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학교(중학교 및 고등학교)에서의 실천사례
드디어 자기주도학습 실천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은 자기주도학습 그 세번째 이야기이다.
솔직히 자기주도학습 방법 실천법은 인터넷에 널려 있다. 그러한 막대한 자료를 여기에서 다시 일일히 옮기는 것도 정보홍수의 폐해가 될 수 있어서 여기서는 고등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찰하고 실천하고 실험한 것들의 예시를 통한 정리를 하고자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적으로 주관적인 경험에 의한 것임과 동시에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했음을 미리 밝힌다.
학은 배울 학이고, 습은 익힐 습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배울 학'만 하고 있는 듯 하다. 학교 수업에서 배우고, 방과후 수업에서 배우고, 다시 학원가서 배우고.....
도대체 언제 '익힐 습'을 할 것인가.
절대적으로 익히는 시간,
즉 복습의 시간이 부족하다.
참고로 '학습의 효율화'란 개념을 통해서 살펴보면 핀란드 학생인 경우 일주일에 약 7시간을 공부하고도 같은 기간 30시간 이상을 하는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습의 효율화 개념에서는 일주일 기준 20시간을 넘어가는 순간 학습의 효율성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시험의 특성상, 다시 말해 1점 싸움이 벌어지는 시험제도의 특성상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쓸데없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차라리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학습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임을 알 수 있다.
예습이야 말로 자신의 두뇌를 쓰고 계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보는 낯선 학습자료를 두뇌를 풀가동하며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트렌드 중의 하나인 플립러닝(flip learning)이 이에 기반한 학습이다.
즉, 동영상 강좌를 통해 미리 예습하고 수업시간에는 이를 확인하고 복습하는 시간으로 정해진 공부가 왜 효율적인가인가를 이제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예습을 하면 당연히 수업시간에 이를 확인하고자 질문을 하게 되고 선생님의 수업내용을 더욱 잘 들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기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다시말해, 저절로 상위 0.1% 학생들의 특징인 '메타인지(meta cognition)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각 과목에 대해서 최소 30분 이상의 예습을 하자. 요즘 초등학교 공책을 보니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는 공책이 나와 있다.
이를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학습 목표를 쓰도록 되어 있다.
형식적인 목표가 아니라 내일 내가 배우게 될 수업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스스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예습의 50%이상은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업 내용을 적는 칸과 요약칸 또는 질문칸 등을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다. 단순히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좋지만 누구에게 보여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만의 비법노트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그림 및 도형, 텍스트 등을 총동원하여 만들어보자.
국어인 경우 지문을 미리 읽고, 주말이 되면 인용되어 있는 지문(문학, 또는 비문학)의 전체적인 자료를 찾아서 읽어보자. 그리고 반드시 자기만의 주제 및 내용요약(3-4줄)을 하고 가자.
영어는 당연히 단어 및 숙어공부는 미리 외우고 수업에 임해야 하겠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지문을 스스로 먼저 해석하고 가자. 처음엔 그냥 스스로의 힘으로 해석하기, 두번째는 해설지의 구문설명 보고 해석하기, 세번째는 단어보고 해석하기, 네번째는 해석보고 자신의 해석과의 차이점 분석하기 이렇게 진행해보자. 느리더라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학생들은 대부분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해석해주는 것을 바탕으로 노트필기하며 해석을 한다. 이런 방법은 솔직히 선생님의 영어능력만 살찌울 뿐 학생들에게는 하등 도움이 안된다.(내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수학인 경우 당연히 공식을 통한 예제문제 풀기를 해야 한다. 단, 시간이 되면 공식에 대한 증명과정을 반드시 수차례 반복하며 이해하고 넘어가자. 이것이 수학에서 말하는 개념이해이기 때문이다.
사회, 과학은 학습목표 및 배울 내용을 읽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체크하고 가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왜냐면 이 과목들은 수업시간에 전달되는 내용이 국영수 과목에 비해 많기 때문에 미리 읽어가야 당황하지 않고 수업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수업으로 넘어가자.
