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하LeeHa Jan 16. 2020

계단오르기100일. 삶의 작은 기적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20여 일 전인 작년 크리스마스. 제가 계단을 오른 지 딱 100일 되던 날이었어요. 그 이후 지금까지도 저는 계단을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100일 이후부터는 계단을 오르고 간간이 훌라후프도 하고 있어요. 지인 중에 태권도 관장님이 계시는데요. 집에서 간편하게 하는 전신운동으로 훌라후프를 추천해 주시더군요. 영양제도 챙겨 먹으며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아래는 계단 오르기 100일 되던 날의 기록입니다. 혹시라도 계단을 올라볼까?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올려요~~







어제는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21층 계단을 오른 지 100일 되는 날이기도 했어요. 9월 17일부터 오른 계단이 12월 25일. 딱 100일 되었더군요. 다이어리에 하루하루 체크만 했을 뿐인데 100이라는 숫자가 생겼네요. 계단 오르려고 결심을 따로 한 적도 없이 그냥 엉겁결에 시작해서 100일을 지속하고 나니, 작은 습관들은 거창한 계획 없이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중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올 한 해 저는 새로운 습관을 위해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했어요.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것도 있지만 지키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지키지 못한 것 중 하나가 5시 이전의 새벽 기상인데요. 이번 한 달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받으면서 힘들어졌습니다. 밤 12시 무렵까지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평소의 수면 패턴을 지킬 수가 없었어요. 늦게 잠들고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체력이 달려서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디지털 드로잉 수업이 끝나면 천천히 다시 예전의 이른 취침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계단을 100일간 올랐다고 해서 체력이 엄청나게 좋아진 것 같지는 않아요. 대신 그 계단조차 오르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을 계속하지 못했을 듯싶어요. 체력 저하, 에너지 방전이 심했을 겁니다. 티스토리부터 시작해서 블로그에 날마다 글을 올린 지 9개월이 넘었는데요, 연말로 올수록 힘이 드네요. 아침 7시 무렵이면 올리던 블로그 포스팅도 요즘엔  제 마음대로 아무 때나 막 올리고 있습니다. 습관이 또 깨진 거죠.


게다가 몇 주 전부터는 고질적인 만성두통이 시작되어서 계단 오르기도 블로그 하기도 무척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두통이 심한 상황에서 계단을 오르고 나면 희한하게도 조금 증상이 완화되는 것 같더군요. 100일 도전을 깨기도 싫었고 오르다 보면 두통도 잊는 것 같아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미련 맞게 올랐어요. 두통 증상이 조금 완화된다고 해도 하루에 계단을 두 번 오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더군요. 그러고 보면 계단 오르기가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던 게 맞아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입니다. 미라클 모닝과 새벽 글쓰기 습관을 못 지킨 대신 예상치도 못했던 계단은 올랐으니까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절대불변 원칙'을 세우며 스스로를 옥죄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것입니다. 그저 지금의 제 상황에 맞춰서 계단 오를만하면 오르고, 늦잠 잘만 하면 자고, 글쓰기 싫으면 조금 미뤘다 쓰고... 그렇게 여유 있게 생활하려고 합니다.


살아보니 안달복달한다고 해서 일이 제 뜻대로 술술 풀려나가지는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빈둥대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저한테 맞는 일,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무리 없이 즐겁게 하되 체력적으로 힘든 일은 조금 거리를 두고 천천히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한 3주 전부터일까요? 저희 남편이 퇴근 후 숨을 헉헉대며 집에 들어오더군요. 저처럼 21층까지 계단을 걸어 올라온 겁니다. 남편은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요. 겨울 코트에 백팩 멘 채로 1층부터 21층까지 걸어오기 쉽지 않지요. 토, 일요일은 제외하고 평일 퇴근해서 돌아올 때는 계단을 이용하겠다는 규칙을 스스로 정했다네요.


제가 시키지도 않았어요. 같이 하자고 꼬드긴 적도 없이 그저 저는 계단만 묵묵히 올랐을 뿐인데요. 같이 사는 남편이 서서히 변하네요. 계단을 오르더니 새벽부터 거실에서 혼자 스트레칭과 맨손체조를 합니다. 3주가 안 되는 동안 남편은 몸무게를 3킬로그램 가까이 줄였습니다. 허리가 34인치였는데 1인치 정도 줄어들었나 봐요. 


올해 초 저는 술(맥주)을 끊었는데요. 남편은 여전히 집에서 맥주와 와인을 쌓아두고 마셔왔거든요. 이제 술도 거의 줄였습니다. 특별한 날 맥주 한 병, 와인 한 잔만 마시겠다고 하더군요. 평생의 술친구였던 제가 맥주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으니 혼자 마시기도 여의치 않나 봅니다.



계단 오르기 100일. 그 사이 저도 변했고요. 저와 같이 사는 남편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저희는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늘 하고요. 그래서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하는 일은 어떤 것도 의미 없다고 생각해서 대충 하든지, 안 하려고 합니다.


계단 오르기 100일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에서 날마다 계단을 오르시는 제 글벗 아리아리님 덕분이기도 했어요. 같이 시작해서 같이 100일을 올랐습니다. 아리아리님~ 감사합니다^^


계단 오르는 중간. 건강이 나빠진 친구의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진심을 담은 기도뿐이라... 친구의 건강 회복을 기원하며 계단을 올랐습니다. 친구는 이제 건강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제 친구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100일. 21층 계단을 오르는 사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다른 운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100일 전의 삶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포스팅하고 나서도 저는 계단을 오를 겁니다. 저에게 맞는 운동을 찾을 때까지 힘들지만 그래도 만만한 계단 오르기를 계속해야 할 것 같아요. 저와 남편을 서서히 변화시켜준 100일의 작은 기적. 계단 오르기. 고맙습니다.




https://brunch.co.kr/@yeon0517/97


매거진의 이전글 계단오르기 80일의 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