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도 좋지만, 놀고 싶으면 아빠야!
사진 속 조카는 선물 받은 장난감에 푹 빠져 있다. 고개를 돌려 아기 얼굴 바라보는 사진도 한 장, 케이크 앞에서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 한 장. 처음 동생을 마주한 조카의 표정이 밝아 마음이 놓인다. 조카의 질투를 걱정한 여동생과 제부는 장난감과 케이크를 준비했다. 동생이 생긴 것을 축하한다는, 혹은 동생이 오빠에게 주는 선물의 의미다.
"동생 보호해 주려고 옆에서 노는 거예요?"
사진을 본 형부의 질문에 "동생 구경하면서 노는 거예요.ㅋㅋㅋ"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첫 만남이 나쁘지 않아 여동생과 제부는 조금은 걱정을 덜었다.
저녁 수업이 없는 날, 여동생네 집을 들른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이미 "이모" 소리를 지르며 달려오는 작은 발걸음이 다가온다. 손을 씻는 사이 이미 안으라며 두 팔을 벌린 녀석을 번쩍 들어 올린 채 뺨을 부빈다. 여느 때보다 밝은 표정은 아마 엄마가 곁에 있기 때문이리라.
아기가 칭얼대는 소리에 "아기, 아기"라며 방으로 들어가자며 몸을 쭉 뺀다. 요령껏 침대 위로 올라가서는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동생을 빤히 바라본다. 용을 쓰며 팔을 뻗지만 스와들업으로 감싸진 동생의 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신기한가 보다. '손, 손'이라며 아빠와 이모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다시 잠드는 모습에 이모 품으로 안겨온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조카의 짜증이 시작된다. 잘 시간이 다가오니, 졸린 탓이다. 엄마 아빠가 사 준 지게차 장난감을 움직이고 싶은데,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것은 또 싫단다. 안 움직인다고 찡찡, 그렇다고 전원을 켜 주면 불이 켜졌다고 찡찡. 요 조그만 게 짜증도 내네. 한동안 의젓했던 조카이기에 그 모습마저 귀엽다. 엄마와 아빠가 없는, 이모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때면 칭얼거림 한 번 없었는데. 엄마 아빠가 있으니 잔뜩 어리광이 늘어난 모양이다.
"이거 움직이려면, 여기 반짝반짝해야 해. 반짝반짝 켤까?"
같은 문장을 네다섯 번 정도 반복하자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올라가 있던 지게차의 포크 부분을 내려준 뒤, 다시 전원을 꺼 주니 그제야 만족한 듯 눈웃음을 짓는다. 이 상태로는 장난감을 장난해도 계속 짜증을 내리라는, 그동안의 경험들이 알람을 울린다. 졸릴 땐, 책을 읽어주거나 애착 인형으로 놀아주는 게 제일 좋은데. 드디어 엄마가 돌아왔으니, 엄마에게 바톤을 넘기자.
"엄마 뽀뽀해 주고 올까?"
이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품으로 폭 안겨든다. 방으로 들어서니 아빠가 아기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 듯이, 조카는 바로 엄마 품으로 안겨 옷자락을 꼭 쥔다.
"그래도 질투 안 해서 다행이다. 워낙 아빠바라기라 제부가 아기 안으면 질투할까 걱정했는데."
"아냐, 질투해."
기저귀를 갈아주느라 아빠가 아기를 품에 안았을 때, 조카의 눈길이 심상치 않았다고 여동생이 말을 꺼낸다. 제부는 '신기해서 바라봤겠지.'라고는 하지만, 알 것 같다. 그 눈빛.
"아, 그 질투에 찬 눈빛 알 거 같아. 00이 내가 안을 때마다 바라보는 그거."
20년 지기 친구네 아기가 조카와 4개월 차이다 보니, 가끔씩 같이 시간을 지내곤 한다. 친구네 아기를 안아 신발이라도 신겨줄 때면, 조카는 장난감을 만지던 손도 멈춘 채 빤히 바라본다. 정확히는 질투보다는 배신감에 가까운 눈빛이랄까. 그런 날이면 유독 이모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집착 모드에 돌입한다. 제부의 고생길이 눈에 훤하다.
"그래도 제부가 아기 안고 있을 때, 엄마가 안아주니 질투 안 하더라. 둘 다 동시에 안아줘야 하나 봐."
누군가가 그랬다. 동생이 태어나면 첫째가 느끼는 감정은, 남편이 둘째 부인이라며 누군가를 데려오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라고. 그럼에도 엄마 아빠의, 그리고 할머니들과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기 때문일까. 혹은 어린이집 형아반에 들어가며 '아기'는 돌봐줘야 하는 존재임을 인지한 까닭일까. 아기가 울면 엄마에게 아기를 달래주라는 조카다. 생각보다 질투를 하지 않는 그 모습이 기특하다.
"엄마랑 코- 잘까?"
"아니! "
졸린 눈을 하고선 자러 가자는 말에는 단호한 대답을 돌려준다. 그럼 아빠랑 코- 잘까? 조카의 고민이 시작된다. 엄마가 돌아오니, 엄마랑만 자겠다며 고집을 부리던 조카는 오늘은 아빠를 택한다. 아빠와는 침대 위에서 함께 뒹굴며 놀 수 있기에,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이긴 날이다. 만약 조금 더 시일이 지난다면, 엄마 품에 안긴 동생에 대한 질투로 잘 때만이라도 엄마를 독점하려 하는 것은 아닐까.
점점 자라나며 질투가 심해질지, 혹은 오히려 동생을 돌보는 오빠가 될지. 동생이 생기며 점차 성장하는 조카의 모습을 상상한다. 이모는 네가 참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