교사 입장에서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의 수업 이해여부를 그들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이해가 안 되는 눈빛을 할 때는 솔직히 수업에 대한 힘이 떨어진다. 그리곤 더욱 자세히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해가 안되면 당연히 수업시간은 그들에게 낭비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예습을 바탕으로 무조건 한 시간에 최소 1회 이상은 교사에게 질문을 하는 습관을 가지자. 이러한 질문은 교사 입장에서 학생부의 '과목별세부능력특기사항'을 적을 때도 큰 도움이 된다.
즉, 질문을 하는 학생들을 교사가 안 예뻐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필기는 무조건적으로 농담까지 적는 필기가 아닌 이해를 하고 자신만의 어휘, 표현, 도형, 그림 등을 이용해서 노트필기를 하자.
만약 무조건 적고 이해가 안 되는 필기 내용은 반드시 그 날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나중에 시험기간 때 볼려면 이해가 더더욱 안 된다.)
드디서 학습의 마무리 단계이다.
복습은 당연히 그날 하는 것이 좋다.
정말 어렵다면 국영수는 당일, 사회, 과학은 주말로 변경하자. 복습은 노트필기 및 교과서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해당부분의 문제지를 풀며 이해여부를 점검하도록 하자. 또는 배운 바를 친구에게 설명하는 것은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 된다.
어떤가?
아주 쉬운 방법이 아닌가?
제일 당연한 것이기에 우리는 쉽게 간과한다.
핵심은 언제나 간단한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 이상의 뭔가 대단한 것을 원할 뿐이지.
70-80년대에도 우리의 선배들은 별 도움(사교육으로부터)없이 공부했다.
무조건 혼자다.
교과서가 전부다.
있어도 참고서나 사전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 이상이었다.
자기도 모르게 아니,
어쩔 수 없이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사촌 동생 역시 2003년도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녀었는데 기초생활수급자 형편이지만 선생님들이 주시는 문제지만 풀고 육사 및 서울대에 최종합격했다.(선택은 육사!) 학원은 사치였다.
국어는 어휘 및 독서가 기초이자 기본이다.
국어의 이 부분이 안되면 다른 과목 및 학문도 힘들어진다.
몇년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의 일이다.
지방 출신의 약 20명의 학생들이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정작 수능에서는 국어 등급이 대부분 4-5등급 사이였다. 단 한명만 제외하고.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 한명은 서울에서 전학 온 아이로 자신들처럼 바닷가에서 놀지 않고 어릴 때부터 독서를 했다는 것이다. 그 한명만 결국 서울시립대에 정시로 갈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로 내 친구 얘기를 할까 한다.
중학교 3년 중 2년을 같은 반 했던 친구로 아이큐 검사에서도 140 정도를 자랑했던 친구이기도 하다. 물론 머리가 좋았지만 짝궁을 하면서 단 한번도 공부를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하루 종일 독서만 했다. 그것도 3류 대중소설(?) 수준으로...... 하지만 2학년이 되더니 결국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수준은 '교사 암살 사건' 같은 시덥지 않은 내용이었다. 집에서는 컴퓨터만 했다. 흔한 문제지도 하나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입학시험에서는 200점 만점 중에서 2개만 틀렸다.
고등학교에서도 독서만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연대 치의예를 갔고 나중에 반수해서 연대 의예과로 다시 갔다.
천재인 듯 하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 친구의 뛰어난 성취 이면에는 다독을 바탕으로 한 기본적인 이해능력과 추론능력 등이 있었던 듯 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3때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참고서를 소설책 읽듯이 이해만 하고 넘어가더라. 암기는 왜 안 하냐고 물었더니 이해가 됐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며 과학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도 공부할 수 있구나하고 말이다.
결국 독서를 하되, 이해하고 어휘의 양을 늘려가자.
