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음악교육은 RCM
너 레벨 몇이야? What's your level?
'너 한국에서 무슨 일 했었니'라고 묻는 사람들마다 나는 피아노를 가르쳤어라고 말하면 항상 돌아오는 질문이 What's your level? 이였다. 뭐? 도대체 무슨 레벨을 말하는 거지? 우리는 레벨이 없는데...
이 질문은 한국에서 너 체르니 몇 번이야? 혹은 몇 번까지 쳤어?를 얘네들은 너 레벨 몇이야?로 통용되는 것 같았다. 알고 보니 캐나다에는 바이엘과 체르니가 없고 대신 RCM이 존재하는데 이 과정은 레벨이 1부터 10까지 있다.
또한 한 홍콩친구를 통해 ABRSM 알게 되었는데 이과정도 레벨별로 진급해서 올라가는 방식이라고 한다.
피아노 교육이 영국계통 쪽은 ABRSM, 북미나 미주권은 RCM으로 배운다는 사실을 이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음악교육에만 레벨테스트가 없다는 걸 알고 나니 뭔가 씁쓸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피아노 급수시험과 콩쿠르등이 있지만 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피아노 교육 과정이지 않은가?
캐나다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다른 음악교육 방식에 눈을 뜰 수 있었고 또한 이곳은 "RCM"을 기반으로 움직인 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바이엘 다음 체르니 순서대로 배운다.
아시다시피 바이엘과 체르니는 단순히 작곡가 이름이다. 한국은 작곡가순으로 배우는데 캐나다에서는 레벨별로 피아노 테스트를 진행해서 시험에 합격하면 다음 레벨로 진급하는 방식으로 교육프로그램이 짜여있었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등 다른 악기도 이와 같은 방식인 것 같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우리나라는 사람들이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것이 피아노를 잘 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테크닉위주의 교육방식이 마구잡이로 섞여있다. 그 덕분에 기교적으로는 다른 국가들보다 한수 위라고 생각한다.
반면에 음악성을 기르기에는 조금 어려운 환경인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대학에서 테크닉적으로 우수한 동기들은 많이 만났지만 곡을 감정적으로 잘 표현해 내는 음악성이 좋은 학생들은 몇 명 없었다.
캐나다의 RCM교육은 피아노를 시작하는 초보단계부터 음악이론 시창청음 스케일 곡 등 체계적으로 함께 배우면서 시험을 보고 올라가는 방식이라 처음에는 테크닉적으로 더딜지라도 레벨이 올라갈수록 음악을 더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RCM교재를 살펴보니 솔직히 기초레벨 부분의 곡들은 난이도가 바이엘이나 체르니보다 테크닉적으로 쉽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 보고, 표현해야 하는 곡들이 많았다. 이로 인해 음악성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으며 기초 부분에서도 다양한 음악적 지식을 동시에 배우다 보니, 한편으로는 한국도 이러한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도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학생이 직접 생각해 보고 표현하는 교육방식이 참 뭔가 캐나다스러웠다. 이렇게 과정이 잘 짜여있는 이유는 RCM이 학교 크레딧과도 연결이 되어 있어서일까? 레벨 8부터는 피아노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고 학교 학점에서도 베네핏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격차가 이렇게 다른 거구나라고 또 한 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