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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May 20. 2021

왜 붉다고 했나

찔레꽃에 대한 헛소리

눈보다 코로 먼저 느끼는 꽃이 있다. 지금 이 계절엔 아카시아와 찔레꽃이 그렇다. 걷다 보면 그 향 때문에 멈춰 서서 향이 오는 곳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누가 장미 집안 아니랄까  찔레꽃에선 장미 향이 난다. 꽃은 작아도 향은 진하다. 아마도 동급 최강일듯. 굳이 꽃에 코를 가져다 대지 않아도 가만  있으면 향이 알아서 저절로 바람을 타고 온다. (찔레꽃 가까이 가면 윙윙 시끄러울 정도로 벌이 많고 가시도 많아서 무턱 대고 코를 가져다 대기도 어렵다)



찔레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노래를 참 못 부르지만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엄마가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찔레꽃’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 고향


이상하다. 노래 가사에 보면 찔레꽃이 붉게 핀다카는데 보시다시피 찔레꽃은 뽀얀 크림색이란 말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찔레꽃을 볼 때마다 왜 붉게 핀다 했을까 늘 궁금했었다. 그냥 애절한 마음을 표현한 시적 표현이겠거니, 이러고 말았는데 오늘 찔레꽃을 따다가 발견한 것을 바탕으로 두 가지 설을 제시해 본다.


하나. 붉은 향이 나는 찔레꽃


오늘 꽃 따다 보니 꽃몽우리 단계에서는 붉은빛(핑크)이 도는 꽃이 더러 보였다. 하지만 활짝 핀 꽃에는 붉은 색, 그 흔적도 없었다. 꽃망울을 만들땐 지가 들장미인 줄 알고 붉은색을 만들어내다가 ‘아참, 나 찔레꽃이었지?’ 하고 현타가 와서 하얗게 피우는 건가? 그러고 보니 찔레꽃은 하얗지만 강하고 진한 냄새는 붉은 쪽에 가깝다. 붉은 향이 나는 찔레꽃이라니! 참으로 공감각적인 꽃이다.


왼쪽 꽃망울 상태에서는 핑크인데 활짝 피면 하얀 찔레꽃


둘. 붉은 피를 보는 찔레꽃


누가 장미 집안 아니랄까 봐 찔레꽃에는 가시가 많다. 그래서 이름도 찔레꽃이다. 아무리 조심해서 만져도 어느 샌가 가시에 찔리게 되고, 그러다 보면 피 한 방울 정도는 보게 된다. 근데 그렇게 찔리는 줄 알면서도, 피를 보는 줄 알면서도 만지게 되는 게 찔레꽃이다. 그것을 붉게 핀다고 표현한 시적 표현이 아닐까.


다 헛소리였다. 찔레꽃 보다가 엄마 생각 나서 전화했는데 엄마 고향 남쪽(경북 군위)에서는 붉게 피는 찔레꽃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찔레꽃을 들장미라고 불렀다고 한다. 노래나 듣자!


>>요건 내가 좋아하는 주현미의 찔레꽃

https://youtu.be/ZXrVdV8dQ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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