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우리'라는 관계에 대하여
"어디고?"
"뭐고 니 내리 왔나?"
"어. 결혼식 있어서 내리 왔다."
"여기 애들이랑 같이 지금 우리 집이다. 온나."
아주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도 어제 만난 것처럼 대화가 오가는 친구들이 있는 곳. 오늘은 학교 선배의 결혼식으로 고향에 내려와 고등학교 시절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의 삶과 함께해주었던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각자의 세상에서 각자의 걸음으로 걸어 나가며 가끔 서로 안부를 묻고 술 한잔 기울이는 사이가 되었지만 나는 언제나 이 친구들에게 고등학교 철부지로 기억되는 것이 먼저일 테다. 볼 때마다 이야~ 우리 영식이. 니가 글도 쓰고 대단하다 야~ 라는 소리를 백 번은 넘게도 들었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이 얘기는 물론 친한 대학 친구들도 포함해서이다)
많이 어렸고 많이 어려웠던 시절에 친구들은 나에게 때때로 두터운 외투가 되었고 그 시절을 지나와 이제 외투는 옷장 속에 잘 개어 둔 한때 자주 입던 옷이 되었지만 켜켜이 쌓인 세월이라는 반가움을 펼치면 나도 모르게 번지는 미소가 있다.
오늘의 하루는 그랬다. 조심히 가고 잘 도착하면 연락을 주라는 말과 이불 덮고 베개를 베고 자라는 말. 이른 아침 먼 곳으로 떠나는 나를 염려하던 당신의 배웅으로 나의 하루는 시작되어 나도 모르게 잠이든 늦은 밤 나를 챙기던 당신의 배려로 끝이 났다.
삶의 깊은 곳을 홀로 걷는 시간을 마주하며 나는 때때로 혼자가 되는 연습을 해오면서도 다시금 조금씩 알게 되었다. 혼자라서 혼자는 혼자와 함께라는 것을. 그리하여 나를 돌아서게 하고 다시 돌아서게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