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깊숙이 이해하기 위한 지질학 공부
# 김용제 외 지음
# 한국지질자원연구원
# 2020년 8월 30일
# 한 줄 추천평 : ★★★★☆ 제주도의 지질학적 주요 지형들을 형성 모식도와 멋진 사진으로 잘 보여준다. 정확히 indication이 되어 있으면 별 다섯개였을텐데! 왜냐면 내가 사진 옆에 글만 보고 어디가 어딘지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초초일반인이기 때문이다.
# 읽기 쉬는 정도 : ★★★★☆ 글과 그림의 비중이 거의 50:50이다. 하지만 글이 어렵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썼지만 지질학 용어 자체가 주는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 용어가 어려울 땐 가장 뒷 장에 있는 용어설명을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다.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를 도로 근처나 관광지 스팟만 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게 됨으로써 자연스럽게 화산 지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왜 여기는 까만 돌이 아닐까? 왜 여기는 흙 색깔이 이렇게 붉을까? 어떻게 저런 경관을 가지게 되었을까? 너무 궁금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주도 지질 관련 책을 탐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질학 용어는 대부분 일본어투의 한자어로 설명을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기초 용어부터 익혀야 한다는 생각에 2020년 개정판으로 따끈따끈한 「제주도 지질여행 2020 개정증보판」을 정리해본다. 이 책을 쓰신 분께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읽었다고 뿌듯함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KMLE 책이나 해리슨 보다 더 열심히 봤다.
제주도는 유네스코의 생물권 보전지역 2002년, 세계 자연유산 2007년, 세계 지질공원 2010년 지정되었다. 정확히 잘 몰라도, 어쨌든 제주도의 생태와 지질학적 특성이 독특하다는 것을 이 사실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다.
# 용암(lava) : 마그마가 화산 분화구나 지각의 갈라진 틈(fissure)을 통해 지표로 분출되면 마그마의 이름이 바뀌어서 용암이라고 한다.
# 용암류 : 지상으로 분출된 용암이 흐르는 현상. 두 종류가 있다. 파호이호이 & 아아
# 화도(conduit) : 깊은 곳에 있는 화산물질을 위로 이동시키는 통로
# 화구(vent) : 화산이 불을 내뿜는 곳
# 분화구 = 화구
# 화구호(crater lake) : 분화구에 비와 지하수 등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
# 마르(maar) 또는 폭렬공 : 화구호가 만들어지는 것
# 함몰 분화구(pit crater) : 화산활동을 통해 용암이 분출되는 중 아래쪽에 있던 마그마가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게 되면 수직 함몰이 일어난 분화구
# 부석(浮石, 뜰 부, 돌 석, pumice) : 용암 파편(화산쇄설물)의 종류 중 물에 뜨는 것
# 분석(噴石, 뿜을 분, 돌 석, scoria) : 용암 파편(화산쇄설물)의 종류 중 물에 가라앉는 것
# 분석구(噴石丘, 뿜을 분, 돌 석, 언덕 구, scoria cone) : 분석이 화구 주위에 엉켜서 화산체를 만든 것.
# 화산쇄설물 : 화산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암석 부스러기, 알갱이들
# 응회구(凝灰丘, 엉길 응, 재 재, 언덕 구) : 화산쇄설물이 퇴적된 것 중에서 좀 더 큰 것
# 응회환(凝灰環 엉길 응, 재 재, 고리 환) : 화산쇄설물이 퇴적된 것 중에서 좀 더 작은 것
# 단성화산(monogenetic volcano) : 단일 화산분화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체
# 수성화산분화(hydrovolcanic eruption) : 물과 마그마의 혼합으로 발생하는 화산활동
분화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아야겠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 분화의 뜻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분화(噴火, 불을 내뿜음) : 화산성 물질이 지구 내부에서 표면으로 방출됨. 또는 그런 동적 현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비교적 단시간 내에 지표로 방출되는 현상을 이른다.
