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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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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Jan 28. 2022

산골 겨울 놀이

장작 쪼개기와 눈썰매

  올 겨울 새로운 놀이가 생겼다. '타이어 장작 쪼개기.' 과정은 이러하다. 폐타이어 안에 굵은 장작을 빼곡히 채운다. 손에 도끼를 들고 무게를 가늠하며 타이어 앞에 선다. 잠재되어 있을 몸의 힘과 발 밑 대지의 중력을 느낀다. 심호흡을 하며 도끼를 높이 쳐든다. 단호히 내리친다.


  도끼날이 닿는 순간 나무가 쫙 갈라지면 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전율이 내달리고 쾌감이 번진다 같은, 평소라면 좀 뭣한 표현까지 거리낌 없이 하게 된다. 봤어?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을 땐 더욱 호기로운 소리가 나온다. 봤다! 대답하는 이도 덩달아 유쾌해진다. 동생과 둘이 번갈아 하는 장작 쪼개기. 처음부터 놀이는 아니었다. 게 쪼갠 잘 마른 장작이 필요했다. 이번 겨울 새로 구입한 장작은 다소 문제가 있었다. 덜 마른 상태라 불쏘시개를 잔뜩 써야 겨우 불이 붙는 데다 연기도 많이 났다. 오래 묵혀 둔 잘 마른 장작과 섞어 태워야겠는데 굵은 것밖에 없었다. 난로에 넣기 곤란할 정도로 굵어서 몇 년째 남겨진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쪼개야 했다. 장작 쪼개기, 과연 할 수 있을까. 시도해 본 적은 있지만 무거운 도끼를 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검색을 다 드디어 해 볼만한 방법을 발견했다. 유튜브 영상이었는데 폐타이어 안에 나무를 넣고 도끼로 툭툭 손쉽게도 쪼개는 것이었다. 그처럼 쉽게 될 리는 없지만 시도해 볼만은 했다. 일단 타이어를 주워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산골에 웬 타이어들이 그리 많은지, 그동안은 눈에 띄지 않던 것들이 사방에 있었다. 비탈이 많은 산골이라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눌러놓은 용도인 듯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비탈 경사 아래에도 두 개나 있었다.


타이어 안에 장작을 빼곡히 채운다


사정없는 도끼질로 잘게 쪼갠다


  타이어 장작 쪼개기는 성공적이었다. 타이어라는 게 아주 신통했다. 날카로운 도끼날이 닿아도 전혀 갈라짐 없이, 마구잡이 내치는 어떤 충격도 거뜬하게 흡수했다. 든든한 안전 테두리가 있어 마음 놓고 도끼를 휘두를 수 있었다. 단번에 쪼갤 수는 없었지만 서너 번 도끼질에 결국 성공했. 된다는 믿음은 의기를 충전해 주었다. 갈수록 요령이 늘고 힘도 솟았다. 기운이란 것도 샘물처럼 자꾸 퍼내야 솟구치나 보았다. 처음엔 들기조차 벅차던 도끼를 칠 지나지 않아 어렵잖게 치켜들 수 있었다. 씨름에서 나를 쉽게 재끼는 동생은 단번에 성공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흠, 이 놈은 만만치 않겠는."

  옹이가 단단히 박힌 나무를 상대할 때면 직한 말투로 일단 분위기부터 제압할 줄 아는 동생이다. 흥미로운 표적을 앞에 둔 냥꾼처럼 시선까지 고요해지는가 싶은 순간 탁, 정확히 도끼를 내리꽂는다. 오호, 포효는 내 입에서 대신 터져 나온다. 아무리 추운 날도 도끼질 몇 번이면 땀이 솟았다. 겉옷을 벗어던지고 둘이 번갈아 열을 식히며 놀다 보면 며칠 난로 지필 땔감이 마련되었다. 장작 쪼개기가 이렇게 재미난 것이었던가. 해 보기 전에는 몰랐다. 몸에 잠재되어 있던 자연의 기운이 분출되는 느낌. 마음도 후련해져서는 가까운 산마루까지 내처 다녀오기도 했다. 아무리 재미나더라도 하루 세 타이어(타이어에 장작을 세 번 채우는 양) 하자고 약속을 해 두었다. 욕심을 내면 더 이상 놀이가 아닌 일이 될 터이고, 힘에 부치면 탈이 나는 이다.  


장작 쪼개기를 마치고 쉬는 중
장작 쪼개기 관람을 무척 좋아하는 고양이들


   난생처음 해 본 도끼질 내면에 잠자고 있던 뭔가깨운 모양이지만, 창고 안에 오래 잠들어 있던 눈썰매까지 깨우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 함박눈이    날, 동생이 눈썰매를 끌고 나왔다. 산골 생활 만끽하느라 초기에 몇 번 보았던 눈썰매였다.  흥인지 보람인지되살아났다 해도, 산골 겨울 묘미를 은둔으로 여기는 나로선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눈썰매 타는 동생을 창으로 내다볼 때만 해도 기분은 그러했다. 막상 밖으로 나서면 기분 같은 건 달라진다.  온통 하얗게 덮인 천지와 내 몸이 이저들끼리 기운을 나누고 있었다. 풍성한 눈밟으며 게 뻗은 비탈 위에 서자  권할 것도 없이 썰매에 올라타게 되었다.

  "눕지 마, 그럼 무게 때문에 속도가 너무 빨라져."                  

  동생이 주의를 주몸이 절로 뒤로 젖혀졌다. 눈보라를 가르며 썰매가 냅다 달렸다. 

  "언니 살아 있어?"

 동생이 소리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하, 요란한 웃음이 속에서 터져 나왔다. 눈을 흠뻑 덮어쓰며 썰매를 멈추는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이 하늘하늘 떨어지고 있었다. 썰매 장작 쪼개기 다르지 않다.  보기 전엔 모른다. 




마당 아래 비탈길, 눈썰매 타는 동생


2013년 장만한 눈썰매


누워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


한참 놀고 집으로...


함박눈처럼 기분 좋은 설날 되시고...복 듬뿍 받으세요^^


함박눈 내리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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