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영석 Nov 17. 2019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삶이라는 길목에서 때로 헤맬지라도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차를 타고 갈까 하다가 비가 와서 오랜만에 지하철을 타고 갔다. 퇴근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길에 정신없이 지하철을 내려서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계단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항상 다니던 곳이지만 조금 헷갈리기 시작한 나는


 '내가 나가려는 출구와 가까운 계단은 왼쪽에 있을 거야!'


라고 속으로 자신 있게 외치며 왼쪽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가 계단을 올랐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고 나왔더니 내가 나가려던 출구와 반대편인 것을 발견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는 다시 반대편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가려던 출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서 생각했다. 


인생도 이런 게 아닐까 하고. 


순간의 선택이 내가 도착하려던 곳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만들지라도 낙담하지 않고 다시 계속해서 걸어 나가면 원하는 곳에 도착할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것을. 이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이라는 동요 가사가 떠올라 잠시 흥얼거리면서 다시 이런 생각도 했다.


“헤매고 있는 사람은 찾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오랜 시인이 말했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 당장 헤맬지라도 그토록 헤매는 이유는 우리가 어떤 것을 찾고 있기 때문이며 그리하여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길을 걸어 나가고 있는 우리가 먼 훗날 만나게 될 어떤 순간을 더욱 기쁘게 맞이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최근에 만난 친구와 동생들이 저마다의 이유로 모두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누구는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가게를 내놓았다고 말했고, 누구는 시험을 세 번이나 떨어졌는데 다시 봐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고, 누구는 오래 만난 연인과 끝내 헤어졌다고 말했으며, 누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디로 취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누구는 어렵게 들어간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했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지만 똑같이 슬퍼하고 똑같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가 헤매는 시기를 보낸다. 나 또한 언젠가 그랬고 다시 언젠가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럴 때마다 어느 시인의 귀한 한 문장을 우리가 함께 떠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헤매고 있는 사람은 찾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시인의 말 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