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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Oct 16. 2019

습관으로 고통의 변곡점을 돌파하라

계단오르기 운동효과. 운동루틴


나만 모르고 있던
'계단 오르기 운동 효과'



건강에는 누구나 관심이 있지만 시간과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매일 운동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죠. '운동 결심'은 늘 하지만 다른 일들 앞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출 때가 많습니다. 딸아이 덕분에 어쩌다 계단을 오르게 되었을 뿐 저는 계단 오르기의 운동 효과를 몰랐어요. 애초에 관심 자체가 없었으니까요. '엘리베이터 두고 힘들게 계단을 왜 올라가?' 이해가 되지 않았죠. 


이제 와서 살펴보니 계단 오르기 운동 효과가 참 많더군요. 대사증후군,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노화 억제와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해요. 20층 이상의 계단을 걷는 것만으로도 심근 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20퍼센트 감소되고요.


심혈관이 튼튼해져서 심장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이고 혈액순환이 잘 되어 몸도 따뜻해진답니다. 내분비선의 균형 유지 및 긴장 완화도 되어 수면 장애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쓰고 보니 '만능 운동'인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무엇보다 어디 먼 곳으로 가서 시간 들여 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일상생활 속에서 계단 오르기만으로도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운동 루틴을 위한 계단 오르기에도
계획이 필요할까?



요즘은 계단을 올라서 집으로 갑니다. 지금은 초창기라 여전히 힘이 듭니다만 5층 계단 오르기 운동 효과가 15분 체조한 것과 비슷하다는 얘기에 기운을 내보았습니다. 저는 늘 8층 무렵에서 첫 번째 고비가 옵니다. 숨이 차오르죠. 몇 번 계단을 오르다 보니 나름의 요령이 생겼어요. 첫 번째 고비가 오기 전부터 마음을 먹고 숨을 크고 깊게 쉽니다. 그때는 속도를 조금 더 늦추면서 심호흡에 신경을 써요.


8층까지 올라올 때와 똑같은 속도로 계단을 오르다 가는 10층 무렵에서 탈진합니다. 제 경우는 그렇더군요. 그래서 8층 무렵부터 준비를 해요. 호흡에만 집중하고 계단을 천천히 오릅니다. 그 사이에 가쁜 숨은 한차례 가라앉고요. 느려진 속도에서 비축된 에너지로 10층 너머를 향해 계단을 오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올라와도 15층 쯤 또 힘들어져요. 그러면 같은 패턴으로 제 호흡과 발걸음 속도에 집중하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하긴 머릿속이 하얘져서 어떤 생각도 나질 않아요. 오로지 원수 같은 계단만 보일뿐. 주먹구구식이긴 해도 힘든 구간마다 제 나름의 행동 방식을 계획하고 계단 오르기를 하다 보니 어쨌든 집까지는 찾아옵니다. 문제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거의 바닥에 엎어져 실신한다는데에 있지만요.





오로지 습관으로
'고통의 변곡점'을 돌파하라



1992년 영국의 한 심리학자가 스코틀랜드의 정형외과에서 환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합니다. 변화를 완강히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의지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고 해요. 


환자들의 대부분은 고관절이나 무릎 관절 교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수술 직후부터 운동을 시작해야 했답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관절의 유연성도 떨어지고 혈전 현상 등이 생겨서 위험하게 되니까요. 하지만 고통이 너무 커서 환자들은 재활 운동 자체를 꺼려 하지요.


심리학자는 그 환자들에게 백지를 나눠주면서 운동계획서를 작성해보라고 합니다. 결과는 환자들 중에서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운동계획을 쓴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회복 속도가 2-3배 이상 빠름을 보여줍니다.  


회복 속도가 빨랐던 환자들의 운동계획서에서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되었다는데요. 그것은 바로 통증이 예상되는 특정한 순간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써놓았다는 점입니다. 환자들은 통증이 극심하거나, 운동을 포기하고 싶을 때를 중심으로 계획을 세웠고 환자 스스로가 힘든 순간을 이겨나갈 방법을 고안해 냈기에 회복 속도가 빨랐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은 환자들의 회복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던 이유는, 고통스러운 순간인 변곡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겠다고 미리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의지력을 습관으로 발전시키지 않았다. 그들도 주변을 산책할 생각이었겠지만 첫걸음을 뗄 때 극심한 통증이 밀려오면 산책을 포기해 버렸다.  


<습관의 힘> 208쪽


비록 저는 심리학자의 조언을 받지는 못했으나 계단 오르기를 할 때 고통의 지점 8층 앞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며 고통의 강도를 낮춰나갔습니다. 어차피 올라가야 할 계단이고 오르는 중간중간 힘든 순간은 매번 반복될 것임을 알기에 호흡과 속도 조절을 해서 거북이처럼이라도 갑니다.


의지력이 습관이 되는 순간. 습관이 저를 건강하게 키울 순간만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느리지만 쉼 없이 '고통의 변곡점. 마의 8층'을 그렇게 돌파해 나갑니다. 인증샷 찍으며 낭비되는 시간을 줄였더니 거북이라도 조금은 빨라졌어요.


이러다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거북이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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