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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연 Jan 11. 2021

시댁 문제에서 남편과의 문제로

남편이 나를 1순위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큰 배신감을 느꼈다. 


내가 결혼 전부터 남편에게 한 가지만 약속해달라며 강조했던 것이 바로 

'나를 1순위로 생각해줘라, 시댁과의 문제가 발생해도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줬음 좋겠다." 였다. 


그래서 나에겐 이게 엄청나게 큰 배신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 


남편과의 결혼이 처음으로 후회되는 시점이었다. 

결혼을 원한 것은 남편이었는데, 내가 괜히 결혼하게 되서 이렇게 불행하게 매일 울면서 살아야되나 싶었다. 


매일 우울한 나날을 보내다가 심지어 직방 앱을 켜고 따로 살 집을 구하기까지 이르렀다. 


앱을 켰다가도 '그래도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과 '나부터 살고 보자' 하는 생각이 교차했다. 


그래서 이런 맘을 남편에게 가감없이 말했다. 

"나는 너랑 결혼한게 이번에 처음으로 후회된다. 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따로 살 집까지 알아봤겠냐, 너랑 결혼하고나서 15일만에 그런 일이 생기고 시댁에는 안좋은 기억밖에 없고 비참해서 살 수가 없다."


남편은 내가 결혼해서 '비참했다' 라는 표현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 당시 나의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단어였다. 


남편에게 나의 현재 심정을 며칠동안 쏟아냈다. 

그러지 않으면 내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남편에게 나를 1순위로 생각해주는게 그렇게 어렵냐며 소리쳤다. 

남편이 가만히 듣다가 말을 했다. 

"그럼 넌 내가 우리 부모님이랑 연 끊는걸 바라는거지?"


"연을 당장 끊으라는것이 아니라 그럴 상황이면 그렇게라도 해줘야하는거 아냐?"


"..."


남편은 입을 꾹 다물었다. 


"니가 나보다 부모님이 소중한거 잘 알겠어. 나는 너랑 결혼하면서 우리 부모님보다 너를 선택하려고 마음먹고 결혼했는데 나만 그랬나보다."


"아니야, 나도 부모님보단 너가 우선이야."


"지금 행동보니까 아닌거 같은데? 말만해선 무슨 소용이야 내가 그렇게 느끼질 않잖아."


"내가 그럼 어떻게까지 해줘야 너를 생각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지금 니 행동이 나를 생각하는 걸로 보이니? 아무리봐도 너네 부모님 두둔하려고 하는 것으로 밖에 안보여. 너는 이제 나쁜 아들, 나쁜 동생은 할 수 있지만 나쁜 남편은 되면 안돼. 근데 넌 착한 아들만 하려고 하네."


"... 내가 착한 아들, 착한 남편 다 하고 싶었는데 능력이 부족했나봐, 내가 남편 노릇이 처음이라 그래.. 미안해."


나는 남편을 부둥켜안고 한참 울었다. 

"나는 너네 부모님이나 형이 나한테 못되게 굴어도 참을 수 있어. 근데 니가 나를 보호해주지 않으면 난 너랑 살 수가 없어. 그것만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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