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엔 오래된 우주선같이 생긴 오븐이 있었다.
외국에서 살다오신 이모가 가져다주신 것 같은데 윗부분에는 동그랗게 작은 유리창이 있어서 안에서 익어가는 과자나 쿠키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엄마는 종종 이 오븐으로 만두 모양의 애플파이를 구워 주셨었다.
학교에 갔다 오는 오후에 아파트 복도에서부터 달콤한 애플잼 냄새가 나는 날이면
오늘은 애플파이를 먹을 수 있겠구나 싶어 한달음에 집안으로 들어오곤 했다.
파이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던 배고픈 날엔 작은 투명 구멍으로 노릇하게 구워지는 걸 보면서 기다리곤 했다.
칠순이 넘은 우리 엄마는 아직도 다양한 베이킹을 하신다.
우리가 집에 가는 날엔 평균 20개의 애플파이와 공갈빵이 구워져 있다.
주말엔 성당에 가져다주시니 엄마 집 근처 신부님 수녀님들은 날씬하기가 어렵다.
엄마의 애플파이는 특히 파이 크러스트가 환상이다. 파는 애플파이처럼 눅눅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바삭거리면서도 얇아서 먹기 편하기도 하지만 안에 들어간 사과잼과 어우러져 사 먹는 눅눅하고 두껍기만 한
애플파이랑은 비교가 안된다.
애플잼은 꿀 25 g, 설탕 50 g , 전분 5 g , 사과 3개 분량으로 아주 잘게 썬 사과 필링. 계핏가루 10 g , 소금 3g을 모두 넣고 냄비에서 뭉근하게 끓여준다. 단맛에 대한 기호에 따라 설탕 양을 가감한다.
파이 크러스트는 박력분 200 g, 버터 120 g, 설탕 6 g , 소금 3 g (솔티트 버터 라면 소금 제외) 물 70 g , 달걀노른자 2개가 필요하다. 파이 크러스트는 스콘 반죽처럼 죽처럼 치대지 않고 가루 사이에 버터를 칼로 자르거나 스키퍼로 잘 섞어준다. 이 과정이 번거롭지만 이렇게 해야 바삭한 크러스트가 만들어진다.
물에 녹인 설탕, 소금을 조금씩 나눠 반죽 가운데에 조금씩 부어가면서 스키퍼로 섞어준다. 손으로 막 치대어하는 반죽과는 다르다. 한 덩어리로 만들어주면서 손 온도로 뭉개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키퍼를 사용하는 게 좋다. 준비된 반죽은 비닐에 넣어 냉장고에서 30분 이상 휴지 시킨다.
냉장고에서 꺼낸 반죽에 앞뒤로 밀가루를 발라가면서 네모난 만두피 모양을 만들어준다.
애플파이 크러스트 가운데에 애플잼을 넣고 만두처럼 반을 접고 가장자리는 포크로 모양을 내어 찍어 준다.
가운데 부분에 칼자국을 한두 번 내어주는 이유는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달걀노른자를 파이 겉면에 붓으로 살살 발라준다. 19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5분- 30분 구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