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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가여니 Dec 27. 2021

명상, 진짜 나와 대화하기

  매일 15분씩 명상을 한다. 명상이라고 해도 좋고 기도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그냥 혼자 눈 감고 앉아있기라고 해도 좋다. 매일 하루를 끝내고 자기 전 어둠 속에 혼자 가만히 앉아 15분 타이머를 맞춰 놓고 고요 속에 있는다. 예전부터 꾸준히 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근 약간의 불안 장애를 겪으면서 들이게 된, 숙제처럼 하는 습관 같은 것이다.

  명상에 대해 쓰는 이유는 이게 뭔가 대단한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뭔가 어렵고 무거운 것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진입장벽이 조금 낮아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명상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서 확실히 접근하기 어려운 방법이 있긴 하지만 내가 하는 명상을 살펴보면 이게 ,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   아닌  같은  15분이 내가 하루를 살아갈  있는 힘을 조금은, 아니 때로는 아주 많이 준다는 것이다.



  내가 명상을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그저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다. 속에 있는 '나'와 흘러가는 대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속에 있는 '나'를 '진짜 나'라고 부르기도 한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먼저 타이머를 맞춘다. 15분은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5분부터 시작해서 10분, 15분, 이렇게 5분씩 늘려나가는 게 좋다. 타이머를 맞추면 눈을 감는다. 조명이 없는 어두운 곳이면 좋다. 처음 눈을 감으면 시끄러운 생각들이 머리 속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니는 느낌이 든다. 머리 속이 복잡하다. 잡생각이 나기도 하고, 벌써부터 타이머가 언제 울릴까 생각하기도 한다. 그 많은 생각들을 그냥 가만히 흘려보낸다. 흙탕물에서 시간이 지나면 모래가 사악 가라앉듯이 복잡한 생각들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순간이 오길 기다린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을 건다. '나 왔어.'

  신기하게도 '진짜 나'에게서 바로 대답이 온다. 반응은 매일 다르다. '그래, 오늘도 하루 살아내느라 수고했어.' 같이 따뜻한 말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정반대로 '너 왔는데 뭐 어쩌라고?'하는 차가운 반응이기도 하다. 어떨 때는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 같이 반응이 전혀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혼자서 이런 저런 스토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 할 수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렇지가 않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느껴진다. '오늘은 어떻게 지냈어?'라든지, '사람들 만나고 즐겁게 노니까 좋니?'라든지, '숙제가 아니라 진짜 나를 만나고 싶어서 오는 거면 좋겠어.'라든지. 아니면 '너는 나를 너무 함부로 대해.'라든지. 오늘은 이런 말이 듣고 싶다, 하면서 일부러 내가 말을 만들어내도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는다. 내 속의 '진짜 나'가 매일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내가 명상을 하면서 내 속의 '나'와 제일 많이 갈등을 빚는 점은 내가 나를 너무 아끼지 않고 혹사(?)시킨다는 것이다. 나는 습관적으로 매일을 참 열심히 사는데, 뭔가 생산성 있는 행동을 해야 된다는 강박 때문인지 뒹굴거리면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를 못한다. 그렇게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난 날은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내 속의 '나'에게 혼이 난다. "그만 좀 해. 나도 너 페이스 따라가느라 얼마나 힘든지 알아? 네가 밖에서 그렇게 미친듯이 달리고 있을 때 내가 여기서 네 멘탈 무너지지 않게 간신히 지탱하려고 얼마나 애쓰는지 아냐고? 나 그만 좀 괴롭혀. 왜 이렇게 매 시간 가만히 못 있어서 안달이야!" 맞는 말인 것 같아 끄덕거리지만 가만히 듣다 보면 나도 화가 나서 이렇게 쏘아붙인다.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래?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 여긴 정글이라고. 뭐라도 해야 돈 벌어 먹고 살거 아니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해. 너라도 나를 이해해줘야 되는 거 아니야? 수고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상한 건 이렇게 혼자 북치고 장구치다 보면, 아니 내 속의 '나'와 대화를 하고 싸우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내가 무의식적으로 억눌렀던 생각들, 감정들, 혹은 내가 어느 순간에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들을 다 쏟아내게 된다. 어떤 날은 괜시리 짜증이 나지만 어디에 풀 데가 없을 때 마음 속에서 소리를 '아아악!' 지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하루를 잘 살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울적함을 주절주절 토로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진짜 나'는 옆에 가만히 앉아 소리를 지르는 나를 따뜻하게 그저 지켜봐주기도 하고, 또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너 오늘 잘 살아있었잖아. 그거면 된 거야." 어떤 날은 따끔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너 언제까지 그렇게 우는 소리만 하고 있을래? 너가 하고 싶은 선택은 하고 싶고 그 결과는 언제나 좋았으면 하는 건 욕심이야. 너도 이제 어른이야. 정신차리고 성숙하게 행동해."


  명상을 시작하는 건 매번 힘들지만 매번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건 사회에서의 나에게서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 행동, 내가 하고 싶은 말, 내가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모두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하루 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가다 보면 갑자기 숨이 막힐 듯한 답답함에 나를 콱 짓누르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15분이라는 이 짧은 시간은 그런 하루들의 숨구멍이다. 이 시간은 내가 살아냈던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내가 느낀 기분이 진짜 감정인지 가짜 감정인지 분별하게 하고,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했는지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게 한다. 현대인으로 존재하는 이상 나는 여전히 나를 둘러싼 상황과 감정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명상하는 이 시간으로 인해 나는 조금은 떨어져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너의 오늘은 진짜 어땠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5분이라도, 아니 1분이라도 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을 추천한다. 대단한 깨달음을 얻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그저 이 정글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도중에 소리라도 마음껏 지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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