화산(火山, 불산)의 분화(噴火, 불을 내뿜음)는 용암류, 화산쇄설물의 양, 화산물질을 위로 이동시키는 동로인 화도, 갈라진 틈으로부터 방출된 가스의 양, 화산의 구조와 위치, 마그마의 화학성분, 온도, 휘발성분의 함량 등에 따라 화산 분화는 다르게 나타난다.(p.4~5)
즉, 화산 분화는 화산이 불을 내뿜는 것을 말하고, 불을 내뿜는 것이 여러 종류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상상하는 화산의 모습인 팡! 하고 폭발하는 형태의 화산 분화가 있는 반면, 폭발하지 않고 꿀렁꿀렁 아기가 게워내듯 용암이 나오는 화산 분화도 있는 등 다양한 형태의 화산 폭발의 형태가 있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화산이 한 가지 종류의 분화 형태만 갖기도 하지만, 다양한 분화 방법을 가지는 화산도 있다.
이제부터 화산 분화의 3가지 형태를 살펴보자.
하와이형 용암 분출은 폭발하지 않고 꿀렁꿀렁 아기가 게워내듯 용암이 나오는 현상을 말한다. 용암이 나와서 흐르는 현상을 용암류라고 하는데, 용암류는 크게 파호이호이(Pahoehoe)와 아아(Aa)로 구분된다. '이들 용암은 형성과정에서 마그마의 성분보다 용암 분출 당시의 온도, 점성, 유속 등과 같은 물리적 조건과 탈기체화(degassing)에 따른 변화 그리고 지표면의 경사 등에 의해 다른 특성을 갖는 형태로 구분된다.'(p.6) 이름이 이렇게 귀여운 이유는 화산학 관련 용어들이 하와이어에서 유래되었기 때문이다.
파호이호이 용암은 적은 양의 마그마가 조용하게 분출되는 경우 만들어진다. 점성이 적어 멀리까지 흐르고, 그동안 공기와 접하는 쪽은 굳고 그 내부는 아직 굳지 않아 용암관 또는 용암동굴을 발달시킨다. 투뮬러스(tumulus), 용암함몰지(lava pit)의 지형을 만든다. 흘러가던 용암류가 전면이 굳어지면서 돌출부(lobes)가 생겨나 울퉁불퉁한 작은 언덕 지형을 만들기도 한다. 파호이호이가 낮은 지형으로 흐르면 판상형 용암류로 바뀐다. 공기와 접하는 겉 표면은 뜨거운 하부에 비해 먼저 굳어 커다란 판 조각이 생기며, 이런 판은 다시 갈라지기도 한다. 이런 용암류가 굳으면 넓은 평지를 형성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이를 ‘빌레’라고 부른다. 파호이호이 용암류가 굳으면 유리질과 같이 반짝이고 매끄러운 표면을 보인다.
아아 용암은 많은 양의 용암이 격렬하게 분출하며 만들어진다. 꾸덕꾸덕한 용암으로 파호이호이보다 두껍다. 아아 용암류는 주로 용암 수로(lava channel)를 통해 이동한다. 용암수로는 대개 분출구와 가까운 곳에서는 좁으나 멀어질수록 넓어진다. 표면은 산화로 인해 적색을 띠는 클링커층으로 되어 있으며, 중앙부는 비교적 치밀한 것이 특징이다.
마그마는 불을 내뿜는 화구(vent)를 향해 화도(conduit)를 통해 아래에서 위로 상승한다. 마그마 속에 휘발성분이 있으면 갑자기 폭발할 수도 있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순간을 상상하면 비슷할 것이다. 이런 마그마가 폭발 이후 굳어지면 부석(浮石, 뜰 부, 돌 석, pumice) 또는 분석(噴石, 뿜을 분, 돌 석, scoria)이라는 용암 파편이 만들어진다. 부석은 물에 뜨고, 분석은 물에 가라앉기 때문에 이름이 저렇게 지어졌다. 부석은 조면암질이나 유문암질 마그마가 분출할 때 생기고, 분석은 현무암질 마그마에서 생긴다.
