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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마음은 소란스럽고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 조용하다

by 연어

어느 날 나는

글을 쓰지 않을 것이다

다짐했다


더 이상

내 안을 들여다 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글쓰기는

잡초뽑기와 같은 것


실상은 잡초같이

무성하고 끈질기고 자질구레한 감정들

다듬고 다듬어 가지런히 하는 일


사실은 너무 외롭고 고독하고 끔찍한 감정들을

싹둑싹둑 쳐내고 화장(化粧)하는 일


그것을 나에게

그리고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


단 한 번도 나인 적 없었지만

조금 나에 가까운 일


그래서 쓰지 않고 못 배기고

쓰면 조금 행복해지고 조금 괴로워졌던 일


나는 늘 시끄러운 곳에서 조용한 곳으로

조용한 곳에서 시끄러운 곳으로

가고 온다


글을 쓰는 마음은 소란스럽고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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