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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어 Apr 16. 2023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빛을 잃은 바다가 줄줄 녹아내린다

풍경 앞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다 녹아내리고 나니

내 마음 속 깊숙이 가득 채우던 무언가

여실히 드러나고 스스로 물어온다


사실은 버겁지 않았느냐고

내가 받는 걱정과 내가 받는 관심과 사랑이

꼭 돌려줘야 할 것만 같은 빚 그런 게 아니었냐고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어두움을 품고서

한참을 걸어온 길 끝에 여전히 나 홀로인데

이렇게 먼 곳에서도 그리워하면 안 되는 사람이 있나 보다


그리워하는 마음조차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눈에 담긴 바다를 녹슨 사랑으로 채웠다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서 바다가 녹는다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빛을 잃은 바다가 줄줄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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