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를 향해서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놓아버리지 말 것

by 요가여니

최근 나의 최대 관심사는 제로웨이스트다.


P20200819_192325595_1621810C-71AE-400D-B73E-1A8A20F465C4.JPG

예전에도 일회용품을 되도록 쓰지 않으려는 태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하는 노력은 나의 편의대로 아낄 때는 아끼고 쓰고 싶을 때는 선택적 노력이었다.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카페에 가면 '갑자기 들어온 거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테이크 아웃 잔에 담긴 커피를 마셨다. 식당에서 음식이 입 주변에 묻거나 음식을 흘렸을 때 휴지를 몇 장씩 뽑아썼다.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온라인으로 장을 봐서 배송시키거나 배달음식을 시켰다. 그러다가도 가끔 카페에 텀블러를 가지고 가서 주문을 할 때 '여기에 담아주세요'라고 말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배달음식을 시킬 때 일회용품은 필요없다는 칸에 체크를 할 때는 오늘의 착한 일 하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가 훼손되고 있다는 주제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읽을 때에는, 나는 잘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지 못할까 하며 죄책감을 갖지 않았다.


우연히 기회가 되어 환경과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내 주변에서는 환경을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보이는 사람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는 비슷한 얘기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모임이 끝나고 난 후, 나는 내가 얼마나 입만 나불대며 겉으로만 환경을 생각한다는 행세를 하고 있던 것인지 깨달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진지하고 철저하게 환경 보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실천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임에 참여한 사람의 절반 정도가 채식을 하고 있었다. 어렴풋이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했던 나와 달리, 사람들은 책을 읽고 유투브를 보며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어떤 것이 자구를 아프게 하고 어떤 행동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분별해 내고 있었다. 기분 내킬 때만 일회용품을 쓰지 않던 나와 달리, 그들은 불가피하게 써야 하는 일회용품도 쓰지 않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고 있었다.

부끄러웠다. 변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으니까,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니까 등의 변명을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 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품을 들여서 하기는 귀찮았던 행동들을 이제는 실천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결심도 이기적인 결정이었다. 환경 보호도 중요했지만, 내가 하지 않았던 것들을 실천하며 달라진 나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태도를 바꾸는 나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P20200819_192325555_9D04E363-FF38-4A8E-9690-AA739D036C3A.JPG

불편하긴 하지만 몇 가지는 실천에 옮겼다. 갑작스레 가지 않는 이상 카페에 갈 때는 꼭 텀블러를 가져간다. 캔음료나 페트병에 들어있는 음료를 가끔 사 먹었는데, 꼭 먹어야 되는 상황이 아니면 사 먹지 않게 되었다. 회사 사무실에서도 종이컵은 사용하지 않고 항상 머그컵으로 차를 마신다. 일회용 티백이 매번 버려지는 것이 싫어, 세척해서 쓸 수 있는 천으로 된 티백을 구매해서 찻잎을 넣어 우려 마시고 있다. 마트나 시장에서 야채를 살 때 비닐을 쓰지 않기 위해 망으로 된 리유즈백을 구매했다. 어쩌다가 플라스틱 통이나 지퍼백이 생길 때에는 바로 버리지 않고 세척해서 음식을 보관할 때 재사용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 휴지나 물티슈를 자주 사용한다. 출근해서 마시는 커피는 집에서 내려 텀블러에 담아 가지만, 캡슐이 곧 쓰레기가 된다. 샴푸나 바디워시 같은 욕실용품을 계속 재구매하니 플라스틱 통이 계속 쌓인다. 설거지할 때 거품이 많이 나는 게 좋아 세제를 몇 번 펌핑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면생리대나 면마스크를 사용하기 귀찮아서 일회용 생리대, 일회용 마스크를 계속 사용하고 버리고 있다.

