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명 배우의 혼외자 때문에 사회적으로 약간의 술렁임이 있었다.
회사 직원들과의 점심시간에도 이 주제가 잠깐 도마 위에 올랐었는데 그때의 이야기를 잠깐 옮겨보면 이런 내용들이었다.
"결혼을 굳이 할 필요는 없지. 요즘이 애 생겼다고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하는 때도 아니고. 우리도 다양한 가정을 인정해야 할 때지."
"그래도 애는 불쌍하지 않아?"
"그렇게 애가 불쌍하다는 것도 어쩌면 정상적인 가정을 이미 정해두고 그것에 벗어나면 안타깝다고 보는 시선이 문제인거지."
"그러네. 주변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네."
그런데 주변의 시선이야 신경 쓸 필요 없다지만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사실 아이 엄마, 아빠가 결혼을 하든 말든 크게 관심은 없다. 그저 아이의 마음이 신경 쓰일 뿐.
괜히 옛날 생각이 떠오른다.
첫째가 아주 아주 어릴 때.
아이는 친정집에서 키워주시고 나는 주말마다 아이를 보러 갔다.
하지만 아이 아빠는 매주 가지는 못했고 그래서 더 애틋한 관계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이가 아직 어렸고 곧 서울로 데려올 생각이어서 그냥 우리가 좀 보고 싶어도 참으면 된다는 생각뿐, 아이의 마음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첫째가 4살 때.
무슨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잠깐 다른 친구 집에 다녀왔던 적이 있다.
아이가 어려서 다른 친구 집에 가본 것이 처음이라 친정엄마는 궁금한 마음에 친구 집에 가보니 어떻더냐, 그 친구 집에는 장난감이 많더냐 뭐 그런 질문을 했더랬다.
그런데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그 집에 가니까 장난감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았어. 티브이도 크고 방도 컸어. 그리고 그 집에는 아빠도 있더라."
아빠가 없는 것에 익숙했던 아이여서 그런지 오히려 그 집에 아빠가 있는 게 신기해 보였나 보다. 하지만 그 말속에 담긴 뜻은 나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가 아니었을까. 아빠가 없는 건 아니니 집에 있는 아빠, 매일 보는 아빠가 그립다는 말이었을 것 같다.
그 말을 전해 듣고 남편은 우습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었는지 10년도 지난 지금도 가끔 그 이야기를 한다. 나 또한 그 시기의 부모의 부재가 마음에 걸려서 마음 한편에 늘 미안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미안한 것도 그저 부모의 마음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는 그 기억조차 없는 것 같고 사실 사춘기에 접어든 지금은 부모를 없는 취급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세상에 혼자 뚝 떨어진 것처럼.
다시금 요즘의 다양한 가정의 모습을 생각해 보면 정말 예전과는 다르게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니 엄마, 아빠가 없으면 불쌍하거나 뭔가 결핍이 되었다고 보는 사고는 맞지 않겠다. 대신 아이들이 어른들을 통해 가득가득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이 세상에 온 것이 너무나 축복으로 느껴지도록.
세상에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아!
그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세상이 되길, 금요일밤 열심히 게임을 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기도한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나 옛날 기억을 끄집어 올려야 그나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