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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Dec 24. 2019

계단오르기 80일의 변화

오르다보면 끝내 다다르게 된다.

내일은 크리스마스인데요, 제가 계단오른지 딱 100일 되는 날입니다. 우연치고는 참 얄궂죠. 저는 크리스마스에도 계단을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날마다 계속했던 계단오르기를 크리스마스라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땀흘리고 숨을 마구 몰아쉬는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아래 글은 3주간의 기록을 모은 것이고요. 82일차까지 계단을 올랐던 내용입니다. 계단오르기를 82일간 하면서 저에게 있었던 가장 큰 변화라면,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고 매일처럼 반복을 했다는 것이 되겠네요. 무리하지 않기 위해(사실 21층 계단 오르기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무리입니다~) 더 높은 층으로 올라가 보려는 시도조차 한 적 없습니다. 절대 욕심내지 않아요.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선을 다 할 뿐입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깊은 생각도 없이 계단을 오르던 저는 어제까지 82일 동안 21층 계단을 올랐습니다. 9월 17일부터 시작했더군요. 그때는 더워서 반팔을 입고 계단을 올랐었는데 요즘엔 얇은 파카 입고 계단을 오릅니다. 계단도 춥거든요. 그런데 21층까지 오르고 나면 땀이 흠뻑 납니다. 그동안 땀 한 방울 흘리는 운동을 한 적 없는 저는 계단오르기 운동효과를 보고 있는 셈입니다.


늦여름부터 가을을 지나 겨울이 되는 동안 계단과 함께 울고 웃은지 12주가량이 되었어요. 일단 100일까지만 할 생각이므로 조금 더 힘을 내 보겠습니다. 100일 이상 해야 한다면 계단오르기 운동효과 그런 것 다 필요 없다고 외치며 오늘부터 멈춰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로그에 매주 계단오르기 기록을 올리다가 지난번에는 2주 치를 몰아서 올렸어요. 이번에는 3주 치를 올리게 되었네요.


저에게는 매일매일이 참 소중하고 힘든 기록인데 다른 분들께는 "아니, 이 여자는 날마다 계단 오른 게 무슨 자랑이라고 이걸 올려?" 내지는 "그렇게 쓸 게 없으면 포스팅을 하지나 말지."로 비춰질까봐 매주 올리게 되지 않더군요. (저 약간 소심한 사람이에요~)


그런데 말이죠.....21층 계단오르기. 그것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82일간 오르기. 그거 자랑 맞습니다^^ 그리고 포스팅할 거리 맞아요. 제가 계단 올라보니까요. 쉽지 않습니다. 날씨가 추워지니 더 힘들고요. 집 밖까지 나가기도 귀찮은데 21층까지 계단 오르는 것. 정말 어려워요. 그걸 다 극복하고 오릅니다. 그러니 저는 앞으로도 블로그에 계단 오른 이야기를 포스팅할 것 같아요.



기록을 보면 그날의 제 상태가 어땠는지 한눈에 보입니다.  21층 계단을 3분 50초대에 오른 날은 외출하기 직전 바쁜 마음에 서둘러서 오른 거예요. 그때는 늦은 귀가로 계단을 오르기 힘든 경우거든요. 하는 수없이 외출하기 전에 계단 먼저 오르려는데 갈등이 생기죠.


땀부터 빼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면 몰골도 말이 아니고요. 그래도 저는 대부분 제 땀난 몰골을 이해해 줄 사람들만 만나서요. 그냥 강행합니다. 그나마 에너지가 있을 때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늦게 와서는 빼먹고 싶은 유혹이 생기거든요. 제 스스로를 자꾸 시험에 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이 나이에도 시험 치는 기분 싫습니다.


그렇게라도 챙기지 않으면 계단오르기쯤은 손쉽게 무시되어 버릴 아주 작고 작은 일상 중 하나이니까요. 그렇게 하루 이틀 빼먹어 버리면 하루 5분 미만의 운동조차 하지 않는 생활로 굳어져 버리죠.


계단오르기 운동효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단연코 '각성'을 이야기합니다. 만만한 4분짜리 운동을 통해 '지속적인 운동에 대한 각성'을 일깨워 주는 거죠. 100일 정도 하고 나면 4분짜리 운동 정도는 매일매일 하는 습관으로 자리 잡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21층 계단을 4분 10초 이하로 올랐을 때는 컨디션이 정상일 때예요. 4분 10초가 넘어버리면 진짜 오르기 귀찮거나 집에서 쉬고 싶은 날 억지로 오른 겁니다.


4분 30초 가까이 되는 날은 지하주차장에서부터 시작해서 23층을 오른 날입니다. 딸아이나 남편을 역까지 바래다준 날이죠. 2개 층을 더 올라야 하니 제가 아주 싫어하는 날입니다.


계단 오른 시간만 봐도 그날의 저의 기분과 컨디션을 알 수 있어요. 다이어리에서 그날의 일정들을 기록해 놓은 것을 찾아보면 정확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계단 오르기하며 스톱워치 하나 쟀을 뿐인데.... 초 시계의 멈춤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해 나갑니다.  


저는 '제가 누구인지'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계속 알아나가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좋습니다. 중간에 실패하고 갈등이 생기고 고통을 겪게 되는 건 너무 슬프고 두렵지만요. 그런 시기조차 결국에는 흘러 지나간다는 것을 이제는 알아요.


그러니까 힘든 시기에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기운 빼며 살지 않을 용기와 지혜를 길러 나갈 겁니다. 제 인생에 대한 예의를  제 스스로가 지켜 주고 싶어요. 그래서 오늘도 저는 계단을 오를 거예요.



https://brunch.co.kr/@yeon0517/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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