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한참 카톡으로 대화를 하고 퇴근 후 집으로 갔다.
아주버님이 남편과 나 세 명 같이 통화할 수 있겠냐며 물었다길래 괜찮다고 했다.
저녁도 못 먹고 통화로 셋이 대화를 시작했다.
아주버님과의 대화는 별 소득도 없었다.
여태까지 말했던 비슷한 말들. "며느리가 설거지 좀 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 없는 말을 듣다가 형님이 퇴근을 하셨나 보다.
넷이서 통화가 시작됐다.
형님은 너 나랑 카페에서 따로 나가서 푼 거 아녔냐며 왜 사과하라고 물으셨다.
나도 자초지종을 말했다.
형님이 이어서 말했다. "나는 도련님한테 사과받아 오라 한 적 없는데?"
나도 이어서 말했다. "근데 저는 아주버님한테 그렇게 들었는데요. 사과하라고 했다고"
"내가 남편한테 도련님한테 서운했다 말한 적은 있지만 사과받아오라고 한 적은 없어"
사과받아오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왜 아주버님은 남편한테 사과하라고 한 것일까.
정황상 형님이 사과받아오라고 한 것이 맞고, 아주버님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한 것으로 덮어 씌우는 것처럼 보였다.
"네 뭐 그럼 어쨌든 제 귀에 사과하라고 들렸으니 저는 그 사과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화나네요. 솔직히 그 날 분위기 싸하게 만드신 건 형님이시잖아요"
"나는 시어머니가 나이도 많으시고 식구도 늘었는데 우리가 설거지 좀 하는 게 어떻다는 거야?"
"설거지야 할 수 있죠, 근데 그게 며느리의 몫인 게 싫어요. 남편들은 하면 안 되나요?"
"내 주변의 보통의 가정은 며느리가 하잖아. 한국 대부분의 가정들은 그렇잖아.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어."
"제 주변의 보통의 가정들은 안 그러던데요. 저는 용납이 안돼요"
이런 대화가 오갔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었는지 형님이 마지막 강수를 두었다.
"나랑 시어머니는 며느리끼리 설거지를 하기로 합의가 됐어"
"저는 첨 듣는데요..? 그런 합의를 하셨어요? 저만 빼놓고? 아 그럼 두 분이서 저만 모르게 작당하신 거네요"
"작당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난 니가 그렇게 눈치가 없는지 몰랐지."
"집안일하는지 안 하는지 7번이나 지켜봐 오셨다면서 그 정도 눈치가 없으면 언지라도 주셔야 하는 것 아니셨을까요?"
"그래 나는 니가 그렇게 눈치 없고 개념 없는 애인 줄 몰랐어"
"네 제가 좀 개념이 없고 눈치가 없어요. 그렇게 뒤에서 합의하신 줄도 몰랐고요. 그런 게 있으시면 말씀을 해주시지 좀 실망이네요."
형님도 아차 싶으셨나 보다. 나도 며느리인데 왜 두 분이서 나의 설거지 몫까지 정하시는 건지도 모르겠고, 왜 그런 걸 정하는지도 이해가 안 됐다.
내가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저한테 말이라도 '어머니 도와드릴게요' 안 한다 하셨는데, 그런 말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세요? 저는 그런 말 했어요. 옆에서 못 들으셨다고 제가 안 했다 생각하시는 거잖아요. 제가 집안일할 때 티 내면서 하는 것도 아닌데 그걸 지켜봐 오셨다니 솔직히 소름 끼치네요, 맘에 안 드시는 게 있으시면 따로 불러서 말씀을 하세요. 이렇다 저렇다 뒤에서 고깝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시아버지라도 불러서 중재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러면 해결이 안 된다, 아주버님이 중재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러다 아주버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럼 여자, 남자로 나누지 말고 어머니, 아버지 하는 일로 나눠서 도와주는 건 어때? OO이랑 내 와이프가 어머니 하는 일 도와드리고, ㅁㅁ이랑 나랑 아버지 하는 일 도와드리고"
나도 이어서 말했다.
"그럼 아버지가 갑자기 설거지하고 싶으셔서 설거지하시면 아주버님도 설거지하실 거예요?"
"그... 그래! 할게!"
"네 그럼 그렇게 하세요."
뭔가 석연찮은 해결방법이었지만 부부끼리 나누자니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아 굳이 제안은 하지 않았다.
2시간 가까운 통화에 지쳐서 빨리 끝내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이상하게 정리가 되고 나서 아주버님과 형님은 나에게 사과를 했다.
"새로운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나는 새 가족 들어온다고 기대 많이 했다. 우리 잘 지내보자."
"네, 잘 알겠고 앞으로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남편이 말했다.
"뭔가 해결이 된 것 같긴 한데 기분 더럽네"
나도 말했다.
"웅 기분 더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