적통지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다르게 이론시험과 실기 시험 개별적으로 치를 수 있게 되어있으며 각각의 합격 통지서도 따로 받을 수 있다. 또한 편리한 점 중에 하나는 음악이론 시험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서 꼭 캐나다와 미국이 아니어도 어느 나라에서든지 시험을 신청해서 응시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이 점은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적으로 보자면 잘 짜인 판이라고 생각된다. 주의할 점은 현재로서는 음악이론 시험은 온라인으로 볼 수 있지만 실기시험은 대면 시험을 봐야 한다. 이 시험 제도의 가장 큰 이점으로는 RCM 상위 레벨 시험에 합격하면 학교 음악수업 시 교과과정에 크레딧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시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레슨 하기로 한 첫 만남에서 벌써 시험 등록 언제 할 수 있는지 문의하는 학부모도 경험했으니... 꽤나 신선했다. 한국이나 캐나다나 높은 교육열이 추구하는 건 세계 공통이구나 하지만 캐나다 토론토 기준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내가 느낀 바로는 중산층이 거의 없는 구조에 빈부격차가 심하다고 느껴졌다. 교육에 정말 관심이 많거나 아니면 자유롭거나 둘 중 하나. 한국도 중산층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구조이기는 하지만. 캐나다는 생각 보다 홈리스 (거지)도 정말 많고 어디에 사는지에 대한 지역 차이가 굉장히 심했다.



Rcm의 상위 버전인 피아노 전문 연주자 과정인 ARCT 도 있지만 아직 내가 근무하고 있는 뮤직스쿨에서는 ARCT를 공부하는 학생을 본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rcm 시스템을 공부하고 티칭 하면서 느낀 점은 캐나다의 피아노 교육 환경은 음악 이론적인 색채가 매우 강하고 레벨별로 체계적인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시험 제도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은 퍼포먼스와 연주에 포커스가 되어있다면 rcm은 단순히 피아노곡만 연주를 훌륭하게 한다고 해서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가 없다. 실기, 음악이론, 시창청음, 피아노테크닉 세션별로 점수가 매겨지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모두 마스터해야 하고 그 어느 파트 하나라도 점수가 미달되면 실기시험을 통과할 수가 있다. 제대로 배우려고 하면 학생들이 어려움을 느낀다. 이과정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즉 피아노만 잘 연주해서는 시험에 통과하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음악적 지식과 테크닉적인 모든 스킬이 완성되어야만 한다.



다음은 피아노 입문자를 위한 prep. 교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교재는 피아노 입문자를 위한 교재로 Level 1을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배우는 교재이다. Prep 교재로 직접 티칭 해보고 내가 느낀 점은 5-7세(한국나이) 학생에게 이 교재로 수업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가능하기는 하나, 전공하신 분들이 교재를 살펴보면 바로 알 것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지루해할 것이 불 보듯 뻔한 교재라는 걸. 나는 개인적으로 rcm 프로그램은 유치부와 초등학생 1학년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Rcm 은 제대로 배우려면 고학년에게 맞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나는 상위레벨 고등학생 레슨할 때가 훨씬 재미있고 편하다고 느껴졌다. 학생들이 내가 가르치는 만큼 흡수할 수 있고 따라올 수 있으니 레슨 할 맛 이 난다고 해야 하나?


캐나다에서 유치부 레슨을 위한 교재 추천으로는 마이퍼스트어드벤처 교재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현재 캐나다 나이로 5세와 6세 피아노레슨시 my first piano advanture 영문판 교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도가 높은 교재이다.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피아노 어드벤처 온라인 웹사이트에서 오디오북이 지원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연주하기 전 미리 어떤 곡을 배울지 노래와 함께 곡을 감상해 볼 수도 있고, 직접 피아노를 연주할 수도 있으며, 책 하단에 학생과 선생님이 함께 듀엣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 반주도 제공되어 있다. 그래서 레슨 커리큘럼 만들기가 굉장히 수월하다.


