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공허한 게 장마철인가 보다

by 여은

억수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잠시 왔다가는 소나기인 줄 알았는데 수시로 공허한 게 장마철인가 보다. 쏟아지는 빗줄기도 끝은 있다. 흐리기도 했다가 햇볕이 쨍쨍하기도 했다가 날씨도 시작과 끝으로 변화를 주는데 매 순간 지속되는 내 공허함은 언제쯤 끝이 날까. 언제쯤 나에게 변화가 찾아올까. 매일 숨이 막힐 공허함에 짓눌린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속이 풀릴까. 하늘로 향하기로 했다. 공허함으로 가득한 속이 풀릴 거라는 기대감을 안은채 안전벨트를 착용했다. 기대감은 금세 식었다. 내려다보니 별거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미적지근했다. 이런 방법에도 내 공허함은 풀리지 않는구나 싶어서 이동하는 내내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요즘 들어 부쩍 속이 허-하다. 음식을 앞에 대령해도 막상 입이 짧아서 매번 남긴다. 공허함에 속을 채우려는 걸까. 다 먹지도 못하는 음식을 매일 배달시키며 통장을 비워내려 한다. 매번 잘못됐다는 걸 느끼면서 같은 짓을 반복한다. 우울에 찌들다 못해 속이 허전할 정도로 망가진 걸까. 힘들게 번 돈 이런 식으로 쓰고 싶지 않은데 우울함과 공허함이 지속되니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싶나 보다.

야차도 아무나 잡아먹지 않는다. 나에게 해를 입힌 죄인들을 열탕 지옥 불가마에 쑤셔 넣는다. 고통은 상처가 되고 상처는 응어리로 남았다. 내 응어리를 책임져 줄 야차를 기다리고 있다. 열탕 지옥에 끌려간 죄인들은 불가마를 보며 떨고 있지만, 나에게 해한 잘못은 끝내 기억해내지 못한다.

응어리의 크기를 체감 중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응어리가 숨통을 짓누르고 있다. 숨통이 조이는 게 숨을 아끼기 위함일까? 응어리에게 많은 것을 내줬는데 숨통까지 내줘야 되는 것인가?

흔들리는 동공은 불안정함을 나타내는 것이다. 호흡을 가다듬고 신경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려 한다. 눈앞에 보이는 물건들을 옮기기도 하고, 무작정 책을 펼쳐서 읽기도 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조여 오는 불안정함이 지속된다면 약을 목구멍으로 넘긴다.

목표를 위해서 참아왔다.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답답한 마음 붙들고 있었다. 수험생으로서 느낄 수 있는 자극을 느끼고 왔다. 억지로 붙들고 있느니 쉽게 즐길 수 있는 자극을 주는 편이 오늘의 나를 위해서, 내일의 나를 위해서 좋을 거라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 환기를 좀 시키니 자제력을 잃고 자극을 찾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낯선 도시를 지도 없이 헤매는 것처럼 혼란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