개인적인 노력으로 줄일 수 없는 쓰레기들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야채나 과일이 모두 비닐로 소포장되어 나와있어, 어쩔 수 없이 비닐을 소비하게 된다.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안 줘도 된다고 하면 오히려 가게나 업체에서 싫어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회사 구내식당에서는 코로나 예방을 이유로 배식을 하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비닐장갑을 사용하라고 한다. 몇몇 카페에서는 텀블러를 가지고 가도 코로나때문에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기도 한다. 코로나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더 늘어난 것을 보면, 인간이 자연을 함부로 대해서 생겨난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더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P20200819_192325576_40DFAC50-1592-4E89-BED9-C4773B505A54.JPG

또한, 제일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채식이라는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일주일에 1번 고기를 먹지 않으면 나무를 15그루 심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난다는 사실을 외면하고만 싶다. 사람들에게 고기가 공급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지, 그 과정에서 동물들은 어떻게 다뤄지는지, 그 영향이 동물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미치게 되는지, 고기를 소비하는 것이, 육식을 지나치게 지향하고 찬양(?)하는 것이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지 않았더라면 마음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는 오히려 고기를 잘, 많이 먹는 게 미덕으로 여겨져서, 채식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간절함이나 절박함을 가지기가 힘들다. 내일부터 갑자기 고기, 계란, 우유를 소비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육식과 채식에 대한 생각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P20200819_192247740_9E24AC71-1910-4C65-9938-309516D7C38E.JPG


때로는 완벽하게 할 자신이 없으면 그 필요성을 외면해버리고 만다. 내가 노력해도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느껴지면, 내가 멀리하고자 했던 것들을 오히려 가까이하게 된다. 그러나 의식하기를 멈추지는 말자. 완벽하게 해낼 수 없다고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말자.

내가 어떻게 해도 쓰레기는 불가피하게 생긴다. 내가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해도 그저 개인의 노력일 뿐이다. 내가 오늘 하루 고기를 먹지 않고, 계란을 먹지 않고, 우유를 먹지 않는다고 해도 내일은 먹을 수도 있다. 매일매일 채식을 할 자신이 없다. 때로는, 아니 굉장히 자주, 고기를 먹고 싶어 질 것이다. 그래도 계속 의식하자.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노력일지라도, 아무도 인정하거나 칭찬하지 않아도, 혹은 빈정댈지라도, 매일이 새로운 것처럼 행동하자. 귀찮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만들고, 스트레스를 풀고 싶다는 이유로 고기를 일부러 많이 먹었다고 해도, 내일은 다시 뻔뻔하게 지구를 생각해보자고, 그렇게 다짐해보자.



위에서 언급했던 독서모임에서 '알맹상점'이라는 곳을 소개받았다. 말 그대로 용기 없이 알맹이만 구매할 수 있는 가게이다. 세척한 용기를 가져가면 요리 재료나 세제, 샴푸같은 욕실용품을 무게만큼 구매할 수 있다. 샴푸바나 소프넛, 대나무치약 같은 친환경 제품들도 판매한다. 알맹상점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제로웨이스트샵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매장이 전국에 몇 군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로웨이스트샵 지도라는 것도 있어서 친환경제품을 구매하거나 리필 코너를 원하는 사람들은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옳다고 믿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으로 옮기는 이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직 알맹상점에서 실제로 구매를 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는 샴푸나 트리트먼트를 구매해보고는 싶다. 지금 쓰는 칫솔도 다 쓰게 되면 대나무칫솔로 바꿀 예정이다.

예전 같으면 아무런 의문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부러움의 시선으로 보았을 티비 속 장면들, 예를 들어 고기를 양껏 차려놓고 먹는 장면 또는 덩어리의 고기를 그대로 입으로 뜯는 장면들이, 지금은 하나도 재밌지가 않고 마음 한 쪽이 답답해진다는 사실이, 그래도 아주 조금씩이나마 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일까. 아직은 육수를 포함하면 내가 먹는 끼니의 대부분에 고기가 빠지지는 않지만, 일부러 고기를 찾아서 먹지는 않고 적당량만 섭취하려고 한다. 나중에는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고기 먹지 않기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진정한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 머나먼 길을 가야하겠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오늘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복권과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