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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민해 Apr 10. 2023

식당의 기준

인생 맛집 있으세요?

다시 가고 싶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맛이나 위치, 분위기, 가격, 청결함, 인지도, 접근성 등 말이다. 내 경우에는 혼자 갈 때와 여럿이 갈 때의 기준이 다르다. 우선 혼자 갈 때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식사에만 집중하고 싶어 음식 재료와 간, 자리 간격, 사장님의 지나친 간섭이 없는 곳 등이 기준이 되곤 한다. 하지만 여럿이 가야 하는 식당인 경우 그 식당의 친절도도 고려 사항에 포함시키곤 하는데, 즐거운 식사 자리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브런치에서 우연히 읽었던 글 중 인상 깊게 읽었던 글이 한 편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혹은 서비스 직에 종사하는 사람은 꼭 친절해야만 하는 것일까? 하는 내용을 담은 김토순 작가님의 글이었다. 그 글을 쓴 작가님은 <노사이드>라는 홍대입구역 근처의 오코노미야끼 식당을 그 예로 들었다. 그 식당으로 말할 것 같으면 네이버에 검색해 리뷰를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기로 꽤나 유명한 곳이다. 당시 그 글을 읽고 검색했을 때도 불친절하다는 평이 많았는데 오늘 이 글을 쓰며 다시 찾아보니 셰프님은 한 층 더 불친절해지신 것 같았다(허허).


각종 경고(?)와 가까운 멘트가 메뉴판 한 편에 적혀있다고 하니, 꽤나 당황스러울 법도 할 것이다. 당시 그 식당에 대한 글을 쓰셨던 작가님은 아마 이 사장님은 식당을 취미로 하고 계신 걸 거라고, 그게 아니고서야 손님을 이렇게 대할 수는 없을 거라고 조심스럽게 적어놓으셨다. 한참 그 글을 읽어 내려가다 내 마음속에 꽤나 큰 울림을 주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친절에 특기가 없는 사람은 장사를 하면 안 되는 것일까?"라는 문장이었다. 만약 그 사장님이 누군가를 친절하고 살갑게 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라는 문장도 덧붙이며 말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그분은 식당을 운영하며 손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주문 내용에 맞게 제대로 제공하고 계셨다. 그 안에 친절이 꼭 들어가 있어야만 할까? 물론 들어가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은 아니지 싶은 것이다. 작가님은 그 글을 정리하시며 노사이드라는 식당의 방문 경험이 불쾌감보다는 호기심으로 남아있다고 말씀하셨다(비록 맛은 별로였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스시오마카세를 먹기 위해 청담동에 위치한 <스시하나레>를 다녀왔다. 2023 미슐랭 가이드 원스타를 받은 곳이고, 셰프님의 정성과 실력이 좋다는 리뷰에 기대감을 잔뜩 안고 방문했다. 소문대로 정말 맛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테이블은 셰프님과 마주 보는 바였다.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든 싱싱한 초밥은 그동안 먹어왔던 초밥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눈으로 한 번 먹고, 입으로 한 번 먹는다는 게 이런 것이구나 싶었고, 셰프님의 정성스러운 소개까지 곁들여져 모든 것이 완벽하다 생각했다. 딱 하나를 빼놓고 본다면 말이다.


너무 스쳐가듯 지나간 말이라 식사에 집중하다 보면 충분히 놓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들어버리고 말았다. 빠르게 지나간 말속에 담긴 비아냥거림까지도 말이다. 그 말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직원이었다. 메인 셰프를 보조하는 분 같았는데, 처음에는 말로 마지막에는 눈빛으로 직원분을 하대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손님인 우리에게는 한없이 다정하던 그가 자신보다 아랫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어떠한 존중과 배려도 찾을 수 없었다. 우리가 앞에 있는데도 저 정도라면, 우리가 없는 자리에서는 어느 정도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의 이중적인 태도가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나의 지나친 과몰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날의 경험이 나에게 미친 여파는 꽤나 컸다. 아마 그 식당을 재방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속으로 되뇌고 있었는데, 같이 간 친구도 그 기류를 느꼈는지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여기는 다시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셰프님은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으셨지만 그 친절함마저 왠지 모를 쎄함으로 다가왔다. 올해 초에 다녀왔던 김이나 작사가의 북토크 속 무례함과 지금의 이 상황이 의도치 않게 오버랩되는 기이한 경험이었다. 우리에게는 사람을 대할 때 최소한의 예의라는 게 있다. 친절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보다 약한 사람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면 그 진심이 충분히 닿지 않을까.

맛있으면 뭐 해. 유명하면 뭐 하냐고.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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