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심사평을 듣고 생각한 이야기들.
지난 12월 저녁, 진우가 틀어둔 <싱어게인>을 보다가 평가받으며 사는 삶에 대해 생각했다.
심사위원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40호 가수가 무대에 나왔다.
그는 “라운드를 거듭하며 심사위원의 피드백을 받아서 다음 라운드에 보여 드려야지 하고 준비해왔다.”
며 준비한 소감을 전했다.
지난 무대에서 윤종신은 40호 가수에게 “정갈하려는 생각 때문에 위태로워 보였다” 라고,
임재범은 “틀에 갇혀 있는 사자처럼 우리에서 도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40호 가수는 그래서 이번 무대에서는 자유롭게 음악하는 게 자신이 생각한 숙제의 답이라고 말한다.
어떤 평가를 받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게 무대의 목표인 것이다.
그는 그 마음을 담아 강산에의 ‘삐딱하게’를 선곡한 후 금빛 탬버린을 들고 무대에 섰다.
노래의 가사 중 한 구절은 ‘너무 훌륭하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네’ 이다.
너무 훌륭하게 보이려는 마음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머리를 흔들며
노래를 부르는 몇 분의 시간이 끝난 후, 그가 듣는 심사위원들의 평을 듣고 눈물이 났다.
지난 시간 혹평을 했던 임재범은 그에게
“바로 그거에요. 철창을 뚫고 나와서 들판을 달리는 사자의 모습을 보았네요. 고맙고 참 잘했어요.”
라고 한 단어 한 단어 힘을 주어 말했다.
평가받으려는 마음에서 벗어나고서야 비로소 좋은 평가를 받는 40호 가수의 모습,
한꺼풀 무언가를 내려두고, 용기를 내서 피드백을 수용한 그의 변화가 마음에 닿았다.
나는 때로 가수와 요가 강사가 어떤 면에서 비슷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무형의 어떤 것으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자신의 에너지를 공간에 채우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언제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바로 그렇기 때문에 ‘너무 훌륭하게 보이려는 마음에서 벗어나’야지만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달리는 사자의 모습을 보았다’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같은 라운드에 참여한 다른 가수는
‘감정을 드러내려고 애쓰다가 몸에 힘이 들어가서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사람들은 눈치 보는 사람을 존경하지 않고, 감동 시키려는 사람에게 감동 받지 않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어하는 이에게 좋은 평가를 들려주지 않는다.
40호 가수는 어쩌면 지난 라운드에 혹평을 듣고 마침내 자유로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축적해 온 내공이 있었기에,
이번 라운드에 보여주고 인정 받으려 애쓰는 노력을 내려놓고
그 자신의 존재를 용감하게 드러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
다음 무대에 선 25호 가수는 그 자신이 엄마이면서,
동시에 얼마 전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 보냈다고 한다.
나는 그녀가 ‘그 또한 내 삶인데’ 라는 곡을 부르는 몇 분간에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모두 담아냈다고 느꼈다.
임재범은 심사평으로 가수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슬픔이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니 그 또한 감사한 일”
이라는 말을 남겼다.
나도 언제나 사람들을 만나고 나를 노출하며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을 내려두고 시간과 연습과 경험을 쌓고, 피드백을 수용하며
먼 미래에 ‘들판을 달리는 사자’와 같이 자유롭게, ‘슬픔으로 영혼을 위로하는’ 가수와 같이 따뜻하게
자신의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