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지.
눈을 뜨며, 비의 예감이 들었다.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피니, 아직 땅은 말라있지만 꽤나 흐린 하늘이다. 온도계를 보니 습도는 66%, 그리 높지도 않은데 나는 왜 '비가 온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일까. 날씨를 확인해 보니 오늘 오전 중에, 그리고 낮부터 비 소식이 떠 있다. 둔한 내가 아직 내리지조차 않은 비의 소식을 먼저 알게 되다니. 신기한 아침이다.
비가 내리기 전에 강아지 산책을 나선다. 흐린 하늘 밑을 걸어간다. 춥지 않은 공기에 신이 나서 꼬리를 흔들며 이곳저곳을 탐험하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는다. 종종 빠른 걸음으로 정류장을 향하는 사람들을 향한 강아지의 관심을 살짝 목줄을 당기며 내 쪽으로 끌어온다.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흐르지 못하게 또 살짝 웃어
한 노래에 꽂히면 며칠간 그 노래만 흥얼거리는데, 이번에는 아이유의 노래인가 보다. 평소에도 '우리 지은이'라 할 정도로 아이유를 좋아했으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왜 이 노래일까. 그리고 왜 이 구절일까. 사실은 이유를 알고 있지. 그냥,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눈물이 날 것 같은 하루.
가끔 스스로에게 투정과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것인지, 혹은 잔뜩 부정적인 사고방식이 내재된 탓인지. 가끔 울 것만 같은 날이 있다. 울 이유가 없는데도,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 책상을 손 끝으로 톡톡 두드리는 건 오래된 습관. 톡. 톡. 톡. 일정한 리듬을 살리며 책상을 두드리다 눈물의 이유를 생각해 보다 결국 답을 찾지 못해 등받이로 몸을 누인다.
작은 한숨을 내쉬니 자기 차례라는 듯이 강아지가 무릎 위로 올라선다. 누나의 집중 시간이 끝난 것을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위로를 해 주고 싶었던 것일까. 음, 그냥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던 것보다는 누나를 위한 행동인 것으로 받아들이자.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흐리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렸지만, 품에 안긴 강아지를 쓰다듬느라 내밀 손이 부족하다. 손길에 따라 고개를 움찔대며 동그랗게 눈을 뜨는 아이를 바라보면, 우울과 편안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신기한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그런 날들이 있다. 울고 싶은 날들. 그런데 울기 싫은 날들.
아마 별다른 이유 없이 찾아온 눈물이니, 별다른 이유 없이 떠나가지 않을까. 그러니 잠깐만 이렇게 편안함 속에서 나를 쉬어주자. 강아지를 쓰다듬다 콧잔등에 쪽, 하고 입을 맞춘다. 저가 먼저 뽀뽀를 하는 것은 좋아하면서, 누나가 하는 뽀뽀에는 고개를 홱 돌려버리는 아가를 보며 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괜찮다. 가끔 이런 날이 있어도. 아마 금세 웃으며 눈물이 지워질 테니 말이야. 하루를 시작한다. 한 주의 시작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