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밑에서 자란 워킹맘
아이를 임신하면서부터 아이 키우기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접하게 되었다.
‘분유 먹여서 아이를 키워도 될까? 모유가 모든 면에서 다 좋다던데.’
‘자연분만을 해야 아이가 똑똑하지 않을까? 제왕절개로 낳아서 미안하네.’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지, 엄마가 아닌 주양육자는 아무래도 엄마보다 못할 거야.’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고민에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왜냐면 그 고민거리의 결과물이 나였으니까.
우리 엄마는 일을 하면서 나를 낳았고 그 당시는 출산휴가가 짧고 유축을 해서 젖을 먹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니 당연히 나를 분유를 먹여서 키웠다. 또 어린아이를 지금처럼 어린이집에서 받아주던 때가 아니었으므로 시어머니인 나의 할머니가 나를 네 살 때까지 데려다가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튼튼하게 잘 자랐고, 정규 교육과정을 문제없이 끝마쳤고, 할머니가 키워준 건 죄송하게도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 엄마와의 애착에도 문제없는 아이로 자라났다.
그래서 모든 상황이 다 다르지만 육아를 하면서 엄마가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한 가지 정답만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아무 문제없이 자랐다고 생각하는 나도 내 경험을 통틀어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나는 어릴 때 학교를 다녀와서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는 그 순간이 너무 싫었다. 한 번은 이모가 우리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면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에 너무도 설레어서 학원도 빠지고 집으로 곧장 갔다. 나는 내가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에 아무도 없는 것이 너무도 싫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아이가 생기면 꼭 집에 있어주겠다고 생각을 한 적이 많다.
하지만 어디 현실이 내 생각과 같을 수가 있을까.
지금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고 내가 아이를 낳고도 계속 일하게 된 상황은 사실 엄마의 도움이 크다.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고 절대 그만두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도 하셨다.
결혼을 하였다 해도 이혼이 많은 요즘 세상, 그렇지 않더라도 남편이 아플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 인생에서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엄마는 많이 봐왔기에 그 누구보다도 나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지지를 보내주셨다.
첫 아이도 지방에 있는 엄마가 네 살까지 키워주셨고, 둘째를 낳으면서부터는 아예 합가를 하여 아이 둘을 돌봐주셨다. 남편도 나의 사회생활을 적극 찬성하였으니 나는 참으로 행복하게도 그만둬야 할 이유가 없어서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할머니가 있다. 사실 우리 엄마도 누구보다도 하교한 딸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겠지? 손자, 손녀와 함께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우리 딸은 나중에 커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나는 지금은 우리 엄마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