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피아노레슨을 하면서 느낀 나라별 학부모 특징
캐나다 학부모들의 특징은 출신 백그라운드에 따라 매우 다른 성향을 보이고 개인적인 펄스널 성격에 따라서도 다르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피아노 레슨하면서 만난 학부모의 특징들을 나열해 보자면, 우선, 캐나다 사람들은 일부 학부모를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사교육에 극성 맘들이 없다. 한국은 조기교육의 중요성 및 진도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 한국의 피아노 커리큘럼 제도는 시험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해진 레벨은 없지만 (급수 시험 및 콩쿠르 제외) 진도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한 곡의 연습량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고 한곡을 마스터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다음 날 암묵적으로 진도를 나가는 경향이 있으며 그로 인해서 학생들이 점점 압박감을 느끼고 처음에는 즐겁게 연주하던 학생도 바이엘을 뗀 후, 체르니 입문하게 되면 피아노가 어려워지고 하기 싫어지는 케이스가 많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체르니’는 교재가 아닌 작곡가의 이름이다. 체르니가 작곡한 곡을 모아 체르니 100, 30, 40 등으로 구별 지어놓은 것뿐이다.
이 작곡가의 곡들은 전반적으로 피아노 테크닉 훈련 곡으로 안성맞춤이다. 피아노 테크닉 적인 색채가 강한 만큼 어린 학생들이 배우기에는 매우 재미가 없는 곡일 수밖에 캐나다 rcm 곡들 중 Advanced 레벨 piano etude 교재에 체르니 곡이 있다. 그만큼 학생들에게 초견이 쉽지 않고 스케일과 아르페지오, 코드 등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제대로 연주하려면 매우 까다로운 곡이다.
이런 테크닉적인 곡을 진도 빼기 바쁜 현황이니 참 많이 안타깝다. 하지만 한국 학부모의 최고의 장점은 학생들이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해도 어떻게 해서든지 학업 능력치를 끌어올리려고 부모가 함께 부둥켜 앉고 열심히 한다는 부분이다. 애가 하기 싫어서 울어도 단호하게 교육한다. 이런 부분이 특히 스스로 학습이 어려운 학생들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캐나다 학부모는 학생들이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면 바로 선생님에게 컴플레인을 하거나, 아예 피아노 수업을 중단하거나 담당 선생님을 바꾸거나 하는 편이다. 이 부분도 처음에는 굉장한 문화차이로 나에게 다가왔다. 사실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강사들일수록 가지고 있는 음악적 지식수준이 높다. 대충 심플하게 설렁설렁 가르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마디를 한 시간 레슨 하는 강사는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말 안 해도 다 알 것이다. 얼마나 훌륭한 강사인지를 하지만 학생들은 못 견디지…
나도 피아노강사 초창기에는 학생들에게 내가 가진 음악적 지식 모두 잘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곡도 세밀히 분석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적당히' 수위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못 따라오기 때문이다. 못 따라오면 당연히 어려워한다. 피아노는 취미성향이 강한 예체능 과목인 만큼 어려우면 전공하지 않는 이상 그만둔다. 또한 선호하는 연주곡에서도 매우 차이가 났는데 한국은 어려운 곡을 연주하거나 퍼포먼스가 좋아 보이는 곡들을 연주하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해서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학생과 학부모가 좋아했었다. 하지만 캐나다는 개인이 평소 좋아하는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는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이 얼마나 경쟁 사회의 문화가 녹아들어 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보다 어려운 곡, 멋있는 곡, 있어 보이는 곡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국과는 상반되는 학부모님들의 반응에 캐나다에서의 나의 티칭 룰이 조금은 변했다. 서로의 장단점이 매우 뚜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부모의 마음은 다 똑같다고 느꼈다. 언뜻 보면 느슨하고 쿨 해 보이지만 아이의 상황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내가 티칭을 시작한 후, 3개월 차에 이메일로 피드백 요청을 받았고, 현재 학생의 진도 상황이나 아이의 현재 상태, 레벨, 배우고 있는 곡 등 여러 부분 들을 체계적으로 조합해서 피드백 이메일을 보내 드렸는데 매우 좋아하셨다.
학생들이 늘어날수록 레슨만 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님의 문의사항도 함께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캐나다는 한국만큼 학부모의 문의가 까다롭지는 않다. 캐나다 사회전반적으로 정말 엄청나게 큰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에 안 들면 말 안 하고 안 가거나 그만두거나 한다. 이 나라가 일자리는 구하기 힘든데 해고가 쉬운 나라라서 그런지 타인의 일자리에 타격을 입히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듯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지만.
마지막으로 캐나다와 한국 학부모의 같은 점은 선생님에 대한 그들의 존경스러운 에티튜드는 한결같다.
학부모님과 학생 모두 선생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매우 집중해서 어느 순간 나는 말 한마디도 그냥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한날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 잘하고 있냐고 하는 질문에 너무 잘하고 있다. 스마트하다고 칭찬하면서 그런데 숙제에 신경을 써줘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너 숙제 안 했냐면서 수업이 끝난 뒤 스튜디오 대기 책상에 앉아서 숙제를 시키는 모습을 보고... 아 내 말에 이렇게 집중을 잘해주실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매우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말의 무게감이 확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