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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Jun 03. 2021

빗소리

빗소리가 참 입체적이네요

집 짓고 살면서 비 오는 날에 하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예전엔 비가 오면, 회사 가기 싫다, 파전 먹고 싶다, 뭐 이런 거였는데 지금은 시간이 갈수록 달라진다.


 새면 어쩌지?


집 짓고 비가 올 때마다 한걱정을 했다. 한밤 중에 비 오는 소리에 깨기도 하고, 여기저기 살펴보기도 했다. 집 지을 때 숱하게 들었던 말 ‘비만 안 새면 좋은 집’이라는 말을 농담이 아니라 정말 실감한다. 지난해 무쟈게 길었던 장마, 그리고 올봄 잦은 봄비에도 비가 새지 않으니 이제 좀 안심이 된다.


 설거지해야지!


집 짓고 살면 날씨에 민감하다.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날씨를 확인하고, 일주일간 일기예보를 내다보면서 여러가지 일을 계획한다. 비 소식이 있으면 우선 여기저기 활짝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아야 하고, 마당에 빨래나 나물 말리고 있는 것이 있으면 걷어들여야 한다. 비가 오면 개 우울해지는 반려견을 미리 산책시키고, 심을 게 있으면 빨리 심고, 아무래도 수돗물보다야 빗물이 좋을 거 같아서 집안에 있는 화분도 마당에 내다 놓는다.


빗소리가 입체적이네!


걱정도 사라지고 할 일도 끝내고 나면, 이제는 감상 모드다. 비 오는 날 수채화에 서라운드 입체 음향으로 빗소리를 감상한다. 아무래도 아파트보다는 빗소리가 가깝고 크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한 번은 빗소리에 놀라 잠을 깨서 바로 잠이 오지 않아 멀뚱멀뚱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렇게 빗소리를 듣고 있다 보니 빗소리가 지붕의 모양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집 지붕이 변형된 박공 모양이라서 그런가 빗소리가 비불규칙적이고 비선형적으로 들렸다. 텐트 안에서 또는 차 안에서 빗소리 듣는 거랑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텐트 안에서 빗소리를 들으면 팝콘 터지는 소리 같은데 텐트 모양에 따라 즉흥성이 달라진다. 지붕이 둥글면 빗소리도 동글동글하고, 여러 각이 있으면 엣지가 느껴진달까 그렇고, 평지붕이면 빗소리가 단조롭고 밋밋하다.


암튼 다양한 층위의 빗소리를 하나의 에너지로 만들어 가는 우주(宇宙)가 있다고 생각하니 이거 뭐, 신선놀음이 따로 없구먼. 그나저나 올봄에 비 참 많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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