분석이 화구 주위에 엉켜서 화산체를 만드는데 이를 분석구(噴石丘, 뿜을 분, 돌 석, 언덕 구, scoria cone)라고 한다. 대부분의 분석구는 한 번의 화산활동 기간을 거치면 마그마가 굳어 화산 아래 화도를 막으면서 더 이상 화산이 아니게 된다. 하지만 화산활동이 끝나도 상당 기간 열이 공급되어 분석이 산화되어 붉은색을 띤다. 제주도에서 ‘송이’라고 부르는 암석 파편은 대부분이 분석이다.
지하에서 상승하는 마그마가 육지를 통해서 나오지 않고 바다나 지하수 등과 같이 물을 만나면 수성화산이 생긴다(hydrovolcanism). 용암이 차가운 물과 만나면 용암은 식지만 물은 끓어오르게 된다. 이때 마그마는 작은 반투명 유리조각 알갱이로 깨지는데, 작은 화산암 알갱이와 수증기가 혼합된 ‘화산쇄설물(암석 부스러기)’이 강렬하게 분출해 멀리까지 운반되어 퇴적된다. 이렇게 퇴적된 것이 응회구(凝灰丘, 엉길 응, 재 재, 언덕 구, tuff cone)와 응회환(凝灰環 엉길 응, 재 재, 고리 환, tuff ring)이다.
응회구와 응회환은 분화구의 크기, 높이 그리고 경사면에 따라 구분된다. 높이가 50m 이상이고, 경사면이 25도 보다 급하면 응회구이고, 그렇지 않으면 응회환이다. 성산일출봉이 응회구이고, 송악산과 수월봉이 응회환에 해당한다. 응회환과 응회구는 산 정상에 지름이 수 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를 형성하기도 한다.
'단성 화산' 파트는 엄밀하게 말하면 화산 분화의 형태는 아니다. 하지만 제주의 오름들에 대해 알려준다. 오름이라고 다 같은 오름이 아니다. 다양한 화산 지형에 대해 살펴보자.
제주에 귀여운 오름들은 예전엔 큰 순상 화산 주위에 있는 화산이라고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라고 불렀다. 하지만 학자들은 큰 순상 화산의 활동과 관련 없이 독립적인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단일 화산체로 보며, 그래서 단성 화산(monogenetic volcano)라고 부른다.
제주도에는 총 368 개의 오름이 있고, 대부분은 분석구(噴石丘, 뿜을 분, 돌 석, 언덕 구)이다. 즉, 우리가 전형적으로 알고 있는 펑! 하고 정상에서 폭발하는 그 스트롬볼리 형 분화로 인해 생긴 것이다. 화구로부터 분출한 분석이 쌓여 원추형(圓錐形, 원뿔형)을 이룬다. 분석구의 꼭대기에는 분화구가 있다. 제주어로는 ‘굼부리’라고 한다.
때로는 이후에 분출한 용암에 의해 분석구의 일부가 파괴되어 다양한 형태를 가지게 된다. 이런 분화구에 비와 지하수 등에 의해 만들어진 호수를 화구호(crater lake)라고 한다. 화구호가 만들어지는 것을 마르(maar) 또는 폭렬공이라고 한다. 제주의 유명한 하논분화구가 있다.
점성이 높은 조면암질 용암의 경우 분출한 용암이 분화구에서 멀리 흐르지 못하고, 그 주변부에 계속 축적되어 용암돔을 만드는데, 산방산, 영실, 백록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화산활동을 통해 용암이 분출되는 중 아래쪽에 있던 마그마가 다른 통로로 빠져나가게 되면 수직 함몰이 일어난다. 이를 함몰 분화구(pit crater)라고 한다. 산굼부리가 대표적이다. 함몰 분화구는 절벽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분화구 바닥에 쌓이며 용암으로 채워져 용암호를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