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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여니 Feb 14. 2022

갓생살기와 번아웃, 그 종이 한 장 차이

  요가를 할 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는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만 하라."이다. 그러나 동시에 자주 듣게 되는 다른 말은 "한계다, 싶을 때 호흡을 한 번만 더, 두 번만 더 하면서 버텨보라."일 것이다. 기분 좋은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까지만 동작을 하는 것, 그리고 내 한계 지점에서 포기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보는 것. 그 사이의 적당한 경계는 어디쯤일까.

  내가 경험한 바, 둘 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어서 더 혼란스럽다. 예전에 다리찢기를 무리하게 하다가 허벅지 안 쪽에서 툭 끊어지는 소리가 난 후 다리찢기는 커녕 간단한 스트레칭 자체도 몇 달 못해본 경험으로 보면, 내 몸의 한계를 알고 적당한 수준까지 몸을 움직이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난이도가 조금 있는 동작을 시도했을 때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보다 그 한계 지점에서 눈 딱 감고 호흡을 고르며 한 발짝 더 나아갔을 때 결국은 성장한다는 것을 느낀 나로서는, 두 번째 말도 너무나 맞는 말인 것이다. 내 역량이 아니라고 매번 편한 자세에만 머무르면 비슷한 수준에서 벗어날 수가 없기에 시도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또 그걸 넘어서겠다고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오히려 몸을 다치게 해 평소보다 더 움직임이 어려워진다. 이 미묘한 경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까. 요가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나는 그 경계를 잘 모르겠다. 내 몸을 제대로 알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그래서 수련을 하면서도 머리 속에는 이런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여기서 내가 멈춰야 할까. 아니면 통증이 있어도 한 번 시도를 해 봐야 하는 걸까.' 참 어려운 일이다.



  내 몸을 잘 다스리느냐, 아니면 과도하게 몸을 혹사시켜 다치게 하느냐의 딜레마는 요가에만 있지 않다. 나는 일상에서도 매일 매일을 그 아슬아슬한 경계를 줄타기하며 버티고 또 살아내고 있는 듯 하다. 대학에 재학 중일 때 아무 생각이 없었던 나는 돌이켜보면 너무나 소중한 그 시간을 그저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는 것으로 허비해 버렸는데, 그것이 너무 아까웠는지 그 이후로 오히려 나는 1분 1초를 허투루 쓰지 못하게 되었다. 이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오늘은 내게 남은 인생의 가장 젊은 날임을 명심하게 하면서, 내 뇌는 나를 계속해서 움직이게 했다. 회사에서 혹사당한 날에도 나는 남은 시간을 뭔가 생산적인 것으로 채워야 했고, 주말에도 무언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심지어 노는 것도 얼마나 더 재밌게 놀아야 나중에 좋은 추억이 될까 생각하며, 정말 열심히 놀았다. 어딘가를 꼭 가야했고, 무언가를 꼭 경험해야 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나니 당연하게도 나는 번아웃으로 지쳐 떨어져 나갔고, 일을 못하게 되었고 심리 상담을 받았다. 자기계발과 성장에 미쳐버린 나머지 내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것이다. 시간을 알차게 쓰고 싶다는 욕심때문에 나는 평범한 일상 자체를 잃어버렸다. 다리찢기에 대한 욕심으로 근육의 어딘가가 찢어져 요가 수련을 아예 못하게 되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주체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고 쓸 수 있게 된 요즘은 최대한 내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하지만, 아직도 그 정도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다. 적당한 스케줄과 적당한 휴식 시간을 계획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며칠을 연달아 살아내고 나면 또 지쳐서 나가떨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꼭 하루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종일 누워 있게 된다. 그렇게 내 자신을 달달 볶은 것 같지도 않은데, 소파에 누워서 티비를 보는 것도 힘든 그런 날이 꼭 생기는 것이다. 알차게 내 인생을 살아내는 것과 번아웃이 오는 그 경계는 어디쯤인 걸까. 서른 두 해 그리고 두 달을 살아냈지만 여전히 나는 나를 잘 모른다. 내가 견딜 수 있는 지점은 여기까지라는 걸, 언제쯤이면 알게 될까. '갓생' 살기와 번아웃 사이의 그 미세한 차이를 어떻게 구분해 낼 수 있을까. 아마 평생 모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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