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빛을 잃은 바다가 줄줄 녹아내린다
풍경 앞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다 녹아내리고 나니
내 마음 속 깊숙이 가득 채우던 무언가
여실히 드러나고 스스로 물어온다
사실은 버겁지 않았느냐고
내가 받는 걱정과 내가 받는 관심과 사랑이
꼭 돌려줘야 할 것만 같은 빚 그런 게 아니었냐고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어두움을 품고서
한참을 걸어온 길 끝에 여전히 나 홀로인데
이렇게 먼 곳에서도 그리워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나 보다
그리워하는 마음조차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눈에 담긴 바다를 녹슨 사랑으로 채웠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서 바다가 녹는다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빛을 잃은 바다가 줄줄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