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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하LeeHa Oct 12. 2019

결국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

한 계단씩 올라가는 삶을 선택하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행동을 바꿔 보기로 겨. 우. 결심했다.



몇 달 전 딸아이가 키가 더 크고 싶다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걷기를 선택한 적이 있습니다. 헉헉대고 집에 들어설 때마다 '무슨 고생을 사서 하나? 그런다고 키가 클까?' 속으로 생각했어요. 본인이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니 굳이 말리지는 않았습니다.


3주 전쯤 1층 우편물함에 도착한 책을 가지고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봤더니 두 개다 위층으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한층 당 세 가구씩 35층까지 있는데요. 한 동에 100가구 넘게 살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쉬지 않고 일합니다. 대신 속도는 빠른 편이라서 기다리면 탈만 해요.


그런데 그날은 저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해 보자.'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올라가다 힘들면 중간에 엘리베이터 타면 되니까.' 그렇게 마음먹고 가뿐하게 1층을 지나 4층, 5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서서히 힘이 들더군요.  


어쩌다 공원 한 바퀴씩만 산책하는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숨쉬기 운동만 하며 살아왔습니다. 체력이라는 것이 생길 수가 없는 생활패턴이었죠.  



8층쯤 올라왔는데 너무 힘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탈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두 눈 질끈 감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어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계단과 저의 두 다리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올라갔습니다. 몇 층인지 얼마만큼 올라왔는지 계단의 숫자판도 쳐다보지 않았어요.


그렇게 죽을 듯이 숨을 헉헉대고 계속 계속 올라가서 '이쯤이면 집에 다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계단참의 층수를 확인했습니다. '어라? 죽을 듯이 올라왔는데도 아직이네? 하지만 조금밖에 안 남았다!' 생각했어요.




나머지 세 개 층을 결국 올라왔습니다. 올라오면서 8층과 18층 21층에서 사진을 찍느라 소요된 시간까지 합치면 계단을 올라오는 데 얼마나 걸렸을까요? 너무 힘들어서 한 20분은 족히 걸리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요. 아파트 21층까지 올라오는데 6분 21초가 걸렸어요.





제가 두 번 놀랐는데요. 그렇게 힘들게 걸었는데 6분밖에 흐르지 않아서 놀랐고요. 단지 6분 계단을 걸어 올라왔을 뿐인데 땀은 비 오듯 쏟아져서 놀랐어요. 6분 계단 걷기도 저에게는 '운동이 될 수 있겠다!'라는 사실을 발견했죠. 그러면서 날마다 계단을 딱 한 번씩만 걸어 올라와 볼까? 그런 황당무계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제가 '하루에 딱 6분 계단 걷기 생활화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요?




습관은 결심 없이 매일 반복하는 선택.
겨. 우. 마음을 내어도 좋아.



습관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전에도 한두 권씩 읽었지만 저에게 실질적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제 습관에 특별한 불만을 가지지 않던 철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런 책을 읽어도 저에게 적용시킬 생각조차 못 했던 거지요. 


하지만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몸에 새기기로 결심한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나이 들어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습관을 보면 무조건 따라 하고 싶어 집니다. '이 무슨 주책인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거예요. '나이 들어도 참 바람직하고 건강하게 나이 드는 중이군.' 스스로를 격려하고 쓰다듬어 줄 겁니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서 습관에 관해 정의를 해 두었습니다.


습관은 '우리 모두가 어떤 시점에는 의식적으로 결정하지만, 얼마 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을 의미한다. <습관의 힘> 12쪽





모든 습관은 3단계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신호, 반복행동, 보상의 과정이에요. 첫 번째 신호의 경우에는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데요. 장소나 시간,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서 특정한 행동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가리킵니다. 


습관의 힘의 저자, 찰스 두히그는 특정 시간 오후 3시 30분이 '신호'였어요. 그때만 되면 쿠키가 먹고 싶어 졌고 곧장 카페에 가서 쿠키를 사 먹는 '반복행동'을 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보상'은 동료들과 어울려 잠시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해요. 찰스 두히그는 '신호'와 '보상'은 그대로 유지하고 중간의 '반복행동'을 바꿉니다. 쿠키를 먹는 대신 그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사무실에 있는 다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행동'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된 거죠.


그 '새로운 행동'이 '쿠키 먹기'라는 행동을 밀쳐내고 '반복 행동'이 됨으로써 얻어진 결과는 무엇이었을까요? 무려 4킬로그램 감량이었다고 합니다. 단지 날마다 먹던 쿠키 하나 먹지 않았을 뿐인데 말이죠. 


물론 '새로운 행동'이 습관화되기까지 '기존의 반복 행동'은 '단지 쿠키 하나'로 불릴 정도로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오랫동안 반복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의식 속에 깊게 뿌리내려졌다는 것이고 쉽사리 제거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우리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 덩어리일 뿐이다. 실리적이고 감정적이며 지적인 습관들이 질서 정연하게 조직화되어 우리의 행복과 슬픔을 결정하며, 우리 운명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를 그 운명 쪽으로 무지막지하게 끌어간다. "  


<습관의 힘> 373쪽


삶은 '습관의 덩어리'라는 말에 밑줄을 긋고 가만히 제 삶을 앞뒤로 뒤적거려 봅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습관 책들을 보고도 못 본 척, 안 본 척, 모르는 척하면서 새로운 습관 쌓기를 도외시해온 저라는 사람은요. 이제야 겨우 계단 오르기를 시도해 봄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 하고 궁리하는 중입니다.


습관이 제 운명을 어디까지 끌고 갈는지 지켜보고 싶습니다. 이러다 주저앉아 버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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