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마지막 날은 어떤 기분인가요?
나는 부산사람이고, 내일은 서울로 가는 날이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기분은 설렘 90% 긴장 10% 정도다. 이 출발을 주저하고 고민하긴 했지만 막상 설렘이 90%나 되는 것 보니 나도 모르게 새로운 환경을 기다렸나 보다.
영어 회화 스터디의 마지막
- 올해 잘한 선택 중 하나였던 영어 스터디.
3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을 언제 한꺼번에 다 만나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모든걸 영어로 말할 수 있다니.
나보다 삶의 경험이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듣고, 조언을 듣는 건 내게 기회였다. 덕분에 자신감도 많이 찾았다. 13살 이상 차이나지만, 언니가 준 깜짝 선물이 너무 감사했고 꼭 다시 뵐 수 있으면 좋겠다. 휴가 때 다시 가봐야겠다. 못다 한 인사들도 마저 할 수 있길!!
학원에서의 마지막
-나는 작은 학원의 영어 강사였다.
나는 일터의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몇 번 해봤지만 항상 좋은 사장님과 좋은 환경이 나를 맞았다. 이번 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원장님은 영어는 전적으로 나에게 맡기셨고 관여하지 않으셨다.
우리 아이들은 초, 중, 고등학생이었다. 나보다 키가 큰 친구들도 있지만 내 눈엔 다 아기들이었다. 이렇게 착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들 예의 바르고 예뻤다. 뉴스에 떠들썩하게 나오는 애들과는 전혀 다른 친구들이었다.
중고생들의 시험기간이라 내가 그만둔다는 걸 미리 말하는 게 썩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가 얼마나 영향력 있을진 모르겠지만 최대한 감정의 동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마지막 날 수업 종료를 10분 남기고 알리게 되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꽤 덤덤한 척을 하며.
아이들의 반응을 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아이들이 나를 많이 좋아한 것 같아 감동이었다. 초등생 중에서는 눈물을 보인 친구들도 있었고, 학원차를 기다리면서 내게 편지도 써준 아이도 있었다. 편지엔 내가 여태 만났던 영어 선생님 중 가장 친절하고 잘해주었다는 내용과 자기들 전화번호도 적혀있었다 ㅎㅎ 귀여운 것들,, 눈물이 날 뻔했지만 참았다. 나는 어른이니까 (?)
한 중학생 여자아이는 나를 안아주고 갔다.
숙제를 자주 안 해오던 중2 남자아이는 자기도 학원을 그만두겠다는 택도 없는 소리도 했다.
자기들 성적을 보고 가라는 얘기도.
여기서 나를 조금 힘들게 했던 반항심 많던 중1 아이는 자기 때문에 가는 거냐고, 반성 많이 했다고 갑자기 무릎 꿇고 싹싹 빌었다 ㅋㅋㅋ 이 친구의 반항심이 본성이 아니라 일종의 방어기제였음을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태 별로 개의치 않았었다. 그래서 너는 원래 착한데 지금 센척하는 거라고 내가 항상 말해주곤 했다.
아이들의 귀여운 반응들이 참 반가웠고 기뻤다. 영어를 잘 알려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고, 10개월 정도의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과 감정적 교류도 적지 않았는데 아이들이 온전히 내 마음과 노력을 받아준 것 같아 기뻤다. 내가 잘했구나, 내가 옳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히 혼내기도 하고, 숙제도 많이 내주기도 했지만 아이들은 그 또한 본인들을 위한 것이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고, 내가 건넨 격려의 말들, 같이 나눴던 사소한 말들을 기억하는 것 같았다. 이 친구들을 다시 못 본다고 하니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마지막이 한두 번도 아니니 우리 모두 좋은 추억으로 묻어두면 좋겠다! 그리고 내가 종종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또한 아이들이 지금처럼 밝고 수다스럽고 예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내 오랜 터,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