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대접하다

혼밥에 진심

by 무엇이든 씁니다

나는 혼자 먹을 때도 꽤 차려놓고 먹는다. 귀찮아서, 설거지 많이 만들기 싫어서 반찬통을 꺼내놓고 대충 먹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꼭 더 많이 먹게 되고, 더 빨리 먹게 되고, 결국 소화가 안 되곤 했다. 그리고 제대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끼니를 때우는 느낌, 빨리 먹어 치우려는 기분이 별로였다. 그래서 혼자 먹을수록 테이블 매트를 깔고, 안 쓰던 그릇도 꺼내서 플레이팅씩이나 하고, 물 한 잔을 마셔도 발 달린 고블렛 잔에 따라 마신다. 그러면 레스토랑에서 대접받는 기분으로 천천히 먹게 된다.


오늘의 혼밥


큰딸은 살림밑천이라고 어릴 때부터 설거지라도 거들게 했던 시절 우리 엄마는 나를 곱게, 귀하게 키운다면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혀 키웠다. 그 시대는 남의 자식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던 시절이어서 동네 어른, 집안 어른들이 딸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고 지나가다 한 마디씩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그 예의바르고 착한 엄마도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내가 먼저 곱게 키우고 귀하게 대접해야 나가서도 대접받는다고, 난 그렇게 키울 거라고. 아마 엄마 본인이 어린 시절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고 동생들 돌보느라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시집 와서도 녹록치 않은 살림에 험한 일 마다 해야 했기에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엄마의 귀한 대접을 받고 자라서인지 어딜 가든 사랑을 많이 받았다. 사랑받고 자란 거 티난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귀한 사람이라고 세뇌되어있다.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사랑받는다. 그래서 자기애가 넘치고(자주 자기 중심적이고), 누구보다 나에게 진심을 다한다. 그러니 당연히 혼밥에도 이토록 정성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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