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번 버스에서
있지 난 원래 버스를 타면 그냥 서있는 걸 좋아해.
버스가 너무 흔들려 뭔가를 잡아야 할 때면
봉을 잡거나 의자에 있는 손잡이를 잡는 정도?
그니깐 다시 말해서 버스 위에 찰랑이는 손잡이는
별로 선호하지 않아.
가녀린 목을 가진 손잡이는 별로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근데 유독 오늘 버스가 많이 흔들리더라.
봉에 기댔는데 흔들리는 차 때문에
오히려 내가 봉에 부딪혀 몸이 아프더라고.
그래서 의자에 있는 손잡이를 잡았는데,
유난히 사람이 많아 손이 자꾸 꼈어.
그렇게 균형을 못 잡고 흔들리고있을 때,
우연히 찰랑거리는 손잡이를 잡게 됐어.
어? 근데 가녀리지 않더라?
나보다 더 안정적이더라?
그 순간 내가 찰랑이는 손잡이한테 의지하더라.
다른 때면 쳐다보지도 않던 손잡이가 참 고맙더라.
그리고 난, 내릴 때까지 손잡이를 놓지 않았어.
손잡이를 잡고 있으니깐
버스가 많이 흔들려도 괜찮더라고.
잠시 균형을 잃어도 금방 다시 우뚝 설 수 있더라
오늘 집 가는 길에 찰랑이는 손잡이 없었더라면
나 정말 많이 흔들렸을 텐데, 힘들었을 텐데.
참 고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