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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Oct 26. 2019

계단오르기 운동효과. 참새와 경쟁하기

 



애초에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단오르기'를 시작한 건 아니었습니다. 정말 엉겁결에 계획 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이후 이렇게 코가 꿰어서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이제 와서 그만두기에는 그동안 계단 올랐던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계속하자니 그것 역시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계단오르기'가 되지 않으려면 나름대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매일의 인증사진을 일주일마다 한 번씩 모아서 기록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계단을 걸어서 저희 집 21층까지 올랐습니다. 오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숨이 차고요. 힘듭니다. 제 저질 체력의 민낯을 계단 한 칸 한 칸 오를 때마다 바라봐야 하니까요.


아이나 남편을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고 온 날은 지하주차장에서부터 걸어 올라옵니다. 지하주차장부터 1층까지의 층고가 높아서 2개 층 분량이에요. 그럴 때는 23층으로 계산합니다. 아주 죽음이에요. 그래서 대부분은 집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까지 내려가서 21층. 딱 저희 집까지만 걸어 올라옵니다. 더 오르고 싶은 도전 의지. 그런 거 저한테는 절대 없어요. 더 높은 층은 도전 안 할 겁니다!!!







아침나절에 오르면 좋겠지만요. 아직까지 그 정도로 계단오르기를 사랑하지 않아요. 하루의 일과 중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다가 밤 9시에 '그냥 잘까?' '계단 올랐다고 살짝 믿고 그냥 자자.' 그런 비양심적인 마음의 소리와 마주합니다.


그럴 때마다 급반성하고요. 옷 갈아입고 나가요. 산책이고 뭐고도 없습니다. 그냥 오로지 계단만 올라와요. 5분을 전후한 시간. 딱 그만큼의 시간을 오르고 나면요. 세상이 달리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숨이 얼마나 찬지 어떤 날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도 같아요. 다리는 또 왜 그렇게 아픈 거예요? 머리도 지끈거리고. 천장도 노랗게 보이고..


'이제 와서 운동습관 들인다고?'  '얼마나 오래 살겠다고 이러는 거니?' 자문자답도 해 보고요. 계단 오르기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벽에 기대서 가쁜 숨을 몰아쉬다 보면 차츰 숨이 편안해지거든요.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죠. 내 몸을 움직여서 내가 직접 하는 일만이 나에게 기억되겠구나. 오로지 그것만을 내 몸이 기억하겠구나. 남이 대신해 준일. 남 시켜서 한 일은 내 것이 결코 될 수 없겠구나. 그러니 자꾸만 몸 사리지 말고 내 수준에 맞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의 일상은 해결하면서 살아야겠구나.


오늘도 저는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저를 속일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징징대면서 계단 오르기를 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운동 습관을 들여 보려 합니다. 늦어도 저녁 8시 전까지는 21층 계단 오르기를 끝내겠습니다.


참새 눈물만큼씩. 운동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중이에요. 참새 눈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땀방울들을 날마다 모아 볼게요. '최소한 종이컵 한 컵 분량만큼의 땀은 모으고 나서 그만둬도 그만둬야지.' 지금 생각은 그렇습니다. 


"참새, 너! 기다려라."

참새와의 경쟁은 시작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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