나의 티칭 소스를 조금 공유해 보자면, 나는 레슨 시작 후 새로운 곡을 학생들이 배우게 될 때 제일 먼저 오디오를 들으면서 곡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과 분위기, 노래가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그다음 학생이 직접 연주하게끔 연습시킨 뒤에 마지막으로 함께 피아노 듀엣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레슨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렇게 레슨 하면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30분 레슨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또한 마이 퍼스트 피아노 어드벤처의 장점은 워크북이 있어서 워크북을 함께 티칭 하면 음악이론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으면서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숙제를 제공하기 딱 좋다. 이렇게 어드벤처 교재로 나만의 레슨 커리큘럼을 만들었다.
작년에 로얄음악원 리쿠르트에 참가하였는데 거기서 피아노어드벤처의 저자 랜덜 페이버 (Randall Faber)를 직접 만나는 영광을 누렸다. 처음에 그를 보았을 당시에는 피아노 어드벤처의 저자인 랜덜 페이버인 줄 몰랐고 RCM 선생님들과 홀에서 다과 타임을 갖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옆을 돌아보니 내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분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은데 하고 설마...!!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다시 한번 쳐다보니 뭐야 피아노어드벤처 저자 얼굴이 자나,,, 오 마이갓. 그렇게 나는 용기를 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 당시, 내가 캐나다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구직 중에 고군분투하던 시절이라 내 온신경에 뮤직스쿨 취업에 쏟아져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내 질문은 정말 형편이 없었다. 그리고 질문을 딱 하나만 하다니... 내가 랜덜 페이버에게 한 질문은 어떻게 캐나다에서 피아노 레슨을 시작할 수 있는 지를 물었고 그는 심플하게 다운타운에 있는 캐나다 뮤직스쿨에 지원해 보라고 했다. 아무튼 내 인생에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을 했다.


또 하나의 교재로는 알프레드 피아노 Alfred’s piano 교재이다. 대학교 다닐 때 학교에서 그렇게 피아노 어드벤처랑 알프레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코스까지 만들어준 수업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이걸 해야 하지 싶었는데 이렇게 캐나다 와서 잘 써먹을지 누가 알았는가... 개인적으로 알프레드 교재는 피아노 어드벤처 교재보다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 악보가 훨씬 어렵게 되어있다. 알프레드 교재가 개정이 잘 되지 않은 건지 내가 잘 못 찾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학생이 구버전 교재를 가지고 있어서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는 교재라 티칭이 쉽지 않았다. CD지원되는 것 같았으나… QR 쓰는 시대에서 CD라니 너무 올드해... 알프레드 교재는 나쁘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 어드벤처가 나와 티칭 스타일이 더 잘 맞는다고 느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여러 교재를 접해 봄으로써 교재의 중요성을 필히 깨닮았다. 그리고 학생의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교재의 중요성은 더 확실하게 느꼈다. 일단 유아음악을 시작으로 유치부는 오디오북이 제공되거나 스티커북이 있으면 더욱 좋고 나이가 어릴수록 교재만으로 30분을 수업에 집중시키게 하는 것 또한 매우 쉽지 않다. 다행히 한국에서 음악교구를 몇 개 가지고 왔지만 한국나이로 7세 이상으로 맞춰져 있어서 캐나다 나이 3-4세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을 때 너무 힘들었다. 3-4세는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아닌 유아음악 액티비티로 그룹레슨을 진행하는 게 맞다. 이 티칭을 계기로 어린 학생들의 음악교구사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더욱더 몸소 체감했다. 그리고 유아음악레슨은 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 왜냐하면 피아노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제대로 된 피아노 티칭을 할 수가 없다 그 나이 때에는 유아음악으로 놀이식 액티비티 수업으로 가는 게 맞다.



마지막으로 뮤직스쿨에 근무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내가 생전 처음 보는 교재로 가르치게 된 경우이다. 그 교재는 바로 KEYFEST교재인데 한국에서 이교재로 레슨 하는 곳을 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청담동 피아노 학원에서도 파트로 잠깐 근무했었는데 그곳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 이 교재를 가지고 온 학생은 다른 뮤직스쿨에서 배우다가 온 인도 계열 학생인데 이교재와 알프레드 교재 두 권을 섞어서 배우다가 왔다. 뭐지 이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으로 배운 학생은… 왜 알프레드교재랑 섞어서 배우고 왔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교재만 봐도 그동안 어떻게 배워왔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교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학부모에게 새로운 교재를 구매하라고 할 수가 없어서 그 학생이 가져온 교재 그대로 티칭하고 있는데 생전 처음 보는 교재에 처음에는 티칭 본능이 살아나고 내 눈이 반짝거렸지만 전반적으로 교재를 평가하자면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평범한 교재인 것 같다. 인종이 다양한 캐나다 인 만큼 각 나라별 선호하는 피아노 교재를 접할 수 있어 좋다. 나는 왜 새로운 걸 경험하고 탐구하는 게 이렇게 신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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