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좋은 동네
이사 온 지 6개월.
이전에 살던 집에서 8년을 살고 이사를 왔다.
내 인생을 통틀어 살펴봐도 한 집에서 8년을 살아본 기억이 없는데 아마도 가장 최장기간 살았던 곳이 아닌가 싶다. 특히 둘째는 이 집에서 태어나서 쭉 살았으니 인생에서 집이라고는 이 집 밖에 모르는데 이사를 간다고 하니 동공지진이 느껴질 정도였다.
원래 그다지 계획적이지 못한 성격에 이사결정도 쉽게 했다. 오래된 집에 전세금을 부르는 대로 계속 올려주기는 싫으니 우리 집으로 들어가자라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는 우리 집에 그래도 한 번은 살아봐야 할 것 같았다.
비용을 아껴가며 인테리어 공사를 한 후 드디어 이사를 했다.
살던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의 가까운 곳이라 크게 환경이 다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이들 전학이 제일 까다로운 내용이었을 뿐 그 외에는 별다른 걱정이 없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렇게 떨어진 전셋값을 보면 그 당시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고 이사한 건 잘한 일이다.
그래도 한번 이사하기가 힘든데 지금 집은 그대로 전세를 주고 조금 더 큰 옆아파트로 갈 걸 그랬나 싶은 마음이 반 정도, 집 커봐야 청소하기만 힘든데 지금이 좋다는 마음이 반 정도 있다.
두 동네의 가장 큰 차이는 교통의 편리성이다.
동네 간 거리가 멀지 않은데 교통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이다.
그전 동네는 지하철도 가깝고 강남대로를 통과하는 모든 버스가 다 오는 교통의 요지여서 버스를 타러 가면 항상 버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이사 온 동네는 지하철로 접근이 되지 않고 버스는 내가 먼저 나가서 한참을 기다려야 온다.
또 다른 차이점은 이사 온 동네는 정말 조용하다.
조용해도 이렇게 조용할 수가. 동네에 사람이 사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
물론 나가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밤만 되면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24시간 북적대던 이전 동네와는 비교를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너무 없다.
이전 동네는 골목마다 놀이터가 있어서 어디라도 나가면 아이들이 놀 친구가 있었는데 이사 온 동네는 놀이터에 애들이 없다. 다들 주말마다 어디를 가는 걸까. 태권도 학원에만 아이들이 좀 있고 그 외에는 아이들이 없다. 친구가 많이 없는 동네로 이사 와서 우리 아이들에게 좀 미안하다.
6개월 동안 새 동네에 살아보니 이제야 조금 적응이 된다.
처음에는 안 들리던 소음도 조금씩 들리고 골목골목 맛집도 알게 되고 교통이 안 좋으니 택배주문이 예전보다 많아지기도 했다.
그래도 공기도 조금 더 좋은 것 같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것 같다.
나쁜 점을 굳이 찾자면 아이들 학원이 많이 없다는 정도이지만 그건 어차피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는 거니 논외로 둔다. 큰 아이가 배정받을 중학교가 공부하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아서 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쩔 수 없다.
아이들이 또 전학을 가기는 부담스러우니 아무래도 이 동네에 오래 살게 될 것 같다.
친구들이 사는 동네들을 보면 거기가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부러운 것도 많지만 어쨌든 새 동네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되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다.
부동산 투자와는 전혀 관계없는 이 집에 오래 사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그런 느낌이 드는 걸로 봐서는 아마도 너무나도 우리 식구가 적응을 잘한 것 같다.
절대 옆 아파트가 호재로 부동산 가격이 올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좋은 동네에 이사 와서 내 집에 사는 것으로 만족한다.
절대 부럽지가 않다.
교통이 안 좋고 학원도 없고 집값도 안 오르는 동네이지만 공기 좋고 조용하고 깨끗한 집이어서 만족한다.
두 발 편히 뻗고 잘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한다.
오래오래 살아보자.
* 이미지 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