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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순복 Dec 02. 2021

다시 쓰는 마음 28

휴일

매주 목요일마다 휴무를 정해두고 쉬는 데, 작가 교육원이 화요일 수업이라서 휴무를 화요일로 바꾸게 되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오늘까지는 목요일 휴무를 하게 되었는데, 9개월간을 같은 날에 쉬다가 다른 날에 쉬려니 느낌이 괜히 이상하다.      

아마도 같은 패턴으로 매번 살아서 그게 또 버릇이 되고 습관이 되었나 보다.     

내가 고치지 못한 습관 중에 하나가 있는데, 손톱을 괜스레 물어뜯고, 피까지 보고 마는 거였다.      

고쳐야지 고쳐야지 하면서도, 3n 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내 작은 손톱들은 옹기종기 모여서 10개를 이루면서 복닥 복닥 거리면서 여전히 산다.     

특히 검지 손가락의 손톱은 진짜 작은데, 손가락은 길고, 손은 큰데 손톱은 조금 작아서 웃프다.     

아마도 휴일도 그런 것 같다.

막상 휴일이 닥치면 실상은 나는 할 일이 거의 없다.

다른 사람들은 놀러도 가고, 영화도 보고, 데이트도 하고, 뭐 그런다는 데, 나는 그냥 거의 책을 읽거나 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넷플릭스를 본다.     

아니면 다른 이들도 거의 비슷한데, 내가 잘 모르거나.     

가끔가다 다른 이의 일상이 궁금할 때가 있는데, 그 궁금증이 제일 발동하는 때가 그들의 휴무는 어떻게 흘러갈까? 였다.     

나의 휴무날이 보통의 직장인들이 쉬는 날이 아니고, 평일이다 보니 더 궁금해졌다.     

주말에 쉬는 느낌은 어떤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주말에 쉴 때는 레밍턴 스틸( 피어스 브로스넌이 나왔던 외화)이나 베버리 힐즈의 아이들 혹은 KBS에서 하는 만화 영화라든가, 개그 프로그램을 보았고, 그러다가 서프라이즈가 하던 때에는 일요일 아침에는 서프라이즈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거 외에는 생각해보면 우리 집은 주말이라도 늘 부모님은 가게를 하고 계셔서 쉬지 않았고, 동생들과 함께 집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텔레비전 보고, 뒷동산에 가서 노는 게 최고였던 시절이었는데.     

요즘엔 워낙에 갈 수 있는 곳도 많고, 머리가 커지면서 카페를 자주 가게 되었는데, 근래엔 시국이 시국인 지라서, 혼커도, 혼영도 망설여져서 집에 머무르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엄마와 아침 데이트를 끝내고 서점에 들러서 그날 읽을 책들을 몇 권 사서 버스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데.     

오늘은 좀 무리하게 샀다.

4권을 샀는데, 왜 그렇게 서점만 가면, ( 심지어 서점을 하고 있는데도) 무엇이든 다 사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재밌고, 흥미를 유발하는 책들이 도처에 있어서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곳은 천국이나 다름없다.      

죽으면 만약, 사후 세계가 있으면, 신에게 빌고 싶다.

죽은 이들이 간 곳에도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곳에서 영원히 살고 싶다고 말이다.     

휴일에도 여전히 책을 본다.

세상은 넓고, 작가도 많고, 그만큼 책도 많다.

좋지 않은 책, 재미없는 책, 그저 그런 책들도 많지만, 가리지 않고, 마구 읽다 보면, 어떤 책이 나와 맞는지 느낌이 생긴다.     

이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다.

나에게 맞는 책이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런 책이 될 수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어서.     

어쨌든 오늘 하루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라서, 무언가 의무감과 책임감이 생긴다.

여기에 맥주 2캔만 있으면 하루가 후딱 가겠지.     

휴무가 가고 있다.      


p.s.

오늘 구매한 책은 김영미 장편 소설 <환혼 전>, 김상균 < 메타버스>, 백수린 <다정한 매일매일>, 

에쿠니 가오리 <장미 비파 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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