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가 다니는 독서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한지는 6개월쯤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혼자 책을 읽었습니다. 대신 몇 년 전까지는 같은 작가들끼리 원고 합평을 했어요. 합평은 원고를 서로 읽고 생각을 나누며 비평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동화 작가들끼리의 모임이니 책 이야기를 할 경우에도 주로 동화나 청소년 소설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지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집 근처의 독서모임 '나비'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나비'는 3P 바인더의 창시자이자 <독서천재가 된 홍팀장> <바인더의 힘>의 저자이신 강규형 대표께서 만드셨다고 해요. '양재 나비'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독서모임이 확산되어 현재 300개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동네 이름을 따서 양재 나비, 김포 나비, 용인 나비, 송도 나비 등으로 불려요.
'나비'가 알에서 애벌레, 번데기를 거쳐 나비로 변화될 확률은 3%라고 합니다. 성공 확률 3%의 나비처럼 창조를 위해서 실천과 행동을 하자는 의미로 독서모임 이름이 '나비'가 되었고요. 또 다른 의미로는 '나로부터 비롯되는 무엇인가'를 뜻한다고 합니다.
나로부터 비롯되는 선한 영향력, 나로부터 비롯되는 친절, 나로부터 비롯되는 나눔, 나로부터 비롯되는 배려, 나로부터 비롯되는 배움과 실천 등등. 나에게서 시작되어 누군가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는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이 '나비'가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아직은 나에게 없지만 채워나가고 싶은 결핍의 요소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핍이 있어야 간절함이 생기고, 간절함의 힘을 바탕으로 본인이 뜻한 목표를 이루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 목표를 위해서는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비 모임' 참여로 알 수 있습니다.
나비의 존재를 알고 나서 참석을 하기 위해 문의를 했는데요. 토요일 오전 7시부터 모임이 시작된다는 안내를 받고 나서 제 귀를 의심했었어요. 오후 7시도 아닌 오전 7시라는 겁니다. 곧바로 호기심도 일어났어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새벽잠을 설치며 일어나서 평일도 아닌 토요일 오전부터 모일 수 있을까? 이상한 사람들 아닐까? 무슨 신흥 종교집단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겁 없이 집을 나섰어요. 올해 초부터 제 안에서 들끓는 배움과 변화의 욕구를 무엇으로든지 채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모임의 성격이 저와 맞지 않는다면 중간에 배 아프다고 하면서 가방 들고 도망치자고 마음먹었지요. 오전 7시에 시작하는 모임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저에게도 꽤나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30분의 오리엔테이션을 거친 후 다른 선배님들(나비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서로를 선배님이라고 부릅니다)이 모둠별로 모여 앉아 있는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나비의 진행은 공평합니다. 모둠별로 한 사람당 6분씩의 시간을 주고 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도록 해요. 그리고 모둠별로 한 명씩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독서모임의 대표님께서 2-30분 정도의 알짜 강의를 해주시는 것으로 두 시간의 모임이 끝납니다.
모임이 끝나면 대부분의 선배님들은 다음을 기약하시면서 헤어집니다. 책 나눔을 통한 뿌듯함을 안고 모두 가정으로 귀가해요. 나비 모임에서 배우고 깨우친 것들을 잊기 전에 실천하러 가십니다. 그러고 나서 한주의 에너지가 떨어지는 토요일에 다시 독서모임에 나와 새로운 활력을 찾으시죠.
매주 새로운 신입회원들이 몇 분씩 오시거든요. 어제는 한 신입 선배님께서 자기소개 중에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어요. 토론하는 사람들의 열기 속에서 선배님 본인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셨던 거죠. 변화에의 욕구, 새로운 삶에의 의지, 지난 실수에 대한 반성 등등이었을 것 같아요.
그 선배님의 마음이 그대로 제 안에 들어와 버렸어요. 그래서 저도 조금 울었어요. 저 역시 저를 변화시키고 싶었지만 변화가 안되던 힘든 시기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면 그 변화의 실마리가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한다는 것을 신입 선배님도 아시게 되리라 믿어요.
나비 모임에서 독서토론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꼭 공원에 들러서 혼자 4-50분 걷기를 합니다. 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던 그 시간도 음미하고요. 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반성하고 과한 욕심이나 원망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독서 후 저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새롭게 하나 늘린 셈이에요.
책은 혼자 읽어도 좋지만요. 읽은 것을 함께 나누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옵니다. 제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깨달음을 선배님들께 배우게 되거든요. 한 권 한 권 책을 읽으며 그 책을 나누는 과정 중에 사람책을 만납니다. 한 명 한 명의 사람 모두가 다 자신만의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매주 토요일. 독서 모임에서 책과 사람책을 만나고 배려와 존중, 나눔과 실천의 자세까지 배우고 돌아옵니다. 우연히 시작된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불러와 제 곁에 살며시 앉혀 줍니다. 친구 하라고. 서로 의지하라고 다독여 줍니다.
독서 모임과 블로그의 공통점은 '좋은 관계 맺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독서모임과 블로그는 새로운 세상과 방향을 제시해 주죠. 독서모임 6개월, 블로그 본격 시작 3개월에 접어든 저는,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과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
세상은 모든 것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저 저는 이러저러한 변명으로 미루기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모든 시작에 늦은 때란 없는 법이죠. 이제 저도 저의 성장을 위해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디디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