단, 고등학생이므로 여기서 끝내지 말고 반드시 글의 주제를 쓰거나 요약(3-4줄)을 하는 훈련을 하자. input만이 아닌 output을 위한 공부법을 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학습의 '학'은 input에 해당되며 학습의 '습'은 output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교과서의 문학/비문학 지문의 원문을 찾아 반드시 독서하고 주제를 쓰는 연습을 하자. 시가 나오면 해설을 보기 전에 꼭 자신의 느낌이나 주제를 먼저 쓰는 연습을 하자. 시간이 지나면 점점 자신의 글이 멋지게 변모되고 있음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인 경우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념공부가 핵심이다. 참고로 수학은 단계형 교육과정이다.(물론 국어, 영어도 마찬가지지만) 무슨 말이냐.
덧셈, 뺄셈을 모르고 곱셈, 나눗셈을 할 수 없듯이 자신의 수준 파악을 먼저 하고 학교 교육을 따라가야 한다.
문제는 지적인 능력 발달단계에 따른 공부를 해야 하는데 지나친 선행학습으로 인해 지금 배우고 있는 것 마저 놓치는 공부를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등학생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이 배우는 것을 완벽히 하고 난 후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늦지 않다.
'슬램덩크'의 '서태웅'과 '안감독'의 대화로 비유를 들어보고자 한다.
서태웅은 지금의 국내농구가 좁다며 1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가서 선진농구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
(물론 이미 실력은 전국구이다.)
하지만 안감독은 반대한다.
우선 '윤대협'과 비교하며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우선 국내에서 넘버원이 된 후에 가도 늦지 않다고 하며 자신의 옛제자의 실패담을 들려준다.
즉, 지금 배우는 학습수준에서 일단 넘버원이 되자! 그리고 그 다음 선행학습을 해도 늦지 않다.
이것은 수학교사들도 모두 동감하는 부분이다. 만약 정 선행학습을 하고자 한다면 최대 1학기 치만 나아가자. 그 이상은 무리다.
다음으로는 영어학습이다.(내 전공이다!!)
마찬가지로 단계형 교육과정이다.
내 친동생 얘기를 들려줄까 한다. 공고를 나온 후 방황하다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때 나이 23살.....
영어수준을 살펴보니 주어가 3인친 단수일 경우의 동사변화를 모르는 수준이었다.
즉, 중1수준도 안 되었다. 공무원 영어를 대학교 1학년 수준으로 보고(기출문제를 보닌 수능 난이도보다 조금 높아 보였다.)
1년에 2개 학년 과정을 마스터하는 것을 목표로 3년 동안 준비해보기로 했다.
처음에 동생은 당황했다. 1년 안에 끝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급할수록 천천히 하라고 설득했다.
위에서 말한 국어공부와 함께 영어를 중1부터 시작해서 고3까지 6개년 과정을 3년안에 끝내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적용했다.
서점에 가서 단계별로 나온 독해문제지를 샀다. 그리고 구문독해용 교재를 샀다.
구문독해용 교재는 무조건 3회 이상 정독할 것!
독해는 사전을 살펴보며 스스로 할 것!
한글(해설)을 봐도 이해가 안 되면 국어 공부를 좀 더 해서 독해할 것!
단어는 자신만의 단어장을 만들되 무조건 예문을 적을 것!(그래야 그 단어의 문장 내에서의 쓰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단어는 매일 복습하되 하루 10개 이상 외우지 말 것(과부하 걸림)
결국 3년 후 합격했다. 동생이 정말 대견스러웠다.
내 방법에 대해 의심을 했을 수도 있었지만 묵묵히 따라와준 동생이 정말 자랑스러웠다.
일단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던지자. 하나의 언어다. 대학 안 나온 사람도 하는 것이 언어다. 그것이 영어일 뿐....
단, 매일 하자. 밥을 매일 먹듯이, 언어는 매일 해야 한다. 단 하루에 2-3시간씩 하지는 말자. 아무 필요 없다. 하루 10시간 하고 나머지 9일을 노는 것과 하루 1시간씩 10일을 하는 것은 산술적으로 같을지 모르나 효과는 후자가 확실하다. (갓난아기가 언어를 어떻게 배우는지를 꼭 생각해보자.)
쓰다보니 공부법은 너무 많은 듯 하다.
못다한 이야기는 2부에서 해야겠다. 많은 양해 바랍니다.(갑자기 존대말이네요...)
자기주도학습 실천법 2부에서는 시험공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